차노휘의 길 위의 인생 5> 미지의 세계를 안내하는 고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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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노휘의 길위의 인생
차노휘의 길 위의 인생 5> 미지의 세계를 안내하는 고수들
차노휘 : 소설가, 도보여행가
  • 입력 : 2019. 07.04(목) 13:05
  • 편집에디터

5-1. Canyon 펀 다이빙 갔을 때 마하무드와.

1. 이메드

다이빙 센터에 출근하면 시커멓게 탄, 숱 많은 속눈썹에 깊은 눈매를 가진 중동 남자 몇이 그림자처럼 센터 한 곳을 차지하고 있다. 색 바랜 성장은 초라하기까지 하다(다합은 새것이랄 것이 없다. 짠 바람과 강한 햇살은 선명한 색을 금방 바래게 한다). 심지어 말수조차 적다.

커다란 눈으로 한 곳을 응시하거나 담배를 피우면서 그들 언어로 이야기를 한다. 처음에 나는 그들이 허드렛일을 하는 직원인 줄 알았다. 교육을 받을 때는 늘 긴장하고 있어서 한국 강사 외에는 관심 가질 여유조차 없었다. 오늘만 무사하면 모든 것에 무관심해도 될 때였다.

묵직한 그들이 슈트를 입고 물속으로 들어가면 다른 사람이 되었다. 이틀 동안 펀 다이빙을 다니면서 나는 물속 고수 두 명을 만났다. 다합을 떠나기 전까지 내게 많은 영향을 준 사람이었다.

첫 번째는 이메드이다.

그는 옥토퍼스 다이빙 센터(Otopus world Dahab dive center) 대표다. 손님이나 교육생들에게 농담을 걸며 분위기를 돋우는 말재주가 있다. 다합에서 우열을 가릴 정도의 다이빙 실력자이다. 긴장감으로 숨 막힐 것 같던 내 생애 첫 펀 다이빙을 구제해준 사람이 바로 그였다.

글을 쓰다 보면 똑같은 소재를 가지고도 작가가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서 주제가 달라지는 경우가 있다. 다이빙도 마찬가지였다. 물속 풍광도 풍광이지만 가이드에 따라서 풍광이 달라졌다.

첫 펀 다이빙은 다합 남쪽 끝인 Golden blocks, Moray garden을 다녀왔다. 이메드가 나를 위해 기꺼이 버디를 써주었다. 그는 로맨틱 코미디라고 할까. 그런 다이빙 장르가 있다면 말이다.

호흡기로 호흡을 하면 물방울이 생긴다. 방울방울들을 모아서 몇 가지 형상을 만들 수 있다. 그는 그것을 둥글게 뭉쳐 내게 던졌다. 물속에서는 지레 겁을 먹고 굳어 있기 마련인데, 그런 나를 일시에 무장 해제시켰다. 웃느라 마스크 안으로 물이 들어왔지만 즐거움은 공포를 압도했다.

그는 유영이 서툰 내게 왼팔을 내밀었다. 팔짱을 끼자 나를 데리고 날아다녔다. 물속에서 두 마리 새가 되어 날아다녔다는 말이 맞다(나는 아직도 자유로움을 '물고기' 보다는 '새'에 비유하는 게 더 좋다).

신기한 수중 생물을 보며 일일이 가리켜서 설명해 주었다. 마스크 안 그의 커다란 눈이 말을 하고 있었다. 굳이 입이 필요치 않았다. 눈으로도 충분했다. 총 42분 다이빙을 했고 끝나기 15분 전부터 그의 공기를 나눠서 사용해야 했다. 출수 전 5m 수심 3분 정지시간부터 다시 내 호흡기를 물었다(초보자는 공기 소모량이 많다).

그는 습관처럼 입수를 하면서 돌멩이 하나를 주웠다. 바닥에 널리고 널린 것이 돌멩이였다. 특별히 예쁜 것을 줍지도 않았다. 손안에 들어오는 적당한 크기. 그때는 알지 못했다, 공기통을 두드려서 팀원들의 주의를 집중케 하는 도구라는 것을.

