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공감력 부족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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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석대
이태원 참사 공감력 부족탓
  • 입력 : 2022. 11.03(목) 17:44
  • 이기수 기자
이기수 수석 논설위원
서울 이태원에서 지난 29일 핼러윈 데이를 즐기려던 젊은이 156명(외국인 포함)이 소중한 목숨을 잃은 참사를 지켜본 많은 국민이 큰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핼러윈 (Halloween)데이는 개인적으로 30여년전쯤 어렴풋이 알게된 기념일이었다. 독일 헤비메탈밴드 '핼러윈'앨범을 구입하면서 생소한 밴드명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면서다. 'hallow'란 영어의 고어(古語)로 성인(聖人, saint)이란 뜻이고 11월 1일인 만성절(萬聖節, 모든 성인 대축일, All Hallows' Day, All Saints' Day)의 하루 전날인 10월 31일 저녁인 '모든 성인 대축일 전야제'를 뜻하는 'All Hallows' Even(ing)'이 줄어서 'Halloween' 이 되었다고 한다. 이후 2000년대들어 이태원을 중심으로 젊은이들 사이에서 독특한 의상을 차려입고 즐기는 문화가 유행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를 통해 핼러윈 데이에 대한 이해의 폭이 확대됐다. 이때만 해도 일부 젊은이들이 '서구 문화'를 너무 무분별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아닌가라는 부정적인 시각이 우세했다는 판단이다. 서구 문화에 익숙한 일부 노는 애들이 그들만의 유흥을 향유하는 것이라고 여긴 것이다. 하지만 올해 전국 및 해외에서 10만명이 넘는 젊은이들이 모인 것을 볼 때 이같은 판단이 편향된 것임을 깨닫게 해주었다.이번 참사 희생자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보통 젊은이들이 많기에 더욱 우리 사회의 공감력 부족을 절감하게 된다.특히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 할 경찰이 비극을 막을 수 있는 기회를 여러 차례 놓친 정황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어 공분의 대상이 되고 있다. 사고 사흘전 용산경찰서 정보관은 이태원 핼러윈 축제에 연인원 10만명 참가가 예상돼 대책 강구가 필요하다고 서울경찰청에 보고서가 제출됐지만 우려할만한 수준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사고 발생 4시간전부터 압사될 것 같다는 현장의 심각성을 알리는 참가자의 112 신고가 있었지만 아무런 조치가 이뤄지지 못했다. 이때 관할경찰서장인 용산경찰서장은 용산대통령실 인근에서 있었던 윤석열 대통령 퇴진 촉구 집회를 통제하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경찰청과 경찰청장도 사고 현장 상황을 사고 발생 4~5시간이 지난 뒤 보고받은 것으로 드러나 경찰 컨트롤 타워가 사실상 붕괴된 셈이다.이같은 경찰 수뇌부의 심각한 판단 잘못의 기저에는 핼러윈 축제에 대한 인식 부족도 한 몫했다고 여겨진다.부실 대응시 책임이 확실하게 뒤따르는 집회 시위 경비는 중시하고 , 향유층이 급속도로 늘고 있는 핼러윈 축제는 주최측도 없는 특수층의 전유물쯤으로 여긴 나머지 혼잡 경비 기동대 배치도 하지 않는 등 소홀하게 취급한 면도 있다고 보여서다. 자신의 자녀와 가족 등이 참여한 행사였다면 이 처럼 무대책, 무대응으로 일관했을지 묻고 싶을뿐이다. 사고가 난 용산구의 지자체장은 "핼러윈은 축제가 아니고 그냥 핼러윈 데이에 모이는 하나의 현상 "이라고 발언해 논란을 자초했다. 타 단체장들이 축제 개최 등을 통해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려고 혈안인데 10만명의 인파가 운집하는데도 적극 대응해도 모자랄판에' 현상' 운운하는 것은 정치인으로서 무책임한 태도가 아닐 수 없다. 고위 공직자들의 현실 인식력과 판단력 부족탓에 너무 많은 감수성이 충만한 젊은이들을 죽음에 이르게 했으니 응분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 춤과 노래, 흥에 우수 디엔에이를 지닌 우리 젊은이들이 K -POP 처럼 핼러윈축제를 세계인이 즐기는 ' K- 핼러윈 축제'로 만들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을 지울 수 없어 이번 참사가 더욱 안타깝다.

이기수 기자 kisoo.lee@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