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이슈 61-3> 나훈아·인순이·이선희가 부른 '5·18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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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이슈 61-3> 나훈아·인순이·이선희가 부른 '5·18 노래'
●5·18 42주년 특집-기록을 넘어 시대를 넘어Ⅰ||국립5·18민주묘지 '전진하는 오월' 특별전||대중가수 5·18 내용 명곡 소개 눈길||미국·일본 등 외국서도 오월 노래 제작||시민들 "5·18 노래 널리 알려졌으면"
  • 입력 : 2022. 05.01(일) 18:39
  • 김혜인 기자

5·18광주민주화운동 42주년을 맞아 광주 북구 국립5·18민주묘지 추모관 기획전시실에서 열린 '전진하는 오월' 특별전. 광주시 제공

5·18민주화운동 42주년 기념 오월특별전시인 '전진하는 오월'에서 5·18의 저항정신과 추모의 의미가 담긴 다양한 민중가요와 대중가요가 재조명받고 있다.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리는 '전진하는 오월'은 80년대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제작된 5·18민주화운동을 기리는 42곡이 소개된다. 방문객들이 직접 노래를 감상할 수 있도록 QR코드를 이용해 직접 곡을 들어볼 수 있도록 구성됐다.

특별전의 이름이자 오월을 대표하는 노래 제목이기도 한 '전진하는 오월'은 단조 행진곡으로 그날의 비장했던 시민군의 투쟁 의지를 담고 있는 광주의 노래다. 작곡가 김경주는 작곡뿐 아니라 화가로서 광주의 아픔과 억압받는 삶을 표현한 오월판화 작업으로도 알려져있어 꾸준히 5월의 진실을 알리기 위해 노력했다.

또한 소개된 42곡 중 현재도 국민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는 나훈아, 김연자, 인순이, 이선희 등 유명가수들의 노래도 있다.

나훈아의 '엄니'는 1987년 6월 항쟁 무렵 나훈아가 1980년 5·18민주화운동 때 쓰러진 망자와 유족들을 위로하기 위해 만든 노래로, 망월동에 묻힌 죽은 아들이 화자로 등장해 슬퍼하는 어머니에게 말하는 방식의 가사가 청자들에게 울림을 주고 있다.

이선희의 '오월의 햇살' 또한 5·18로 희생된 젊은이들을 추모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이선희가 1990년 몬트리올 챔버 오케스트라와 협연한 자신의 공연에서 가사적으로 가장 아끼는 곡이라고 말하며 노래에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5·18광주민주화운동 42주년을 맞아 광주 북구 국립5·18민주묘지 추모관 기획전시실에서 열린 '전진하는 오월' 특별전에 전시된 악보와 노래 모음집. 김혜인 기자

이밖에도 군부독재시절 삼엄한 감시때문에 시간이 한참 지나서야 불릴 수 있게된 대중가요도 있다.

1984년 만들어진 인순이의 '여기가 어디냐'는 원래 제목이 '광주, 광주'였지만 광주라는 이름 때문에 당시 공연윤리위원회 심의를 통과하지 못해서 '여기가 어디냐'로 수정됐다. 또한 광주라는 가사가 들어간 부분도 자체적으로 고쳐서 겨우 통과됐다. 세월이 흘러 민주화가 이뤄지고 문민정부가 출범한 1994년 3월15일 광주문예회관에서 가수 인순이가 10년만에 다시 이 노래를 부르며 광주 시민들에게 감동을 안겨줬다.

5·18운동이 직접적인 계기가 되지 않았지만 당시 광주의 참사를 듣고 노래로 승화시킨 사례도 있다.

김우정의 '광주 부르스'는 작곡가 박춘석이 광주에서 사망한 양아들 진호군을 추모하기 위한 노래이다. 진호군은 당시 전남대학교 국악과에 재학 중이었으나, 1988년 실족해서 추락사로 사망했고, 아들의 죽음에 대한 충격으로 식음을 전폐한 그는 아들이 대학시절 즐겨다니던 광주를 방문하게 된다. 그러다 광주의 희생자들을 알게 되고 자식과 형제를 잃은 광주시민의 아픔과 아들의 혼을 달래주기 위해 노래를 작곡했던 것이다. 당시 광주출신 신인가수 김우정이 불러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밖에도 국내뿐만 아니라 외국에서도 5·18민주화운동을 소재로 한 다양한 시나 노래도 만들어지면서 주목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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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광주민주화운동 42주년을 맞아 25일 광주 북구 국립5·18민주묘지 추모관 기획전시실에서 열린 '전진하라 오월' 특별전에서 한 시민이 1980년대부터 현재까지의 관련된 노래 악보를 살펴보고 있다. 나건호 기자

광주만이 빛나고 있었다'는 광주에서 1980년에 일어난 5·18민주화운동에서 시민들의 희생과 용기, 희생자들의 죽음과 남겨진 이들의 고통에 대한 소식을 접한 일본에서 1982년(5·18민주화운동 2주기) 출간된 연대 시집이다. 일본의 진보 예술가 토미야마 타에코의 판화 이미지와 함께 타국인 일본의 시점에서 만들어진 시와 노래를 통해 관련 희생자들과 고통 속에 남겨진 이들에게 위로와 용기를 주기 위해 제작됐다.

80년대 말 한국계 미국인 장 리가 결성한 아나코 펑크 밴드의 'Resist and Exist 〈kwangju〉'는 정권에 희생된 국민을 애도하고 박정희, 전두환에 대한 분노를 표출한 작품으로 펑크 특유의 강력하고 급진적인 음색이 특징이다.

시민들은 특별전을 보며 5·18민주화운동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하게 된 뜻깊은 시간이었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광주 출신 대학생 정승우(21)씨는 "수업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민주주의 유적지를 답사할 곳을 정하는 과정에서 5·18민주화운동이 떠올라 이 곳을 찾았다"며 "님을 위한 행진곡 정도만 알고 있었는데 이렇게나 오월을 노래한 작품들이 많은 줄 몰랐다. 특히 외국에서도 곡이 나올 정도로 5·18민주화운동의 역사적 가치가 깊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대학생 장수아(21)씨 또한 "5·18민주화운동과 관련해 좀 더 섬세하게 배울 수 있어서 좋았다"며 "기획전시실에 가기 전에 정리된 5·18의 일대기를 보고 경건한 마음으로 노래를 감상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김범태 국립5·18민주묘지관리소장은 "이번 전시를 통해 5‧18민주정신을 적극 알리고 국민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국립묘지로서 민주주의를 위해 희생하신 분들을 추모하고 기억할 수 있도록 앞으로도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특별전 '전진하는 오월'은 오는 8월31일까지 열린다. 전시는 무료로 운영되며 운영 시간은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다.

김혜인 기자 khi@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