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향 가득 매화의 매력에 흠뻑 취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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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묵향 가득 매화의 매력에 흠뻑 취해볼까
수묵화 대가 문봉선 화백 로터스 갤러리서 전시||4월30일까지 '소영암향-달빛 아래 매화향기' 주제
  • 입력 : 2020. 02.10(월) 17:33
  • 박상지 기자
문봉선 작 '매소명월'


매화, 모란, 작약, 국화, 연꽃, 난초 등은 동양화의 주된 소재다. 이 중 매화는 가장 먼저 피어 시인묵객의 사랑을 받아왔다. 음력 섣달에 핀다 하여 '납월매'라고도 불리는 매화는 예나 지금이나 동양문화를 대표하는 꽃으로 자리매김해 왔다.

그윽한 향을 품은 매화의 매력이 흠뻑 묻어나는 전시회가 마련돼 관람객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문봉선 홍익대 동양학과 교수는 오는 4월 30일까지 광주 서구 무각사 로터스 갤러리에서 초대전을 갖는다. 독특한 필치로 한국화의 새로운 기풍을 열어온 문 교수는 매화 공부에만 20년을 매달온 화가다. 겸재 정선, 단원 김홍도, 이인문의 화풍을 잇는 한국화가로 주목받고있다.

이번 전시에서 문 화백은 '소영암향(疎影暗香)-달빛 아래 매화 향기' 주제로 현대 수묵화의 진수를 느낄 수 있는 서정적인 작품을 선보인다. 전시작은 40여점으로 소품부터 폭 147cm×가로 680cm의 대작까지 다양하다.

제주에서 태어나 10살 때부터 붓을 잡은 문 화백은 서른 살 즈음에 우연하게 선암사 홍매화 사진을 접하곤, 선암사와 화엄사 등 남도지방을 돌며 매화, 대나무, 소나무를 한지에 담았다. 그리고 매화가 가진 그윽한 향과 고운 자태를 표현하고 싶어 매화와 관련된 책을 구해 공부했다.

매화를 광목천과 아사천과 쌀가루를 이용해 그린 것은 문 화백의 부단한 연구의 산물이다. 광목천이나 아사천을 이용한 건 한지보다 색이 어둡지만, 늦겨울과 초봄의 경계에 선 남도의 빛을 담담하게 표현해 수 있어서다. 흰색을 보다 사실적으로 그리고자 흰색은 쌀가루를 곱게 빻아 아교로 붙여 표현했다. 흰색 가운데 가장 높은 순도를 가진 눈에 가깝기 때문이다.

문 화백이 유달리 매화에 필이 꽂힌 건 우선은 △꽃이 주는 청순함 △거친 등걸에서 수직으로 솟구쳐 올라간 햇가지의 강인함 △가장 먼저 피는 선구자의 부지런함과 눈 속에서 향기를 발하는 고고함 △다른 꽃과 달리 땅을 향해 비스듬히 피는 겸손함 때문이다.

이번 전시회에 대해 문 화백은 "매화는 추위와 고달픔 속에서 더욱 향기롭다. 추운 겨울을 지나 새로운 봄을 맞아 청향을 발하는 매화처럼 기다릴 줄 아는 사람이 되었으면 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문 화백은 이번 전시회에서 붓으로 쓴 금강경 사경도 전시한다. 이 금강경은 새로 건립중인 무각사 법당에 자리할 부처님 복장안에 들어갈 예정이다.

홍익대학교 동양화과(1984) 및 동대학원(1986)을 졸업한 문 화백은 중국 남경예술학원(2004)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작품집으로 '문봉선'(시공사, 1995), '새로 그린 매난국죽'(학고재·2007), '문봉선'(열화당·2010), '강산여화'(수류산방·2016) 등이 있으며, 1987년 대한민국미술대전 대상, 중앙미술대전 대상, 동아미술제 동아미술상, 2002년 선미술상, 2016년 한국평론가협회 작가상을 수상했다.

2016년에는 초묵법과 여백을 최대한 이용해 150m에 달하는 우리나라 등줄기 백두대간을 그려 전시했다.

박상지 기자 sangji.par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