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도둑전기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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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석대
농촌 도둑전기 논란
이기수 논설실장
  • 입력 : 2023. 02.09(목) 17:58
이기수 논설실장
 계묘년 새해 벽두 최대 화두는 급등한 난방비였다. 지난해 12월분 아파트 관리비 고지서에 담긴 도시가스 요금 부과액을 보고 많은 지역민들이 놀라움을 감추지 못한 눈치다. 예년 겨울철에 비해 2~3배 정도 증액됐기 때문이다. ‘난방비 폭탄’에 여론이 심상치 않자 정부와 정치권은 부랴부랴 난방비 지원대책을 내놓는 등 부산을 떨었다.이런 와중에 구례군 농촌마을에서 ‘도둑 전기 사용 논란’이 빚어졌다.한국전력공사는 최근 농사용 전력을 적용받는 소형 저온저장고에 김치, 두부, 메주 등 가공식품은 보관 대상 품목이 아니라는 이유로 구례에서 위반 사례를 다수 적발, 2000여만 원의 위약금을 부과해 농민단체로부터 반발을 사고 있다. 한전의 이번 단속은 영업업무처리지침 제7장 ‘농작물 및 보관 목적의 단순 가공한 농작물만 보관 가능하다’는 조항에 근거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 조항을 엄격하게 적용할 경우 도정하지 않은 상태인 벼와 밭에서 수확한 배추와 콩은 보관 가능하고, 정미한 쌀과 김치와 두부와 메주 등은 위약금 부과 대상이다.소형 농작물 저온보관창고 지원사업은 농작물 유통과정에서의 품질 저하를 방지하고 상품성을 향상시켜 농가소득을 증대하고 소비자 신뢰를 도모하기 위해 2010년에 도입됐다. 저온 창고 가동용 전기 사용 요금은 농사용 전력으로 분류돼 일반용에 비해 2배 이상 싼편이다. 농민들은 전기요금을 아끼기 위해 집안의 냉장고 보다는 저온 창고 보관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한데 현재 전국에는 13만 9328개의 소형 농작물 저온보관창고가 있는 것으로 추정될 정도로 숫자가 많아 한전 입장에서는 부적절한 전기사용에 대한 단속을 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방치할 경우 도둑 전기 사용이 보편화되고 손실규모가 크게 늘 것이기 때문이다.한전의 저온 보관시설 단속은 지난해 126건, 위약금 5억 9600만원 부과로 전년인 2021년 34건, 9700만원에 비해 건수는 3.7배, 금액으로는 6.1배 증가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최대 30조원으로 추정되는 누적 적자에 시달리는 한전의 입장은 이해 못할 바 아니나 개선해야 할 점은 있어 보인다. 지역민 반발이 확산하자 한전은 지난달 29일 농사용 전기의 사용 기준에 대한 공정하고 합리적인 종합대책을 수립하겠다고 발표했다.위약금 부과 논란은 한전의 규정이 애매한 데 서 비롯된 점이 큰 만큼, 이를 보다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수정함으로써 혼선을 줄일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정부와 정치권은 국토균형발전과 농촌소멸 위기 대책 이라는 큰 틀에서 이 문제 해결에 나서기를 기대한다.소형농작물 저온보관창고는 이제 농촌생활에 없어서는 안될 필수시설인 현실을 인정해 전기요금을 싸게 부과해 농촌살이의 이점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도시살이에 비해 전기요금은 적게 부담한다는 정주 여건 개선 차원에서 접근해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