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세 역대 최대 폭 인상 예고… ‘한 잔’ 더 힘들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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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주세 역대 최대 폭 인상 예고… ‘한 잔’ 더 힘들겠네
4월부터 맥주·막걸리 3.57%↑
동네 술집 “단골 끊길까 못 올려”
매출 절반이 ‘술’… 인상 땐 타격
“술 마시려면 가격부터 먼저 봐”
  • 입력 : 2023. 01.30(월) 17:03
  • 강주비 기자 jubi.kang@jnilbo.com
국수와 막걸리 등을 파는 광주 동구 대인동 한 식당에 물가 상승으로 인한 가격 인상 안내문이 붙어있다. 강주비 기자
맥주·막걸리 주세에 대한 역대 최대 폭 인상이 예고되면서 ‘저렴한 가격’을 내세우는 동네 술집들이 고심에 빠졌다. 고물가·고금리 등 악재가 겹쳐 갈수록 수익은 줄어드는데, 술값을 올렸다간 그나마 있던 손님마저 줄어들까 걱정되기 때문이다. 애주가들도 고민스럽긴 마찬가지다. 이제 ‘가볍게 한잔’이라는 말을 쓰기엔 지불해야 할 비용이 커질 전망이다.

30일 정부의 ‘2022년 세제 개편 후속 시행령 개정안’에 따르면 오는 4월부터 맥주와 막걸리 등 탁주에 대한 세금이 3.57% 인상된다. 맥주는 ℓ당 30.5원, 막걸리는 ℓ당 1.5원이 상승해 각 885.7원·44.4원이 된다.

이는 지난 2020년 주세 과세 체계를 가격 기준인 종가세에서 출고량 기준인 종량제로 전환한 후 역대 최고 인상 폭이다. 2020년에는 연간 소비자물가상승률을 반영해 0.5%, 2021년에는 2.5% 주세가 인상된 바 있다.

통상 주류업계들은 주세 인상에 맞춰 출고가를 올렸다. 주세가 2.5%가량 오른 지난해에도 오비맥주와 하이트진로는 출고가를 7~8% 인상했다. 이번에도 상반기를 기점으로 출고가 인상은 물론 식당의 평균 술값 또한 크게 오를 것으로 보인다.

당연히 ‘저렴한 가격’으로 승부하는 동네 술집들은 고민이 깊다. 이미 고물가로 인해 가게 운영이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매출의 반 이상을 차지하는 주류 가격까지 오르게 된다면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동구 대인동 한 국숫집 사장 이영미(68)씨 역시 술값을 올리면 그나마 있는 손님마저 떨어질까 수심이 가득했다. 이곳의 막걸리 가격은 ‘2500원’. 번화가에선 막걸릿값이 이미 4000원을 돌파했지만, 이씨는 단골을 생각해 가격을 올리지 않았다고 했다.

이씨는 “우리 가게는 나이 드신 노인분들이 싼 가격으로 국수에 막걸리 한잔하려고 찾는 곳이라 가격을 쉽게 올릴 수 없다. 물가가 올라도 최대한 가격 변동이 없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난해 5월에는 도저히 기존 가격으로 운영이 어려워 이씨는 장고 끝에 막걸리를 ‘500원’ 인상했다. 그나마도 다른 곳에 비하면 절반 수준의 가격이지만 이씨는 ‘물가 상승으로 인해 부득이하게 가격을 조정했다’는 안내문을 써 붙여 손님들에게 일일이 양해를 구했다.

이씨는 “지난해에도 거의 한 달 동안 매일 고민해서 가격을 올렸는데 올해 또 올리게 되면 ‘싼 가격’ 보고 찾아오는 단골들이 더는 가게를 찾지 않게 될까 봐 무섭다. 그런데 ‘역대 최대 폭’으로 (주세를) 올린다고 하니… 어떡해야 하나 고민된다”고 토로했다.

국수와 막걸리 등을 파는 광주 동구 대인동 한 식당에 손님들이 앉아 주문을 위해 메뉴판을 보고 있다. 강주비 기자
대인시장에서 포차를 운영하는 양서영(54)씨도 주세 인상 소식에 머리가 아프다. 양씨는 “‘시장은 싸다’라는 인식 때문에 가격을 올리면 ‘이런 데서 이렇게 비싸게 받아?’라는 말을 듣는다”며 “물가에 맞춰 가격을 올리지 못하니 겨우 적자를 면하는 수준이다. 손님에게는 미안하지만, 주류가 전체 매출의 60~70%를 차지하는 만큼, 매입가가 높아지면 술값을 조금 올려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서민들 역시 벌써 술집에 발길을 줄일 것을 다짐하고 있어 동네 술집들의 한숨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대인동 한 노포에 사흘에 한 번꼴로 방문한다는 한경필(58)씨는 “저녁 시간에 이곳 와서 막걸리 한 병 먹는 게 낙인데, 술값이 점점 오르니 이마저도 부담스러워진다. 술값이 더 오르면 마트에서 술을 사서 집에서 마실 생각이다”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않은 청년들도 고달프다.

평소 ‘혼술(혼자 마시는 술)’을 즐겨한다는 박다솜(25)씨는 “이미 상무지구 등 번화가에서는 맥주 한 병에 6000원씩 한다. 더 이상 ‘서민 술’이라는 생각이 안 든다. 이제 맥주 ‘맛’보다는 ‘가격’을 먼저 보게 된다”며 “지금보다 술값이 더 오른다면 ‘혼술’은 물론 친구들과의 술자리도 줄어들 것 같다”고 말했다.
강주비 기자 jubi.kang@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