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대회를 망치는 연맹과 지자체의 안일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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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수영대회를 망치는 연맹과 지자체의 안일함
오선우 사회부 기자
  • 입력 : 2019. 07.15(월) 16:50
  • 오선우 기자
오선우 사회부 기자.
'2019FINA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가 개막 4일째를 맞았다.

15일 오전 11시 기준 대한민국은 지난 13일 여자 1m 스프링보드 결승에서 김수지 선수의 값진 동메달에 힘입어 공동 10위에 올라 있다.

이에 '겨우 동메달 하나로 개최국 체면이 서겠나', '창피하다'는 반응이 많지만, 일단 이번 대회에서 한국 수영이 마주한 현실을 알게 되면 저절로 눈물이 왈칵 솟구칠 것이다.

홍길동이 '호부호형'하지 못했던 것처럼, 우리나라 선수들은 자신이 대한민국 수영 국가대표임을 알릴 수가 없다. 대한수영연맹의 안일한 행정으로 유니폼 계약에 차질이 생겨 'KOREA' 글자가 박힌 운동복을 입을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14일 남자 1m 스프링보드 결승 당시 우하람 선수의 등에는 'KOREA' 대신 회색 테이프가 뒤덮여 있었다. 전 세계인들이 숨죽여 지켜보는 결승에서 이 무슨 창피한 일인가.

소위 개최국이라는 나라가 선수들에게 국가명 하나 새겨주지 못하는데, 메달 개수가 성에 차지 않는다고 탓할 수 있겠는가.

이것만 봐도 평소 선수들에 대한 지원이 어땠을지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을 것 같다. 하기야 오죽하면 수영대회 때마다 한국 앞에 붙는 수식어가 '수영 불모지'였을까. 수십 년째 말 그대로 불모지다. 그러고 보면 이런 열악한 상황에서 올림픽 금메달이라는 업적을 이뤄낸 박태환 선수는 얼마나 대단한가 싶다.

연맹뿐만 아니라 광주 지자체들의 행보 또한 마뜩지 않다.

명색이 주 경기장 중 하나인 조선대학교가 위치한 동구는 수영대회 기간 관련 이벤트나 프로그램이 전무하다. 남구는 경기장이 없으니 그렇다 쳐도, 북구조차 광주·북한 음식을 알리기 위해 외국인을 섭외하며 갖은 노력 중인데 동구는 미동도 없다.

그래도 뭐라도 하나 해야 하지 않냐는 말에 돌아오는 관계자 대답은 "나중에 조선대학교에서 다이빙 경기가 시작되면 공무원들 모아서 관람하러 갈 예정"이라는 말뿐.

요즘에도 대회가 단지 대회로만 끝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가 싶다.

전 세계인이 참여하는 이번 대회라면 더더욱 지역 문화를 알리고 경제를 활성화하는 데 절호의 기회다. 발바닥에 땀 나게 뛰어다니며 홍보를 해도 모자랄 판에 경기장이 있는 동구는 가장 차분하다.

광주시도 마찬가지. '하얀 코끼리'였던 평창을 타산지석 삼아 '저비용 고효율'을 표방했지만 뒤이은 행보는 모자라기만 하다.

개회식 퍼포먼스의 경우 아이디어는 뛰어났지만 이를 온전히 표현하지 못한 조명과 특수효과, 이름도 고치지 않은 평창동계올림픽 도구 재활용, 개회식까지 끝나지 않은 경기장 공사까지 조금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그래도 메가 이벤트 스포츠대회인데.

'과유불급'이라는 것이 무조건 부족하라는 뜻은 아니지 않은가.

이런 전반적인 상황을 볼 때 그저 이번 대회에 한국팀이 금메달 하나 딴다면 그것으로도 크게 성공한 대회라 볼 수 있겠다.

솔직히 다른 것 바라지 않는다. 그저 우리 선수들이 맘 놓고 최상의 컨디션으로 경기에 임할 수 있도록, 또 세계인들이 광주의 문화를 원 없이 만끽할 수 있도록 조금만 더 신경 쓰자. 맨날 광주시민들 동참만 주야장천 노래하지 말고.

오선우 기자 sunwoo.oh@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