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많은 '인공으로 풍암저수지 살려내기'
  • 페이스북
  • 유튜브
  • 네이버
  • 인스타그램
  • 카카오플러스
검색 입력폼
사회일반
말 많은 '인공으로 풍암저수지 살려내기'
2007년 24억 들여 생태공원 조성||비점오염 늘면서 녹조·악취 증가||수심 낮추고 지하수로 채우기로||"원형보존""수질개선" 의견 분분
  • 입력 : 2022. 10.13(목) 17:55
  • 김혜인 기자

2009년 광주 서구 풍암호수공원의 버드나무쉼터(현) 일대 모습. 중앙공원을 사랑하는 모임 제공

최근 풍암저수지 수질 개선 대안이 생태계 파괴 우려를 낳고 있어 시민들 사이에서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특히 지난 2009년에 추진된 생태공원 조성 사업에서도 정화습지를 없애는 것에 구민들의 반발이 컸던 만큼 서구청과 구민들간 마찰이 예상된다.

13일 광주 서구 등에 따르면 풍암호수공원은 1956년 저수지로 축조, 1999년에 공원화됐다. 이후 오물 무단투기를 방지하고 경관 조성을 위해 지난 2007년 24억의 예산을 들여 자연경관을 활용한 테마공원 조성 사업을 추진했다.

그러나 조성 과정에서 버드나무 쉼터~야외무대 일대 뒤편에 있는 자연 습지를 한국농어촌공사가 2009년에 실시한 준설공사(하천이나 해안 바닥에 쌓인, 암석을 파헤쳐 바닥을 깊게 하는 일) 과정에서 나온 흙으로 메워 반발이 일었다.

당시 매립작업을 반대했던 중앙공원을 사랑하는 모임(중사모)에 따르면 습지는 금당산과 인근 민가에서 나오는 물을 정화시켜 주는 갈대나 부들과 같은 정화식물이 가득했지만 미관상 지저분하다는 이유로 흙으로 덮혔다.

중사모 회원인 정의당 강은미 의원은 "풍암저수지 자체가 다량의 물이 유입되는 곳이 없다. 그나마 주변 지역으로부터 들어오는 물을 정화할 수 있는 습지가 있었는데 그 곳을 전부 흙으로 덮어버리고 텃밭이 생겼다. 밭농사는 농약이나 비료를 많이 쓰기 때문에 바로 옆에 있는 저수지에 오염물질이 그대로 흘러갔다"며 "그 밖에도 물가의 수초를 베어버리고 둑을 쌓는 등 생태계를 오히려 파괴한다며 강하게 반발했지만 서구가 그대로 강행해버렸다"고 회상했다.

13일 광주 서구 풍암저수지에 녹조가 가득하다. 김혜인 기자

이후 풍암지구 택지개발이 이뤄지면서 비점오염으로 인해 녹조와 악취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비점오염이란 광범위한 배출 경로를 통해 쓰레기나 동물의 배설물, 자동차 기름, 흙탕물, 비료 성분 따위가 빗물에 씻겨 강이나 바다로 흘러 들어가 발생하는 현상을 말한다.

오염으로 인한 민원이 쇄도하자 광주 서구는 지난 2019년 풍암호수 수질개선 T/F(TF)을 구성해 5번의 회의를 열어 방안을 논의해왔다. TF에 따르면 현재 풍암저수지 비점오염 경로는 오염된 빗물이 풍암지구에서 풍암저수지 1목교로, 광주월드컵경기장 측에서 2목교로 오고 있다. 또한 영산강 물이 광주제1하수처리장에서 만나면서 (4급수 추정)이 하루 7500톤 가량 유입되고 있다.

당초 TF는 수질정화시설을 통해 4급수 수준인 저수지 물을 3급수로 수질을 올리겠다는 계획을 추진했으나 유지관리비가 연간 10억원 가량이 소요돼 '과하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대안을 뒤집었다.

이에 TF는 농업용 저수지 기능을 폐지하면서 저수지 바닥을 매립해 수심(6→2m)과 담수량(45만→12.5만톤)을 낮춰 녹조를 잡는 방식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지하수를 끌어와 매일 1000톤의 물로 호수를 채우고 기존에 들어오는 영산강 물이나 오염 빗물은 정화해서 서창천을 통해 다시 영산강으로 보낸다는 것이다.

이밖에도 하늘에서 오염원을 품고 내리는 빗물로 인한 지하수 오염을 방지하기 위해 인공습지 조성도 계획하고 있다. 녹조 성분인 '인'을 거르는 다공성 세라믹을 바닥에 깐 뒤 정화식물인 창포를 위에 덮는다는 것이다. 정화율은 70%로 내다보고 있다.

13일 풍암호수공원 제1목교 옆에서 영산강 물이 저수지에 유입되고 있다. 김혜인 기자

그러나 구민들은 이런 계획을 '본말전도'로 보고 있다. 수질개선을 위해 인공호수화 시키는 것은 공원 내 생태계에 지장을 줄뿐더러 생태공원이라는 취지에서도 크게 어긋나기 때문이다.

중사모의 한 회원은 "예전에는 보기 싫다고 습지를 메워 놓고 이제 와서 다시 인공습지를 만드는 게 바로 행정낭비"라며 "우리의 소중한 자연환경을 미래 세대까지 전해주기 위해서는 원형을 보존시키면서 점진적으로 녹조를 개선해나가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두표 호남대 조류학과 교수는 "풍암호수에서 다양한 오리들이 발견됐는데 저수지 준설공사를 하면서 수심이 깊어지자 오리들이 더 이상 저수지를 찾지 않았다. 또한 물풀을 먹고사는 초식 오리들도 수초를 베고 둑을 쌓은 뒤로 전혀 볼 수 없었다"며 "습지 또한 생태계에서 중요한 역할인 정화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습지의 정화식물은 얕은 지대에서 자연스럽게 자라난다. 주변 수초가 원활하게 자랄 수 있도록 파괴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우려를 전했다.

2009년 광주 서구 풍암호수공원의 버드나무쉼터(현) 일대 모습. 중앙공원을 사랑하는 모임 제공

김혜인 기자 khi@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