나는 돌멩이를 갖기 위해서 그와 실랑이질을 하며 장난을 쳤다. 결국은 내 손에 들어왔다.

수중에 들어온 돌을 숙소로 얌전히 모시고 왔다. '행운의 돌'이라고 이름을 붙였다(한국에도 가지고 왔다). 다이빙이 두려울 때마다 그때의 즐거움을 환기시키는 역할을 했다. 내가 다이빙에 능숙해질 때는 출수하면서 직접 하나씩 모았다.

2. 마하무드

마하무드는 이메드와 정반대 스타일이라고 할까. 그는 필요한 말만 했다. 철저한 원칙주의자였다. 버디 시스템을 완벽하게 구축하려 하고 다이빙 전 브리핑 또한 매번 세심했다. 펀 다이빙 나갈 때 손님들이 챙겨놓은 장비를 일일이 점검했다. 일에서 열까지 그의 매뉴얼대로 진행해야 안심하는 듯했다.

그와 처음으로 Canyon과 Blue hall을 갔다.

Canyon은 입수해서 모래밭을 5분 정도 유영하면 산호초 군락을 만난다. 약간 높은 둔덕 아치형 산호초다. 그곳은 인어공주 세계로 들어서는 관문과 같아서 통과하기만 하면 아름다운 바닷속 세계에서 마음껏 노닐 수 있다. 3분의1 지점에는 산호초 군락 아래 크랙이 있다. 크랙으로 내려가면 30m가 넘는 바닥이 나온다. 초보자들은 그곳에 앉아서 다음 다이버가 도착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초보자인 나는 풍광을 감상하기에 지나칠 정도로 긴장했다. 가이드지만 내 버디가 된 마하무드의 도움이 아니었다면 산호초에 몸을 부딪쳤을 것이고(새끼손가락만 한 산호초가 자라려면 50~100년의 시간이 걸린다) 크랙 바닥에 무사히 앉지도 못했을 것이다. 여전히 나는 공기 소모가 많았다. 출수할 즈음 그의 보조 호흡기를 사용해야 했다.

나는 펀 다이빙을 다니면서 조금씩 사람들과 소통하게 되었다. 한국인 강사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현지인 다이버들의 놀라운 실력과 개성적인 가이딩. 메마른 지상과 달리 풍요로운 바닷속 풍광. 펀 다이빙은 즐거움뿐만 아니라 실력 향상에도 도움이 되었다. 교육 받을 때는 공기 배출구 한 가지(디플레이터)만 사용했는데 마하무드와 다니면서 세 개 다 사용하는 법을 배웠다. 그는 지형에 따라 다른 킥 자세를 가르쳐주었다.

나는 하루 일과를 마치고 숙소 침대에 누워 행운의 돌을 만지작거리면서 생각했다. 이런 세상을 보기 위해서 그렇게 발버둥을 쳤던가. 처음으로, 다이빙을 하면서 행복하다는 생각을 했다.

3. 느닷없는 조나단의 통보

그러나 이 즐거움은 오래가지 못했다.

다이브 마스터 훈련 4일 차. 펀 다이빙 6깡을 하고 온 오후. 그날 오전에 앞바다인 라이트하우스로 펀 다이빙을 갔다. 이메드가 또다시 버디여선지 처음으로 긴장하지 않은 날이었다(라이트하우스에 펀을 갈 때와 교육을 갈 때와는 완전히 달랐다). 오후에는 다이빙 센터와 가까운 곳으로 가기로 되어 있어서 함께 다이빙을 했던 펀 손님과 점심 식사까지 여유롭게 했다. 센터에 들어오자 조나단이 마른 날 날벼락 같은 통보를 했다.

"어디 갔다 왔어요, 차노휘 씨? 이제 펀 다니지 마세요."

5-2. 다이빙 전 마하무드의 브리핑. 그는 철저한 원칙주의자다.

5-3. Canyon 펀 다이빙 크랙 속으로 들어가기.

5-4. Canyon 펀 다이빙. DMT 동기 규와 수심 30m 크랙 바닥으로 수직 하강하기.

5-5. 훈련받았던 다이빙 센터 대표 이메드. 그는 로맨티시스트 다이버였다.

편집에디터 edit@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