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룟값↑한우값↓… 설 대목 앞 한우농가 ‘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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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룟값↑한우값↓… 설 대목 앞 한우농가 ‘울상’
지난해 동기 대비 20% 하락
사룟값 늘어 농가 부담 증가
한우협회 광주·전남지부 회견
“정부차원 책임있는 조치” 촉구
  • 입력 : 2023. 01.16(월) 17:29
  • 김은지 기자
함평군에 위치한 한 한우 축사. 평소 110여두의 한우로 차있던 이곳에 현재는 70여두의 한우만이 남아 있다. 김은지 기자
“사룟값과 인건비는 올랐는데 한우 가격은 정작 떨어졌다. 팔아도 남는 게 없는 상황이지만 설 대목이 코앞인데다 앞으로 가격이 얼마나 더 떨어질지 몰라 울며 겨자 먹기로 팔 수밖에 없다.”

함평군에서 9년째 소를 사육하고 있는 박재광(32)씨는 16일 설 대목을 앞두고 막막한 심정을 토로했다.

농림축산식품부 고시 기준 지난해 11월 고기소 배합사료의 1㎏ 당 가격은 614원으로 같은 해 1월(495원)에 비해 1.2배 올랐다.

반면 지난 1~16일 축산물품질평가원 고시 기준 호남권 한우 도매 평균 가격은 1kg당 1만9661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가격(1kg당 2만2883원)에 비해 20% 가량 하락했다.

박재광씨는 “사룟값만 하더라도 한 포대당 2000~3000원가량 올랐다. 한우 가격은 폭락한데 반해 소비자물가는 올라 소비가 줄었다고 하니 앞으로가 더 막막한 심정이다”며 “설 대목에 소를 내다 팔지 않을 수도 없고 한우 가격이 얼마나 더 떨어질지도 모르는 상황이라 ‘한 푼이라도 더 받을 수 있을 때 팔아야지’라는 생각에 소를 내놨다”고 설명했다.

지난해까지 소 70~80두를 유지해 온 박씨는 한우 가격이 폭락하자 30두로 줄였다. 오르는 사룟값과 인건비를 감당하는 것도 버겁지만, 10년 여 만에 떨어진 한우 가격이 어디까지 곤두박질 칠지 예측이 어려운 상황이어서다.

박씨는 “사룟값과 인건비 상승, 한우 가격 폭락은 지난해부터 나오던 말이다. 아직까지 정부, 지자체, 지역 농·축협 어디에서도 대책 하나 마련해두지 않았다는 점에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전국한우협회 광주전남도지회와 전국농민회총연맹 광주전남연맹이 16일 전남도의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정부에 한우 가격 폭락에 따른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몇달째 지속되고 있는 한우값 폭락 악순환에 전국한우협회 광주전남도지회와 전국농민회총연맹 광주전남연맹이 정부에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두 단체는 이날 전남도의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한우 가격 폭락에 대한 정부 차원의 책임 있는 조치가 마련돼야 한다”며 “도축 물량 증가분에 대한 정부 비축이나 시장격리 같은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농민단체는 “한우 도매가격은 지난 9일 기준 ㎏당 1만5274원으로 1년 전 2만298원보다 24.8% 하락했다”며 “생산비 부담과 한우 가격 폭락으로 송아지 가격도 연계 하락하고 유찰되는 사례까지 빈번하다”고 밝혔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등의 여파로 국제 곡물가격 인상에 따라 배합사료 가격이 24% 증가하고 고금리·고물가·고환율로 생산비가 치솟는데 반해 소비 심리는 위축됐다. 그 결과 한우 가격 역시 연일 최저점을 갱신하고 있다.

두 단체는 “한우 농가는 2012년 한우 파동 시기보다 더 심각한 경영난에 허덕이고 있다”며 “한우 농가들은 자율적인 암소 감축 등 자구노력을 전개하면서 한우 가격 안정화를 위한 정부 대책을 촉구해 왔으나 정부는 미온적 태도로 일관해 왔다”고 비판했다.

두 단체는 정부 등에 가격안정을 위해 수요와 공급을 조정하고 도축물량 증가분에 대한 정부의 시장격리, 군 급식에 한우 암소 추가 공급, 소비자 한우 할인쿠폰 지원 등 소비촉진과 사룟값 안정 기금 조성 등 현실적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김은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