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단체, 계엄군 묘역 참배… ‘용서·화해 첫 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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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단체, 계엄군 묘역 참배… ‘용서·화해 첫 걸음’
3단체 회장단, 서울현충원 찾아
특전사동지회 광주지부도 동행
당시 계엄군, 내달 5·18묘지 참배
“진상규명·치유 위해 만남 중요”
  • 입력 : 2023. 01.17(화) 18:09
  •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
황일봉 5·18민주화운동부상자회 회장, 정성국 5·18민주화운동공로자회 회장, 홍순백 5·18민주유공자유족회 상임부회장과 최익봉 특전사동지회 총재 등이 17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 안장된 5·18민주화운동 당시 숨진 특전사 묘역을 찾아 헌화 분향하고 있다. 김양배 기자
5·18 3단체가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5·18민주화운동 당시 숨진 계엄군의 묘역에 참배했다. 피해자인 5·18민주화운동 단체 관계자들이 가해자인 군·경의 묘를 참배한 것은 5·18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16일 5·18 3단체에 따르면 이번 참배에는 황일봉 5·18민주화운동부상자회 회장, 정성국 5·18민주화운동공로자회 회장, 홍순백 5·18민주유공자유족회 상임부회장 등 5·18 3단체 회장단이 참석했다. 참배 일정에는 대한민국 특전사동지회가 동행했다. 이들 단체의 만남은 지난 11일 특전사동지회 광주지부 소속 4명의 회원이 5·18기념문화센터를 방문해 감귤 20박스를 기증하면서 이뤄졌다.

이날 최익봉 특전사동지회 총재 등 소속 회원 6명은 직접 묘역을 안내했다. 참배는 일반 사병이 잠들어 있는 28묘역, 장교 출신이 잠들어 있는 29묘역, 경찰 출신이 잠들어 있는 8묘역 순으로 이뤄졌다. 해당 묘역에는 5·18 당시 숨졌던 군인 등 총 23명이 포함돼 안장돼 있다. 이들은 광주에서 진압 작전을 펼치던 중 오인 사격, 시민군 대치 등으로 숨졌다.

참배 일정에 동행한 특전사동지회 회원 중에는 5·18 때 광주에 있었던 A예비역 소령도 포함됐다. A소령은 5·18 당시 7공수 33대대에서 소위로 복무, 전남대 시위 진압 현장에 투입됐다. 최익봉 총재 또한 1980년 5월 당시 광주 상무대에서 장교교육을 받던 중이었다. 최 총재는 “당시 시위진압을 위해 교육생들까지 투입을 앞두고 있었다”고 말했다.

5·18 3단체의 참배에 이어 특전사동지회는 오는 2월19일 광주를 방문해 국립5·18민주묘지를 참배할 계획이다. 내부적으로도 소속 회원 중 5·18 당시 광주에 있었던 계엄군을 수소문해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최익봉 특전사동지회 총재는 “5·18단체의 참배 일정에 함께 하는 것이 당연한 도리라고 생각했다”며 “종종 만났던 자리는 있었는데, 우리 단체가 5·18단체 일정에 동행해 사죄하는 마음을 표현한 것은 처음이다. 화해 분위기에 이어 화합하는 미래를 꿈꾸자고 했다”고 말했다.

5·18 당시 계엄군과 화해 분위기가 조성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5월 5·18민주화운동진상규명조사위원회 주최로 5·18 때 일반 시민이 몰던 고속버스에 압사, 사망한 함평경찰서 순직 경찰 유가족과 사건 당사자 간의 만남이 이뤄졌다.

또 같은 해 5월 진압 작전에 참가한 계엄군 3명이 희생자 유가족과 피해자 가족들과 만나 사죄하고 용서를 받는 자리도 있었다. 당시 제3공수여단 김모 중사와 박모 중대장, 제11공수여단 최모 일병은 김경철(5·18 첫 사망자) 씨의 어머니 임근단 여사 등을 비롯해 가족 10명을 만나 사죄했다. 이들은 사죄에 이어 당시 현장에서 자신들이 목격한 장면과 진압과정에서 대검으로 시위대를 찔렀던 과정 등을 증언했다.

5·18조사위는 올해 역시 5·18 당시 계엄군 상대로 치유와 증언을 골자로 한 프로그램을 이어나간다. 박진언 5·18조사위 대외협력관은 “증언과 치유 프로그램을 통해 5·18 당시 계엄군을 대상으로도 진상규명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며 “이분들이 겪는 트라우마 증상을 보고하고 이 과정을 통해 ‘아래로의 증언’을 받을 수 있다. 진상규명 조사 측면에서도 군 당사자와 만남은 중요한 과정이다”고 말했다.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