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현(광주 북부소방서 119구조대 구조대원)(352/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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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사람들
김치현(광주 북부소방서 119구조대 구조대원)(352/1000)
  • 입력 : 2021. 08.17(화) 16:37
  • 도선인 기자

"누군가의 생명을 구할 수 있다는 것은 저에겐 큰 행복입니다. 저는 광주 북부소방서 119구조대에서 구조대원으로 일하고 있는데요. 주로 화재, 물난리 등 재난현장에서 인명구조를 합니다. 저는 특전사에서 부사관으로 근무한 4년 경력이 인정돼 소방관 구조대원이 될 수 있었습니다. 직업군인 하면서도 국민을 지킬 수 있지만, 사람들을 직접 구조하는 소방관 직업에 보람과 매력을 느꼈습니다.

그렇게 소방관이 된 지 벌써 15년이 됐습니다. 신입일 때 겪은 '문 개방 신고 현장'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어느 날 '문 개방' 관련 신고가 들어왔는데요. 더 자세한 내용은 모른 채 어떻게 거대하고 단단한 문일까 걱정하며 출동했죠. 절단기기도 잔뜩 챙겼습니다.

그런데 출동하고 보니, 그 문이 냉장고 문이었습니다. 거동이 불편한 분이 그날따라 보호자가 없었는데, 물 한 모금이 간절했던 것입니다. 오죽하면 119에 신고까지 했을까, 생각했죠. 긴장이 풀려 황당하면서도 그분께 생명수를 전한 것 같은 기분에 뿌듯했습니다. 저에겐 작은 도움일 뿐이지만, 그분에게는 생사가 오가는 순간이었을 겁니다.

요즘 폭염 날씨요? 화재현장 체감온도는 어마어마하죠. 땀은 비가 오듯 흘러 눈이 따가울 정도예요. 화재 구조 때 등에 메는 공기호흡기, 방화복, 조명기 등의 장비까지 무게는 30kg에 육박합니다. 그래도 상황이 너무 급하다 보니 더운지를 모릅니다. 구조작업이 끝나고 탈진할 때 깨닫곤 하죠.

구조작업은 혼자 하는 게 아니라서요. 동료들이 많이 의지가 됩니다. 모든 재난현장에서 함께 있어 주는 사람들이니깐요. 여러 참혹한 현장에 소방관들이 PTSD 증상을 겪곤 하는데요. 동료들이 겉으로 괜찮은 척 크게 티를 안 내지만, 속은 힘든 경우도 종종 있죠. 그래도 요즘은 구조작업 이후 진행하는 상담과정, 힐링 프로그램 등이 체계적으로 짜여 있어요. 아주 큰 도움이 되죠."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