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단체-특전사동지회 ‘험하고 먼 화해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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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단체-특전사동지회 ‘험하고 먼 화해의 길’
대국민 공동선언식 현장 가보니
140여 시민단체 “왜곡 멈춰라”
반대 속 “시대적 사명…” 강행
“화합위한 진정성 보여 줄 것”
모자결연 불발…향후 행보 주목
  • 입력 : 2023. 02.19(일) 18:28
  • 김혜인 기자 hyein.kim@jnilbo.com
5·18민주화운동 부상자회와 공로자회, 대한민국 특전사동지회 일부 회원이 19일 합동 참배를 위해 광주 북구 국립5·18민주묘지를 찾았다. 국립5·18민주묘지 제공
43년간의 반목의 역사를 정리하고 화합의 길로 나아가기 위한 ‘포용과 화해와 감사 대국민 공동선언식(공동선언식)’이 지역사회의 강한 반대 속에서 강행됐다.

5·18민주화운동부상자회(회장 황일봉)와 5·18민주화운동공로자회(회장 정성국), 대한민국 특전사동지회 등은 19일 오전 11시 광주 서구 5·18기념문화센터 대동홀에서 공동선언식을 개최했다.

앞서 오전 10시께 140여개 광주 시민단체들은 5·18기념문화센터 앞에서 ‘오월정신 지키기 범시민대회’를 펼쳤다. 이들은 “‘계엄군도 피해자’라는 역사 왜곡을 멈춰라”, “대국민 공동선언을 폐기하라”, “사죄와 진상규명이 먼저” 등을 외치며 행사 저지에 나섰다. 특히 오월단체와 특전사동지회 측은 시민단체의 반발을 피하고자 오후 2시에 예정됐던 합동 참배를 오전 10시로 당겨 진행했다. 이를 두고 시민사회는 ‘도둑 참배’라며 비판하기도 했다. 행사 시간이 다가올수록 몸싸움이 벌어지는 등 갈등이 고조됐지만 부상자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거센 반발 여론 속에서도 5·18 공법단체 2곳과 특전사동지회 17개 시·도지부를 포함한 1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공동선언식이 진행됐다.

양 단체 대표들은 한 목소리로 ‘대동세상’을 기원했다.

황일봉 부상자회장은 ”43년동안 우리들은 계엄군을 미워했다. 광주에 투입된 그 계엄군들은 국가의 명령에 살고 명령에 죽는 군인들이었다. 그 명령 한마디에 눈길도 옆으로 돌리지 못한 군인들이었다. 이제는 회한에 숨죽여 울었던 군인들을 품어 줘야 할 때”라며 “43년 전 5·18 영령님들께서 소망한 ‘대동세상’을 향해 출발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최익봉 특전사동지회 총재는 “역지사지적인 이해와 관용, 문제해결에 먼저 다가가겠다는 용기와 결심이 필요했다”며 “과거에 경험하고 느낀 아픈 기억과 군인이라는 입장으로 인해, 화해와 용서의 길에 함께 하기를 주저하시는 분들도 대동의 정신으로 미래를 향한 대열에 동참해 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140여곳이 연대한 지역 시민단체가 포용과 화해와 감사 대국민 공동선언식이 열리는 19일 광주 서구 5·19기념문화센터 앞에서 행사를 저지하기 위해 반대 행동을 벌이고 있다. 김혜인 기자
양 단체는 ‘용서와 화해를 위한 대국민 공동선언문’을 읽으며 계엄군 또한 오랜 정신적·육체적 아픔으로 점철된 피해자라는 점을 강조했다.

같은 아픔과 상처를 공유하고 치유하는 것이 시대적 사명이라는 점에서 5대 행동강령을 통해 상호 협력의 의지를 다지기도 했다.

5대 행동강령은 △5월 정신 상호 계승 협력 △국민 대통합 구현 △계엄군에 대한 용서와 화해·관련 법적 지원 △친선 교류 △국립5·18민주묘지, 국립현충원 참배 정례화 등이다.

이날 임성록 특전사동지회 광주시지부 고문과 최초 5·18사망자 김경철씨의 어머니인 임근단 여사와의 모자결연식이 예정됐으나 임 여사가 불참하면서 행사에 차질이 빚어졌다.

임 고문은 “80년 5월 명령에 의해 벌어진 사태로 광주 시민들에게 엄청난 피해를 준 점에 대해 항상 죄책감을 느끼고 있다”며 “광주에서 나고 자란 시민으로서 해묵은 감정을 풀기 위해 오래 전부터 노력해왔지만 아무도 해결하려는 이가 없었다. 어머니와의 모자결연을 계기로 서로가 용서하고 화해하는 좋은 결실을 맺고 싶었다”고 눈물로 호소했다.

임 고문은 화해를 반대하는 여론에 대해 “그간 5·18이 정치적 갈등으로 얼룩졌다 보니 이번 행사를 쉽게 납득하지 못하는 시민들도 있다. 이들에게도 꾸준히 화합을 위한 진정성을 보여줄 것이다. 특히 현충원과 국립5·18민주묘지 합동참배 과정에서 특전사동지회 회원들의 가족까지 동행해서 오월 역사의 진실을 공유해나갈 생각이다”고 설명했다.

5·18단체와 특전사동지회는 앞으로도 합동 참배나 봉사활동 등으로 교류활동을 이어나갈 방침이다. 내달 중으로 광주 서구 거주 어르신들에게 국수나눔 봉사로 지역사회 공헌 활동을 펼치고, 특전사 창설기념일인 4월1일과 5·18민중항쟁 기념주간인 5월21일에는 국립서울현충원과 국립5·18민주묘지에서 합동 참배를 진행할 계획이다.
김혜인 기자 hyein.kim@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