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업 위기 천원 식당' 선한 영향력이 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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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업 위기 천원 식당' 선한 영향력이 살렸다
주변 상인들, 대목 잊고 식당 운영 발 벗고 나서
  • 입력 : 2022. 09.10(토) 15:00
  • 뉴시스
해뜨는식당에서 식사하는 손님
식당 주인의 부상으로 문을 닫을 상황에 처했던 광주시 동구 대인시장 해뜨는 식당이 지역 공동체의 도움 덕에 위기를 극복하고 있다.

10일 대인시장 상인들에 따르면 상인들과 대광여고 총동문회 등이 지난달 중순부터 주인 김윤경(50)씨를 대신해 해뜨는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해뜨는 식당은 김씨의 어머니 고(故) 김선자씨가 형편이 어려워 끼니를 잇지 못하는 독거노인 등 소외 이웃을 위해 밥과 3찬, 따뜻한 국으로 구성된 식사를 단돈 1000원에 판매하고 있다.

어려운 이웃의 버팀목이 돼온 식당은 암으로 별세한 고인의 뜻을 이어받아 지난 2015년부터 김씨가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달 중순께 김씨가 다리를 크게 다쳐 폐업 위기에 처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지역사회가 나서 십시일반 돕기 시작했다.

시장 상인들은 김씨의 선행이 멈춰선 안된다는 마음으로 지난달 16일부터 가게 운영을 도맡아오고 있다.

식당 문을 여닫고 음식을 조리하며 독지가들이 보내온 쌀과 반찬 등 후원품을 정리해왔다.

최근 추석 대목에도 상인들은 매일같이 식당을 지키며 어려운 이웃의 식사를 도왔다.

김씨가 다친 날부터 지금까지 식당 운영 전반을 맡아온 홍어 판매상 김성규(66)씨는 "(김씨가) 하루빨리 완쾌해 예전처럼 이웃과 밝게 어울리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 말했다.

김씨의 고교 동창 모임인 대광여고 총동문회는 지난달 26일부터 가게 운영에 보탤 후원금을 모았다.

당초 100만 원을 후원하겠다며 시작한 모금은 순식간에 목표 금액을 훌쩍 넘겼다.

이 과정에서 김씨가 고교 동문이었다는 것을 몰랐던 일부 동창들이 앞다퉈 후원 계좌 번호를 찾았다.

소식이 끊긴 채 타지에서 살던 동창들도 해뜨는식당의 사연을 접하고 "마음이라도 전하겠다"며 후원 의사를 전해왔다.

모금 시작 엿새 만에 300만 원이 모이자 동문회는 곧바로 이를 김씨에게 전달했다.

지난달 29일부터는 매일 두 명씩 짝을 지어 식당에서 식사 준비와 설거지 봉사를 하고 있다.

해뜨는식당의 소식이 알려지자 지역민들은 후한 밥값을 치르며 응원을 전했다.

말 없이 식사를 마치고 두꺼운 흰색 봉투를 요금함에 넣고 간 남성, 김씨의 소식을 듣고 찾아왔다며 후원 방법을 묻는 여성 등 다양한 발길이 이어졌다.

이들은 요금함에 돈을 넣으면서 "좋은 취지의 식당은 오래 남아야 한다", "선한 영향력의 중심에 서달라"며 응원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봉사에 나섰던 지역민들은 식당의 의미가 오래 이어질 수 있도록 돕겠다고 다짐했다.

조혜경(52) 대광여고 총동문회 초대회장은 "식사를 하고 가시는 분들 뿐만 아니라 식사를 포장해서 가져가시는 어르신들도 많았다. 홀로 지내시면서 이 한 끼로 하루를 버티시는 분들 같아 보였다"며 "이런 어려운 이웃을 위해서라도 해뜨는식당이 사라져선 안된다. 힘 닿는 데까지 식당 운영에 도움을 보태겠다"고 소감을 말했다.

김씨도 이들의 따스한 마음을 받고만 있을 수 없다며 조만간 가게로 직접 나와 인사를 전할 예정이다.

김씨는 "한 달 가까이 자신의 일처럼 가게를 운영해 준 상인들과 동문회, 많은 자원봉사자들께 감사한 마음이다. 어떻게 마음을 전해야 할 지 모르겠다"며 "추석 연휴를 보낸 뒤 직접 식당으로 나가 봉사해주시는 분들께 고마움을 표현하고 싶다. 빨리 나아 자주 식당에 나가겠다"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뉴시스 newsis@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