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 신안관광, '인피니또뮤지엄' '김환기 생가활용'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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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기획
 <하> 신안관광, '인피니또뮤지엄' '김환기 생가활용'에 달렸다
기회의 코로나 밥이 되는 로컬문화 〈하〉 ‘킬러콘텐츠' 행정적 뒷받침 필요||2024년 완공예정 '인피니또뮤지엄' 문체부서 건축설계 승인 보류||세계적 건축가 박은선·마리오 보타 참여 두고 문체부 고심||환기재단과의 관계개선도 시급
  • 입력 : 2020. 10.27(화) 17:20
  • 박상지 기자

2024년 완공 예정인 '인피니또 뮤지엄'이 들어설 자은도 둔장 해변. 신안군 제공

감동적인 작품 하나가 쇠락의 길을 걷고있는 지역에 희망이 된 사례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영국 북부 타인위어 주 게이츠헤드 시를 꼽을 수 있다. 한때 탄광·조선도시로 명성을 날렸으나 산업화의 유물만 붙잡고 있다가 몰락의 길을 걸었던 게이츠헤드 시가 과거의 영광을 되찾을 수 있었던것은 안토니 곰리의 조각상 '북방의 천사' 덕이었다. 16억원을 투입한 1만개의 콜라캔을 이용한 재생아트가 가져온 효과는 상상 이상이었다. 연간 1000만명이 넘는 관광객이 다녀가면서 매년 8조원 이상의 관광수입을 올리고 있으며, 20만명 시민 가운데 20%가 실업자였으나 북방의 천사가 지상에 내려오면서 실업률은 4%대로 떨어졌다. '킬러콘텐츠'가 밥이 되는 사례는 이 뿐만이 아니다. 구겐하임미술관으로 '빌바오 효과'라는 말까지 만들어낸 스페인의 빌바오와, 지추미술관·이우환미술관을 세우며 예술의 섬으로 국제적 명성을 얻고있는 일본의 나오시마 섬도 빠지지 않는 단골사례다.

신안군이 야심차게 추진중인 1도1뮤지엄 아트 프로젝트에서는 자은도 둔장해변에 설립예정인 '인피니또 뮤지엄'과 안좌도의 '김환기 생가의 활용'에 기대가 높다.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있는 김환기의 예술혼을 느낄 수 있고, 세계적인 건축가들이 참여하는 이 두 공간은 신안 1도1뮤지엄의 '킬러콘텐츠'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지만, 계획대로 실현되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국내 문화예술계에서는 "명성있는 작가와 작품이 쇠락하는 지역사회에 미치는 긍정적 효과를 행정에서도 고려해야 한다"며 "많게는 수백억원이 투입되는 대형 프로젝트인만큼 실패의 길을 걷지 않도록, '김환기 선양 사업'과 '인피니또 뮤지엄'에 관한 행정적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신안 안좌 출신인 김환기는 한국 추상화의 선구자로 국내외에서 인지도가 높다. 일본에서 유학하고 서울과 뉴욕에서 작품 활동을 해 온 김환기는 고향 안좌를 늘 그리워했던 것으로 알려져있다. 김환기 작품에 나타나는 푸른색은 안좌도 앞바다에서 유래됐다는 분석도 있다. 신안 안좌도 읍동리에 있는 김환기 고택은 현재 국가민속문화재 제251호로 지정돼 있다. 1920년대 말 백두산에서 가져온 목재로 지어진 주택 중 현재는 안채만 남아있다. 안채 옆 화실로 쓰여졌던 공간은 안좌 주민이 거주하고 있다.

신안군은 국내외 미술계에서 높은 인지도를 가지고 있는 김환기를 '신안의 인물'로 기리기 위해 지난 2007년부터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환기 선양 사업회'를 발족해 서울에 있는 환기재단과 문화예술교류에 관한 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환기 미술관 관계자들을 초청해 신안군에서 주민들을 위한 강의를 열거나, 국내외 미술인들을 대상으로 '김환기국제미술대전'도 개최했다. 특히 환기재단과 신안군은 뉴욕에 있는 김환기 묘 이전 추진을 비롯해 신안에 70억원 규모의 김환기 미술관 설립을 계획하는 등 '김환기 선양 사업'은 원만하게 진행되는 듯 했다. 하지만 당시 환기재단 이사진들이 교체되면서 신안군과의 관계에 금이가기 시작했다. 신안에서 사용한 김환기 작품 이미지나 명칭에 저작권 등 이의제기가 이어졌고, 결국 추진하려던 '김환기 미술관' 건립도 변경, 축소 등 부침을 겪으며 지지부진하게 됐다. 최근 1도1뮤지엄이 진행되면서 환기재단 측에 관계개선 노력을 기울였으나 이에대한 대답은 듣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신안군 관계자는 "김환기 명칭이나 작품 이미지 사용에 대한 제한 때문에 김환기 미술관의 콘셉트를 '플로팅 뮤지엄'으로 바꾼 상황"이라며 "김환기를 기리는 일에 있어 환기재단과 고향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이 다른만큼, 환기재단과의 관계 개선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자은도 둔장해변을 끼고 2024년 개관 예정인 '인피니또 뮤지엄'의 전망도 밝지만은 않다. 이탈리아어로 '무한'을 뜻하는 '인피니또 뮤지엄' 설계에는 유럽에서 인지도가 높은 한국 출신 박은선 작가가 참여한다. 이탈리아에서 활동 중인 박은선 작가는 2018년 한국인으로서는 최초로, 동양에서는 3번째로 '프라텔리 로셀리'상을 수상한 조각가다. '인피니또 뮤지엄'에는 박은선 작가 외에 세계적인 건축가인 마리오 보타가 참여하기로 해 건축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마리오 보타는 서울 삼성미술관 리움과 강남 교보타워 설계자로 국내에 알려져 있다. 끝없이 펼쳐진 신안의 갯벌과 세계적인 건축가들이 참여하는 뮤지엄의 조화는 국내 뿐 아니라 해외 관광객들의 발길을 끌어모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지만, 안타깝게도 올 상반기 문체부에서는 '인피니또 뮤지엄' 건립에 대해 사전평가제에서 보류 판정을 내렸다.

'특정 작가'에 대한 의존도가 높고, 섬 특성상 접근성이 부족하다는 것이 보류판정의 요지이다. 여기에 2010년부터 진행되고 있는 김환기 미술관 건립에 관해 하루빨리 매듭을 지으라는 내용도 포함됐다.

신안군 관계자는 "접근성과 관련된 문제는 1004대교가 개통돼 해결이 됐고, 특정작가에 관한 의존도는 참여작가와 국내 다른 작가들과의 협업을 통해 풀어갈 수 있을 것 같다"며 "김환기미술관 관련 문제는 신안군에서는 관계개선을 위해 최선을 다 하고 있고, 문체부와도 조율을 통해 풀어가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2024년 완공 예정인 '인피니또 뮤지엄'이 들어설 자은도 둔장 해변. 신안군 제공

2024년 완공 예정인 '인피니또 뮤지엄'이 들어설 자은도 둔장 해변. 신안군 제공

신안 안좌군에 있는 김환기 고택. 신안군 제공

신안 안좌군에 있는 김환기 고택. 신안군 제공

박상지 기자 sangji.par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