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악회가 아닙니다"… 쓰레기도 줍고 등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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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복지
"산악회가 아닙니다"… 쓰레기도 줍고 등산도 하고
광주문화재단 ‘쓰담산행’ 눈길 ||5월부터 첫 출발 총 7회 진행 ||‘줍고-담고-쌓고’ 캠페인 운영 ||전국 기관 교류 내년도 지속 ||“산행 문화로 정착위한 홍보”
  • 입력 : 2021. 12.20(월) 11:32
  • 조진용 기자

광주문화재단이 시행하고 있는 쓰담 산행과 '줍고-담고-쌓고' 캠페인에 관심이 쏠린다. 산행을 위해 무등산을 찾은 시민들에게 환경보호 실천을 유도하고 있어서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캠페인이 하나의 문화로 정착될 수 있도록 시민들에게 알리고 전문성 강화를 위해 환경전문단체와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광주문화재단이 지난 5월24일 부터 시작한 '무등산 쓰담 산행'. 광주문화재단 직원 및 일반시민(등산객)들이 쓰레기 투기로 훼손된 등산로를 재정비하기 위해 마련된 캠페인 형태 행사다.

●쓰레기도 줍고 등산도 하네

지난 18일 소복이 눈이 쌓인 무등산 증심사길 광주문화재단전통문화관(광주 동구 의재로 222) 길목. 등산화에 아이젠을 착용한 채 쓰레기 종량제 봉투와 집게를 들고 눈이 녹아 있는 도로 갓길에서 쓰레기를 줍고 있는 10여명의 시민들이 보인다. 종량제 봉투를 살펴보니 눈에 불어 녹아있는 담배꽁초, 잔여물로 얼어붙은 음료수 페트병, 일회용 종이컵 등이 모아져 있었다.

연신 쓰레기만 수거하고 있는 모습에 무등산 국립공원 관리소 직원들임을 짐작케 했으나 이들은 광주문화재단 직원들이다.

광주문화재단 직원들이 모인 이유는 무등산 국립공원 정화활동 일환으로 '무등산 쓰담 산행'추진을 위해 모인 것.

무등산 쓰담 산행은 등산객들의 쓰레기 투기로 훼손된 등산로를 재정비하기 위해 마련된 캠페인 형태의 행사다. 참여 대상자는 광주문화재단 직원 및 일반시민(등산객)으로 전통문화관 앞에서 모여 쓰레기봉투를 나눠주고 무등산 등산로(천제단 또는 토끼등)까지 함께 산행하며 쓰레기를 줍는방식으로 진행된다.

10여명의 광주문화재단직원들이 전통문화관에서 출발해 의제미술관까지 걸으며 쓰레기를 수거하고있다.

무등산 쓰담 산행은 무등산 주변 일대 '(쓰)레기를 (담)는다'의 줄임말로 무등산을 '쓰담 쓰담 위로해 준다'는 의미도 담겼다.

당초 영무건설(대표 박재홍) 직원 20여명이 쓰담 산행에 참여하기로 했으나 광주문화재단이 지난 17일부터 광주·전남지역에 발효된 대설주의보를 감안해 안전상의 이유로 쓰담 산행 코스를 단축(광주문화재단전통문화관 - 의제미술관)했다. 이날 광주문화재단 직원 10여명만 쓰담 산행을 나섰는데 눈이 녹아있는 도로 갓길 쪽을 예의 주시하며 쓰레기를 줍는데 집중했다.

쓰담 산행에 동참하지 못한 영무건설은 아쉬움을 드러냈다.

김용일 영무건설 상무는 "최근 ESG경영이 화두가 되고 있어 환경활동분야에 관심을 갖고 있다. 토요일을 활용해 직원들과 함께 산행을 하며 자연환경을 깨끗이 하는 쓰담 산행에 참여하고 싶었으나 안전상의 이유로 아쉽게도 참여하지 못했다"며 "내년 1월 쓰담 산행에 참여하기 위해 광주문화재단측과 시일을 논의 중이다"고 말했다.

