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페트병 분리배출, 원룸촌·단독주택 "아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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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복지
투명페트병 분리배출, 원룸촌·단독주택 "아직은…"
환경부, 지난달 25일부터 시행 ||홍보 부족에 여전히 혼합 배출 ||일괄수거 탓 선별장서 재분류||“요일 배출·분리배출함 설치를”
  • 입력 : 2022. 01.17(월) 11:09
  • 조진용 기자

일괄 수거체계로 인해 투명페트병을 애써 분리배출해도 다른 재활용쓰레기와 뒤섞여 선별장에서 재분류를 해야한다.

환경부가 지난달 25일부터 투명페트병 분리배출제도를 아파트에서 단독주택으로 확대해 시행하고 있지만 초기단계인 탓에 정착하기까지는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직접 돌아 본 주택가, 원룸촌 등에는 분리되지 않고 버려진 재활용 쓰레기들로 가득했다. 무분별하게 버려지다보니 공공선별장으로 모아진 페트병 등을 다시 분리해야 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페트병 분리배출제에 대한 지속적인 계도와 홍보가 절실한 이유다.

전문가들은 요일별 배출제와 주택가 특성을 고려한 분리 배출함을 설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단독주택도 분리배출 해야하나요?"

환경부가 그동안 공동주택(아파트)에만 적용했던 '투명페트병 분리배출제도'를 지난달 25일 단독주택까지 확대했다. 올 1년은 계도기간이지만 분리배출제가 시작된 지 3주째가 되도록 여전히 미흡한 모습들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지난 14일 광주 서구 쌍촌동 주택(원룸)이 밀집된 골목길. 대문 앞에는 재활용 쓰레기들이 봉투에 담겨 배출돼 있다. 내용물을 보니 페트병 라벨이 제거되지 않은 채 유색페트병과 뒤섞여 있었다.

광주 동구 서석동 원룸 밀집 지역. 라벨이 제거되지 않은 페트병이 일반 쓰레기와 뒤섞여 있다.

광주 동구 서석동 일원 골목길 역시 마찬가지. 원룸 밀집 지역이다 보니 투명페트병과 유색페트병이 일반쓰레기(과자 봉지, 음료수 캔 등)와 뒤섞여 있었고 길고양이가 봉투를 할퀴어 배달용기와 오물들이 고스란히 노출돼 있었다. 파란색 재활용 봉투에 페트병만 모아 내놓은 곳도 있었지만 페트병에 라벨은 분리하지 않은 모습이었다.

재활용 쓰래기봉투에 라벨이 제거되지 않은 채 페트병이 배출돼 있다.

시민들은 분리 배출제 시행에 잘 모르는 눈치였다. 주택가 분리배출제에 대한 지속적인 홍보가 아쉬운 대목이다.

이해양(57·쌍촌동)씨는 "투명페트병을 분리배출해야 한다는 안내문이나 홍보를 받은 적이 없다. 평소 쓰레기를 내놓는 것처럼 집 앞에 두면 수거해 갔다"며 "주택별로 별도 배출을 할게 아니라 동네별로 특정 장소를 지정해 투명페트병만 따로 내놓을 수 있는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투명페트병 분리배출 제자리 걸음

단독주택에서 배출된 재활용 쓰레기는 각 가정별 분리배출 → 재활용업체 수거 → 선별장·선별작업 → 재활용 순이다.

투명페트병이 최종 재활용되기 전 선별장의 모습은 어떨까. 투명페트병을 애써 모아 대문 앞에 내놓았더라도 일괄수거를 하다보니 선별장에서 다시 재분류하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북구공공선별장 작업자들이 투명페트병과 유색페트병이 뒤섞여있는 재활용 쓰레기를 골라내고 있다.

같은 날 찾은 북구공공선별장.

수거차량들이 선별장에 내려놓은 쓰레기를 지게차가 컨베이어벨트(선별라인)까지 옮기느라 분주하다. 북구 선별장은 하루 40톤의 재활용 쓰레기를 선별하고 있다. 길이 30m 1개 선별라인에 20명의 작업자들이 재활용 쓰레기들을 골라내고 있는데 여전히 투명페트병과 유색페트병이 뒤섞여 있었고 투명페트병에 라벨이 붙어있어 작업자가 직접 뜯는 상황도 더러 있었다.

서구공공선별장(서구 서창둑길 166) 모습도 사정은 비슷했다.

수거차량이 선별장에 재활용 쓰레기를 내려놓음과 동시에 선별라인으로 이동되고 있었다. 서구 선별장은 하루 16톤 재활용 쓰레기를 선별하고 있다. 가동되는 1개 선별라인(30m)에는 유색페트병과 투명페트병, 각종 재활용 쓰레기들이 혼합돼 있었다. 13명의 작업자들은 바삐 손을 움직이며 유색페트병과 투명페트병을 찾아내고 있었다.

이 선별장은 하루 처리용량을 16톤에서 40톤으로 늘리기 위해 반자동화 선별기능이 있는 선별라인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선별장 관계자는 "일괄 수거를 하고 있어 투명페트병 분리배출제라는 의미가 무색할 정도"라며 "수거체계 대안 마련과 시민들이 분리배출제에 동참해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수거체계·간편 배출 대안마련을

광주시는 단독주택의 원활한 투명페트병 분리배출을 위해 '투명페트병 분리배출 수거함'을 설치할 계획이다. 예산 1억6000(시비)만원을 편성해 2월부터 5개 구(남구·동구·서구·북구·광산구)에 예산을 배분, 원룸 밀집지역부터 우선적으로 수거함을 설치할 예정이다.

환경부에서는 선별장이 투명페트병만 별도로 선별할 수 있게끔 49억원을 투입, 투명페트병만 별도로 선별하는 라인을 확충할 경우 설치비를 지원하는 '선별시설현대화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환경부는 이 사업 외 단독주택에서 투명페트병을 요일별로 배출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현재 투명페트병 분리배출 단계와 수거 부분에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만큼 환경전문가들은 계도기간을 활용해 수거체계와 분리배출이 쉽도록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태희 자원순환사회연대 국장은 "시민들이 알 수 있도록 투명페트병 분리 배출제가 단독주택까지 확대된 점을 홍보 강화해야 한다. 투명페트병을 분리배출해도 일괄수거 때문에 섞여버리는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요일별 배출제를 적용해봐야 한다"며 "투명페트병만 따로 실을 수 있는 수거차량 마련도 고민해봐야 한다. 배출자들의 동참이 가장 선결과제"라고 말했다.

주택가 특성을 고려한 분리배출함 확대 설치와 관리·감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허승희 녹색소비자연대 소장은 "주택가는 아파트와 달리 분리배출을 할 공간이 마땅치 않다. 분리배출함을 확대 설치해야 한다. 배출함에 다른 쓰레기를 투기하지 않는지도 지속적인 감시가 필요하다"며 "배출부터 재활용되기까지 참여율을 높일 수 있는 정부시책을 지속 발굴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글·사진 = 조진용 기자

조진용 기자 jinyong.cho@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