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돌과 난방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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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석대
온돌과 난방비
김선욱 서울취재본부 부국장
  • 입력 : 2023. 01.30(월) 13:40
김선욱 부국장
선교사로서 처음 조선 땅을 밟은 언더우드 목사는 후배 목사들에게 조선에서 지켜야 하는 예절을 가르쳤다고 한다. 그 가운데 하나가 안방에 들어갔을 때다. 상석에 앉지 말고 반드시 하석에 앉으라고 주의시켰다. 후배 목사가 “상석이 어디냐”고 물으면, 이렇게 알려줬다고 한다. 부엌 아궁이에서 가장 가까운 방 위가 상석이요, 벽에 갓이 걸려있는 바로 아래가 상석이니, 그 반대편에 앉아야 한다고 답했다.

우리식 방은 이처럼 보이지 않는 상석이 정해져 있다. 그 상석이 바로 ‘아랫목’이다. 아랫목은 방에서 가장 따스한 곳인데, 상석 이상의 의미가 있다. 어머니의 사랑과 가족의 구심점이다. 시골에서 어린시절을 보낸 사람이라면, 아랫목에 대한 추억이 많을 것이다. 추운 겨울날 밖에서 놀다 들어오면, 어머니는 담요를 깔아놓은 아랫목에 자식의 언 손을 녹이며 온기를 불어줬다. 온 식구들이 모이는 곳도 아랫목 담요 밑이다. 발을 묻고 둘러앉아 정담을 나누고, 갓 구어낸 밤이나 고구마를 호호 불어 먹으며, 정을 나눴다.

이런 아랫목은 우리 고유의 주거 형태인 온돌(溫突)에만 있다. 온돌은 추운 겨울을 나기 위해 만든 난방 장치다. 아궁이에서 장작 불을 때면 불기운이 방바닥 밑으로 난 통로(방고래)를 통해 퍼지도록 해 방바닥 전체를 덥히는 구조다. 고조선시대부터 사용돼 왔다고 전해진다. ‘개정판 옥스퍼드 사전’에 김치(Kimchi)와 함께 온돌(Ondol)이 실려있을 정도다. 온돌에선 다양한 문화가 파생됐다. 신발을 벗고 앉아서 생활하는 좌식 관습, 청국장 처럼 온돌의 열기로 발효한 식품, 가마솥에 탕을 끓여 먹는 식문화, 앉아서 즐기는 놀이문화, 오늘의 찜질방 등이 온돌 문화다.

올 겨울 최강 한파와 함께 ‘난방비 폭탄’이 날아와 온 나라가 아우성이다. 사회관계망 서비스에선 “난방비가 ‘곱빼기’로 올랐다”, “아파트 관리비가 미쳤다”, “한파 보다 더 무서운 난방비” 라는 글이 넘치고 있다. 주택용 가스요금이 지난해 네 차례나 오른 탓이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선 여전히 ‘네탓 공방’중이다. 여당은 이전 정부책임론에 열을 내고있다. 윤석열정부 집권 2년차가 됐는데도, ‘고장난 라디오’처럼 반복하는 것 같아 답답하다. 민심은 얼어붙고 있는데 말이다. 뜨끈한 온돌방이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