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펑크> 디지털 트윈, 디지털로 미러링 된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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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 펑크> 디지털 트윈, 디지털로 미러링 된 세상
  • 입력 : 2022. 01.06(목) 17:53
  • 양가람 기자

영화 '어나더 어스(Another Earth, 2011)'의 한 장면

마이크 카힐 감독의 영화 '어나더 어스(Another Earth, 2011)'에는 '쌍둥이 지구(제2의 지구)'에 가고 싶어하는 여주인공 로다가 등장한다. '제2의 지구 탐사 프로젝트'에 지원한 로다는 순간의 사고로 일가족을 사망케 하고, 죄책감에 '살아남은 자' 존의 주위를 맴돈다. 양 쪽 지구가 서로를 관측할 수 있게 된 4년 전은 로다가 존의 가족에게 교통사고를 낸 시점이다. '깨진 거울 이론'에 따라 로다는 제2의 지구에서는 사고가 나지 않아 존의 가족들이 살아있을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생각하게 된다. 로다는 제2의 지구행 티켓을 손에 쥐지만, 결국 존에게 티켓을 양보하고 제1의 지구(현재)에 머문다. 그리고 허름한 옷을 입고 있는 자신과 달리, 멀끔한 옷을 차려입은 또다른 자신과 조우한다.

역사적으로 인간은 자신과 똑같은 존재에 대한 상상을 품으며 진화했다. 도플갱어, 복제인간 등에 관한 문학작품이 쏟아지는 이유다.

메디컬 트윈, 나를 복제하다

영화 '어나더 어스'가 상영된 지 11년이 흐른 2022년. 인간은 직접 가상의 세계를 만들 수 있는 존재가 됐다. 디지털 트윈(Digital twin). 컴퓨터 속 가상 공간에 현실 사물을 모방해 시뮬레이션하는 것으로 일종의 디지털 쌍둥이, 아바타를 만드는 기술이다. 의료 분야에서는 복제된 가상의 신체 정보를 통해 환자의 증상을 파악해 치료하는 데 활용된다. 의사는 '디지털 환자'의 신체 정보에서 효과적인 치료법을 파악할 수 있다. 기존에는 환자의 증상을 부분적으로만 파악하고 진단을 내렸다면, 육안으로 관찰하기 어려운 증상들을 종합적으로 파악해 올바르게 대처할 수 있도록 돕는다.

원인모를 병에 걸렸을 때, 나를 복제한 인간에게서 얻은 정보로 치유할 수 있는 날이 온 것이다.

가상에 복제인물을 만들어 TV에 출연시키기도 한다. 중국 중앙텔레비전(CCTV)는 스프링 페스티벌(Spring Festival Gala)에서 네 명의 MC들이 본인의 AI 복제인간과 함께하는 모습을 방영했다. 오벤(ObEN:*소비자를 위한 가상 아이덴티티를 만드는 인공 지능 회사)에서 만든 디지털 트윈이었다. 컴퓨터로 생성된 아바타로 머신 러닝, 자연 언어 프로세싱 및 컴퓨터 비전을 사용해 MC들을 복제했다.

지구의 쌍둥이, 어나더 어스

디지털 트윈은 사람 뿐 아니라 세상도 복제한다. 싱가포르는 도시에 '디지털 트윈'을 접목한 버추얼 싱가포르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도시 전체를 가상 공간 위에 옮겨(복제해) 도시계획이나 현실의 문제점을 바로잡는데 활용한다. 싱가포르의 골칫거리인 홍수 피해도 해안 수위를 모니터링 하는 방법으로 줄여가겠다는 전략이다.

우리나라 세종시 역시 내년까지 IT를 접목시킨 디지털 트윈 도시로 거듭나겠다는 계획이다. 실제 세종시 데이터를 활용해 인구 분포, 상권 분석, 안전과 복지, 교통 등 다양한 분야에 디지털 트윈 기술을 접목시키겠다는 포부다.

온난화, 기후 위기 등 환경 문제가 심각한 가운데 지구 전체를 디지털 트윈으로 구현할 날이 머지 않은 것 같다.

'서로 지구를 발견하기 전까지는 두 지구는 완벽하게 똑같이 돌아가다가, 양 쪽 지구가 점점 가까워져 서로를 관측할 수 있게 된 순간부터 동시성이 깨져서 미묘한 부분들이 차이가 나게 될 수 있다.' 영화 '어나더 어스'에 등장하는 '깨진 거울 이론'은 '서로 마주치면 죽는다'는 도플갱어를 떠올리게 한다.

도플갱어의 존재법칙 탓인지, 아니면 '사용되고 버려지는' 존재의 인권·윤리적 문제 탓인지 복제인간은 인간의 상상 속에만 머물고 있다. 다행히 디지털로 태어나고 있는 이 시대 '디지털 트윈'들에게 아직까지 그런 문제는 없어 보인다. 사고가 발생하지 않아 '제2의 지구'에서 '제1의 지구'로 무사히 넘어 온 '또다른 루다'처럼, 디지털 트윈은 인간세계에 당면한 문제들을 말끔히 해결하기 위해 태어난 디지털 존재다.

편집디자인=어구

양가람 기자 lotus@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