●쓰담산행·캠페인 내년에도 지속

쓰담 산행은 일회성이 아닌 지속적으로 이뤄졌다. 올해 5월24일 광주문화재단직원 16명을 시작으로 △6월21일 무등산 국립공원·무등 공부방 21명 △ 8월30일 광주문화재단직원 8명 △ 9월27일 학운동 주민자치회 16명 △ 10월29일 (사)코코넛 15명 △11월15일 광주복지연구원 15명으로 총 94명이 쓰담 산행에 참여했다.

광주문화재단은 쓰담 산행 외에도 특별한 이벤트도 운영하고 있다.

쓰담 산행을 통해 종량제봉투에 모아진 쓰레기.눈에 불어 녹아있는 담배꽁초, 잔여물로 얼어붙은 음료수 페트병, 컵라면 용기등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전통문화관에서 열리는 '무등풍류던'행사가 있는 요일 오전에 전통문화관 솟을대문 앞에서 등산객을 대상으로 쓰레기봉투를 나눠주는 '줍고-담고-쌓고' 캠페인을 전개한다.

등산객들은 산행하며 쓰레기봉투에 쓰레기를 담아 하산하는 길에 위치한 '무등산탐방지원센터'에 모은 쓰레기를 제출하면 개인별 그린포인트를 적립해준다.

그린포인트 적립 방법은 쓰레기 수거→탐방지원센터에서 쓰레기 측정·포인트 적립(쓰레기 1g당 2포인트) → 국립공원 사이트에서 쿠폰 출력 →국립공원시설 이용(주차장·야영장·침구류 등) 순서로 진행된다.

광주문화재단이 쓰담 산행과 '줍고-담고-쌓고' 캠페인을 마련한 데는 전통문화관이 무등산과 인접해 있는 지리적 특성을 고려해서다.

황풍년 광주문화재단 이사장은 "무등산은 광주의 '어머니의 산'이라고 불리우며 지난 2013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됐다. 2018년에는 유네스코 세계 지질공원으로 추가 지정돼 지역민들의 무등산 자연보존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며 "걸으면서 쓰레기를 줍는 행위를 의미하는 '플로깅'을 산행에 접목시켜보면 어떨까 고민하다 추진하게 됐다. 꾸준히 시민(지역민)들과 함께 생활 속 환경보호 실천에 집중하려 한다"고 말했다.

광주문화재단의 쓰담 산행과 '줍고-담고-쌓고' 캠페인은 내년에도 지속된다.

황 이사장은 "쓰담 산행과 캠페인을 전국기관들과 교류해 산·바다·강 등 전국으로 확산되도록 하는 게 내년 목표다"고 말했다.

광주문화재단직원들이 쓰담 산행에 나섰다.쓰담 산행은 무등산 주변 일대 '(쓰)레기를 (담)는다'의 줄임말로 무등산을 '쓰담 쓰담 위로해 준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

●단발성 안돼 꾸준함 유지를

본래 광주문화재단전통문화관은 무형문화재와 지역 전통문화자원을 활용해 융복합 전통문화예술 프로그램 '무등 풍류 뎐'이 개최되는 주된 장소다.

현재의 광주문화재단전통문화관은 절기별 8회 전통문화를 선보이는 곳임과 동시에 시민들이 생활 속에서 환경보호 실천을 할 수 있도록 지원자 역할도 수행하고 있는 셈이다.

환경전문가들은 쓰담 산행과 캠페인이 하나의 문화로 확산되야한다는 입장이다.

김태희 자원순환사회연대 국장은 "쓰담 산행과 캠페인은 쓰레기를 주우며 걷는 것을 뜻하는 '플로깅'으로 장소만 변경됐다."며 "시민들의 쓰담산행과 캠페인 참여 확대와 지속성이 유지되기 위해서는 시민들이 직접 인식할 수 있는 홍보 방안을 강구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전문 환경단체와 함께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허승희 녹색소비자연대 소장은 "무등산 보호단체협의회 등 무등산과 관련된 환경생태 기관들이 있다. 쓰담 산행과 캠페인을 진행할 때 시민들이 무등산의 생태도 들여다볼 수 있도록 전문적인 기관도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글·사진 = 조진용 기자

조진용 기자 jinyong.cho@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