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를 너머'… 올해 대구서 열리는 오월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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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경계를 너머'… 올해 대구서 열리는 오월전
◇5·18 40주년 맞은 광주 藝街 <4>'호랑가시나무 아트폴리곤'||전라·경상도 작가들 3년간 전시 합작 올해 '최종 결실'||"광주 작가들 아픔 치유에 중점… 영남은 상징적 작품"
  • 입력 : 2020. 02.02(일) 17:34
  • 최황지 기자

지난해 ACC에서 열린 제 2회 영호남 작가 교류전의 모습. 작품은 이이남 작가의 '람보-다시 태어나는 오월'. 호랑가시나무 아트폴리곤 제공

호랑가시나무 아트폴리곤(이하 아트폴리곤)이 올해 5·18광주민주화운동 40주년을 맞아 광주의 경계를 뛰어넘어 오월 정신을 전한다.

지난 2018년부터 아트폴리곤은 '5·18 40주년 기념을 위한 영호남 작가 교류 3년의 프로젝트'라는 주제로 릴레이 전시를 진행해 왔다.

아트폴리곤의 영호남 교류는 지난 2018년 봄부터 시작됐다. 대구·경북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는 '한국목판화협회'의 작가들이 오월 어머니집을 통해 5·18 기획 전시를 제안했고 아트폴리곤의 정헌기 대표는 광주에서 활동하고 있는 예술가들과 함께 2020년까지 진행되는 장기 프로젝트로 만들어내며 영호남 교류의 장을 지속시켰다.

5·18에 대한 이미지 고착화를 우려한 광주와 타 지역 작가들은 프로젝트를 통해 풍성한 전시를 만들어냈다. 2018년, 광주 양림동 아트폴리곤에서 마련된 제 1회 '오월 저 너머에' 영호남 작가 교류전에는 광주 작가 6명, 영남 작가 6명이 참여했다. 약 보름 간(5월 16일~5월 30일) 펼쳐질 예정이었던 전시는 관람객들의 호응으로 인해 6월 6일까지 연장 운영되기도 했다.

제 2회 '각자의 시선'을 주제로 열린 영호남 작가 교류전은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 복합 6관에서 더욱 다채롭게 열렸다. 광주 작가 17명, 영남 작가 11명 등 총 28명이 참여한 대규모 전시로 몸집을 키웠다.

전시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도 '영호남 교류'에 충실했다. 전시 준비 기간 동안 영남 작가들을 광주에 초청해 5·18국립묘지, 오월 어머니회 등에서 합숙·워크숍을 병행하며 서로 5·18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작품 활동을 펼쳐나갔다.

지난해 전시 주제인 '각자의 시선'처럼, 실제로도 5·18을 바라보는 예술가들의 시선은 지역에 따라 조금씩 달랐다. 광주 출신 작가들의 작품은 대부분 '아픔'과 '치유'에 초점을 맞춘 작품이 선보여진 반면 영남 출신 작가들의 작품은 5·18이 가진 상징성에 주목한 작품들이 많았다.

정 대표는 "광주 작가들은 직접적으로 이미지를 보여주기 보다는 개인적 감정의 승화가 많았다"며 "반면 영남 작가들은 대부분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이미지적인 작품이 많았다. 대검, 진압봉 등의 작품들은 타지역에서 바라본 5·18의 상징성을 잘 드러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트폴리곤은 5·18 40주년을 맞아 모두가 광주를 주목하는 올해, 대구로 발걸음을 돌린다. 아트폴리곤이 지난해 전시를 펼쳤던 ACC측과 전시 운영 등에서 원활한 협상이 진행되지 않으면서 대구에서 교류전을 갖기로 잠정적 결론을 내렸다.

대구에서 열리는 전시지만 아트폴리곤은 '오월 정신 확산'이라는 데 의미를 두고 오월전을 준비하고 있다.

정 대표는 "ACC에서 전시를 하지 못해 아쉽지만 대구에서 5·18 전시를 한다는 것은 의미가 있다"며 "광주 문화예술 전체가 5·18 40주년을 바라보며 준비하고 있는 모습이 '광주만의 축제'로 비춰질까 염려가 된다. 한국 민주주의의 한 획을 그은 5·18 정신이 광주에만 머물러 있는 것이 아쉬워 대구로 가게 됐다"고 말했다.

현재 아트폴리곤은 올해 3년차를 맞은 이번 영호남 교류전을 펼칠 장소를 물색하고 있다. 매년 다채로운 작품과 5·18에 대한 다양한 시선을 한자리에 모은 만큼 올해도 어떤 시선들이 한 곳에 모일 지 주목된다.

정 대표는 "5·18은 겪은 세대, 관찰자 세대가 나뉘듯이 예술가 중에서도 표현하는 방법이 다 다를 수 밖에 없다"며 "'광주의 오월'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선들을 한자리에 모아보고 이 전시를 바탕으로 40주년을 맞은 오월 정신이 다른 지역으로 확산됐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최황지 기자

황인호 작가의 '나무는 알고 있어'. 호랑가시나무 아트폴리곤 제공

최황지 기자 orchid@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