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언제든 사과를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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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우리는 언제든 사과를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다
오선우 사회부 기자
  • 입력 : 2019. 08.19(월) 17:24
  • 오선우 기자
오선우 사회부 기자.
광복절을 하루 앞둔 날이자 '위안부 기림의 날'이었던 지난 14일, 광주시청 평화의 소녀상 앞에 일제 전범을 진심으로 뉘우치고 사과하며 평화의 메시지를 전하려는 일본 국민이 섰다.

아베 정권의 야욕 아래 왜곡되고 숨겨져 왔던 일제 침략사를 제대로 배우고, 피해자들의 아픔을 공감하기 위해 모인 '한국에서 배우는 역사기행단' 나가사키 지역민 12인이었다. 이들은 이날 평화의 소녀상 앞에 헌화하며 사죄했다.

아울러 광주 시민들은 기꺼이 그들의 진심 어린 사과를 받아들이고 함께 웃으며 평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이들처럼 일본 내에서도 과거를 뉘우치고 진실을 바로 세우려는 양심 세력이 적지 않다.

미쓰비시 강제징용 대법원 보상 판결과 일본 내 피해자들을 기리는 각종 시설이 들어선 것만 봐도 일본 현지의 양심 있는 시민단체와 활동가들의 조력은 큰 힘이 되고 있다.

남은 것은 아베 정권을 비롯한 일본 정치권의 반성뿐이다.

지난 14일 교도 통신 등에 따르면, 아베 총리가 전날 야마구치현 시모노세키시에서 열린 자신의 후원회 관계자들과 만나는 자리에서 "민민(民民)의 일이므로 민민이 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는 곧 징용 문제와 수출 규제 조치로 양국 관계가 악화일로를 걷는 상황에서도 민간 교류는 이뤄져야 한다는 인식을 나타낸 것이다.

그들 역시 상당한 압박과 피해를 감수하고 있으며, 전면적인 냉전 체제로 돌입하는 것은 꺼리고 있다는 사실을 방증하기도 한다.

아니, 어쩌면 "국가간 외교와 민간 외교는 구분하자"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전쟁은 전쟁대로 하되 교류를 끊거나 불매운동을 하는 것은 치사하다는 비아냥일 수도 있다.

허나 나도 그들에게 되묻고 싶다.

"사적(개인 청구권)인 것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는 이들과 어떻게 공적(경제 협력)인 것을 논한단 말인가?"

강제징용과 근로정신대 할머니들에 대한 사과와 보상은 양보하고 말고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일제 침탈에 무고하게 희생된 할머니들의 피눈물이 보이고 절규가 들리는데, 뒤틀리고 왜곡된 채 묻혀가는 진실을 무시한 채 당장 힘들다고 치아를 내보이고 웃을 수는 없잖은가.

그러니 일본에 정중하게 이야기하고 싶다. 진심으로 사죄하라.

체면치레로 한두 번 사과해놓고 "충분히 사죄했는데 왜 그러냐", "보상이라면서 결국 돈을 원하는 것 아니냐" 따위의 말은 하지도 말기를.

보상이나 돈의 액수가 중요한가? 할머니들의 찢어진 가슴은 얼마를 줘도 되돌릴 수 없다.

그럼에도 80년 동안 아물지 못한 채 피와 고름을 쏟아내고 있는 그들의 생채기에 딱지라도 앉을 수 있도록, 일본은 끊임없이 사죄해야 한다.

국민이 괜찮다고 할 때까지, 할머니들이 "그만 됐다"라고 말씀하실 때까지.

'할 만큼 했다'는 가해자가 할 말이 아니니까.

오선우 기자 sunwoo.oh@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