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핀란드 수도 헬싱키에 위치한 알토대학교(Aalto University)오타니에미 캠퍼스. 핀란드 창업생태계 중심지로서 다양한 창업 지원 프로그램들을 제공하고 있다. 알토대는 핀란드 헬싱키경제대, 헬싱키공과대, 헬싱키예술디자인대가 지난 2010년 핀란드 정부 주도하에 혁신과 창조를 강조하는 명문대학으로 통합, 출범했다. 지하철에서 내려 출구로 올라가니 곧바로 알토대가 나온다. 여름 휴가철이라서 캠퍼스는 조깅하는 젊은이들 빼고는 한산하다. 10여분 걸어가니 '스타트업사우나' 건물이 나온다. 세계적인 스타트업을 배출한 장소 치고 건물입구가 소박하다.
'사우나'란 명칭은 목욕탕 사우나의 뜨거운 온도처럼 강하게 스타트업을 키우는 공간이라는 의미와 사우나가 핀란드에서 쓰는 용어이기 때문에 붙였다고 한다. 이 건물에는 4개(알토이에스·정션·키우아스·스타트업라이퍼스)의 학생주도 비영리 단체가 입주해 있다. 안으로 들어가니 스타트업 커뮤니티 시니 피리넨(Sini Pirinen)메니저가 반갑게 인사한다.
◆알토이에스, 스타트업사우나 출범
알토이에스는 2009년 알토대학 재학생들이 모여 만든 비영리 단체다. 2008년 신종 플루가 기승을 부릴 때 소독약을 보관하던 창고를 제공받아 출범했다.
공간의 이름을 스타트업 사우나로 명명한 뒤 2010년부터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 프로그램 썸머오브스타트업(현재 키우아스 엑셀러레이터)를 출범하고 2011년 피터 베스터바카에게 건네받은 행사를 '슬러시'로 재편했다.
스타트업 허브이자 코워킹 스페이스인 스타트업사우나는 현재 북유럽에서 가장 주목 받는 기업가들과 투자자의 만남의 장소다.
창업자, 학생, 투자자, 기업을 연결해주는 창업컨설팅 프로그램으로 창업관련 공동작업 공간이다. 사무실 사용도 무상임대다. 스타트업사우나 관계자들은 생활비 지원금만 받을 뿐 봉사직으로 활동하고 있다.
매년 연말이면 전세계 창업자들이 핀란드를 찾는다. 세계 최대 스타트업 페어로 성장한 '슬러시(Slush)' 때문이다. 지난해 12월행사 때만 해도 전세계 130여개국에서 2만명 이상이 헬싱키로 몰려왔다. 2012년 이후 '노키아 쇼크'에 빠진 핀란드 경제를 다시 일으켜 세운 게 슬러시다. 앵그리버드(로비오)와 클래시오브클랜(슈퍼셀) 같은 히트작도 그렇게 탄생했다. 같은 슬러시 플랫폼으로 지난 2월 도쿄에서 열렸고 오는 8월 중국 선전, 9월 상하이에서도 스타트업 축제가 열린다.
'슬러시'는 스타트업사우나에서 육성된 스타트업 데뷔 무대다. 창업을 원하는 핀란드 청년들에게 도움을 제공하고 있다. 이곳에 입주해 있는 알토이에스(AaltoES)는 창업 관련해 다양한 실험과 시도를 통해 많은 프로그램들을 키운다. 슬러시, 정션, 키우아스, 스타트업라이퍼스 모두 이들의 작품이다.
'정션 (Junction)'도 마찬가지. 기초 확인을 끝낸 참여자들을 모아 48시간에 이르는 해커톤(해킹+마라톤, 팀을 꾸려 주어진문제를 단 기간 내에 해결하는 것) 행사를 통해 능력을 검증한다. 정션에는 현재 11명이 근무하고 있고 해커톤 대회를 개최하며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렸다. 3~5명이 팀으로 꾸려 주말동안 기업들이 제공한 실무 과제를 해결하는 이벤트를 열었는데 80여개 단체가 참여해 경쟁을 펼쳤다. 지난 5월 서울에서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이벤트를 열었다. 음지에서 활동하는 헤커들을 양지로 끌어올리고 서로 교류를 하는 장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스타트업 라이퍼스(Startup Lifers)도 눈길을 끈다. 우수한 인재(정션을 통해 능력을 검증받은 청년들)를 미국 실리콘밸리, 영국 런던, 독일 베를린 (과거 싱가폴 등 아시아를 시도했지만 현재는 실리콘벨리에 집중) 등의 벤처기업으로 보내 1~2년 동안 인턴으로 근무하게 하면서 기업가 정신 및 실무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키우아스 엑셀러레이터' 프로그램도 있다. 1년 2회 진행하는 3주 프로그램 키우아스 스타트는 아이디어 단계에 참여해 사업 아이템을 도출하는 형식으로 예비창업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여름 9주 프로그램 키우아스 엑셀러레이터는 기존 스타트업들이 성장 할 수있는 프로그램으로 공간, 네트워킹, 멘토링, 투자자 대상 피칭 등을 제공한다. 9주 프로그램은 2010년 섬머오브스타트업에서 출발해 2017년 키우아스 엑셀러레이터로 전환했다. 무상으로 진행되는 프로그램으로 참여 멘토는 슈퍼셀 창업자이자 대표 일카 파나넨 등 실제 창업자들로 구성돼 있다. 우승팀에게는 무료컨설팅 등 혜택을 제공한다.
◆매년 연말 슬러시 축제…전세계 청년들 핀란드로
스타트업 사우나의 4단계 육성모델(정션·스타트업라이퍼스·카우아스 스타트·키우아스 엑셀러레이터)은 반드시 처음부터 수료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역량이 된다면 누구나 중간에 참여할 수 있다. 비용은 정부 및 핀란드 기업의 지원으로 충당하고 있다.
스타트업사우나는 학생 등 시민들로부터 시작해 정부가 지원하는 보텀업(bottom up)방식으로 핀란드식 스타트업 생태계의 대표 사례다. 창업자 강연, 발표경진대회, 해커톤 등 창업과 기업가활동 관련 행사를 연간 100회 가까이 열린다. 기업가 정신을 기반으로 네트워킹 기술, 스타트업 경영, 비즈니스 모델을 실전 수준으로 가르치고 있다. 새로운 사업 아이템을 창업해 진행되며 성공할 경우 독립해 내보낸다. 업체 선정은 외국인에게도 개방된다. 핀란드에서 거주한다는 전제하에 외국인은 물론 난민에게도 열려 있다. 알토이에스의 목표는 '초심으로 돌아가 핀란드 스타트업을 키우자'이다.
시니 스타트업사우나 홍보담당은 "핀란드 학생들은 대기업 취업보다 창업에 방점을 찍고 있다"며 "대기업 임원보다 창업에 성공한 3~4년 경영한 경력의 소유자를 더 우대한다"고 말했다. 글·사진=핀란드 헬싱키 박간재 기자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