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역사와 맛, 가성비까지 잡은 주먹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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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5·18 역사와 맛, 가성비까지 잡은 주먹밥"
●주먹밥, 광주를 담다 (1)밥콘서트||5·18민주화운동 최후 항쟁지, 옛전남도청 인근||12가지 주먹밥… ‘518 주먹밥세트’ 가장 인기||“젊은층엔 맛과 가성비, 기성세대엔 옛 기억을”
  • 입력 : 2020. 11.04(수) 11:49
  • 곽지혜 기자

주먹밥 시리즈 : 밥 콘서트. 나건호 기자

"간단해 보이지만 꽉찬 맛, 가벼워 보이지만 속은 알차고 묵직한 음식이죠."

'광주주먹밥' 전문점 1호점을 운영하고 있는 권영덕(30) 대표는 주먹밥에 대해 이렇게 표현했다.

1980년 5월, 나눔과 연대의 상징인 '주먹밥'을 광주 대표 음식으로 육성하기 위한 광주시의 노력이 박차를 가하고 있는 가운데, 현재 광주에서는 11개 광주주먹밥 전문점이 운영 중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먼저 '광주주먹밥' 간판을 내건 '밥콘서트'는 5·18 민주화운동 최후의 항쟁지인 옛 전남도청 인근에 자리해 있다.

이곳에서는 12가지 종류의 다채로운 주먹밥과 대표 메뉴인 518세트 등 주먹밥과 조화로운 곁들임 음식까지 한 상에서 즐길 수 있다.

40년 전, 그저 소금으로 간을 한 밥에 김을 싸서 나눠 먹었던 주먹밥은 이제 각양각색의 재료를 활용해 눈으로도 먹고, 맛으로도 즐기는 음식이 됐다.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할만 한 김치대패삼겹살, 제육볶음, 소고기 표고조림이 들어간 구운 주먹밥 3종은 속재료를 넣고 밥을 뭉친 후에 특제 소스를 발라 불판에 다시 한번 구워내 바삭하면서도 구수한 맛이 특징이다. 강황가루를 넣고 밥을 지은 멸치주먹밥과 떡갈비주먹밥, 향긋한 참나물이 들어간 무등산나물주먹밥이 역시 인기메뉴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많이 팔리는 메뉴는 바로 '518주먹밥세트'이다. 그날 날씨나 재료 수급에 따라 매일 달라지는 주먹밥 2종과 광주 대표 음식 중 하나인 상추튀김, 멸치국수, 떡볶이로 푸짐하게 구성되어 있어 직장인들의 점심 메뉴 1순위로 자리 잡았다.

4일 점심시간 '밥콘서트'를 찾은 김지윤(27)씨는 "근처에 직장이 있어서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이곳에서 점심 식사를 하는데, 꼭 먹게 되는 메뉴가 518세트이다"며 "그날그날 주먹밥이 달라지는 것도 좋고, 맛은 물론, 가성비가 좋아서 자주 찾게 된다"고 말했다.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은 주먹밥 전문점이라는 간판을 보고 이곳을 찾았다가 주먹밥에 담긴 옛 기억을 나누며 소주 한 잔을 기울이기도 한다.

주먹밥이 주력 메뉴이다 보니 가장 신경 쓰고 있는 것도 '밥'이다.

권 대표는 "어떻게 하면 좀 더 맛있게 밥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찹쌀과 일반 쌀을 적정 비율로 섞어 쓰면 밥이 훨씬 맛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밥을 지을 때 다시마와 약간의 소금 간을 하면 훨씬 더 감칠맛이 난다"고 소개했다.

주먹밥을 뭉칠 때 흔히 참기름을 사용하지만, 참기름을 너무 많이 사용하면 밥알이 마르거나 텁텁해지는 단점이 있다. 그래서 참기름은 아주 소량만 사용하고 마요네즈를 살짝 넣어 고소한 맛을 내는 것이 이곳만의 비법이다.

권 대표는 5·18민주화운동을 직접 겪은 세대는 아니지만, 그 어느 것보다 중요한 것이 광주의 정신이라고 생각하고 주먹밥 메뉴를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주먹밥은 우리가 광주의 아픈 역사를 잊지 않고 떠올릴 수 있게 하는 매개체라고 생각한다"며 "이제 광주하면 주먹밥을 가장 먼저 떠올리는 날이 올 수 있도록 더욱 맛있고 건강한 음식을 만들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주먹밥 시리즈 : 밥 콘서트. 나건호 기자

곽지혜 기자 jihye.kwa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