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양곡관리법 숙의를
  • 페이스북
  • 유튜브
  • 네이버
  • 인스타그램
  • 카카오플러스
검색 입력폼
서석대
정치권 양곡관리법 숙의를
이기수 논설실장
  • 입력 : 2023. 02.23(목) 18:00
이기수 논설실장
서로 민생을 챙기겠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정치권이 극한 정쟁을 벌이고 있는 중이다.대표적인 민생경제 법안인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놓고 여야가 극한 대립으로 맞서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 쟁점 법안을 절차대로 마무리하겠다며 지난달 30일 본회의에 직회부했고,정부와 여당은 야당의 일방적 법안 처리에 대통령 거부권 행사를 예고하고 있다.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쌀 수요 대비 초과 생산량이 3% 이상이거나 수확기 쌀값이 전년 대비 5% 이상 하락할 경우,정부가 쌀 매입을 의무화하는 게 골자다. 지난해 국내 쌀값이 45년만에 최대 하락폭을 기록한데 대한 가격 안정화를 위한 대책의 일환이다.“기름값, 비룟값, 농약값, 인건비, 대출 이자 등 모두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르는데 유일하게 농민들의 목숨값인 쌀값만 끝없이 폭락하고 있다”는 농민의 반발을 반영한 조치다.

한데 윤석열 정부와 여당인 국민의 힘은 야당의 생각과 다르다.정부와 여당은 쌀 소비량이 매년 줄어들고 있는 현 상황서 초과 생산분을 정부 차원에서 보전할 경우 막대한 예산 투입에 따른 부작용 등이 우려된다며 ‘선심쓰기용’이라고 입법 저지 입장을 밝히고 있다.정부는 국책연구기관의 연구자료를 제시하며 야당의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되레 쌀 과잉생산을 초래하고 쌀값 안정화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가 쌀값을 보장해줄 경우 농가들이 대체 작물 재배 등과 같은 쌀 적정생산 정책을 등한시할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정부는 올해 쌀 적정생산을 위해 전략작물(논콩,가루쌀)직불금을 신규 도입하고 벼재배 면적 감축 협약 농가에 대한 공공비축미 추가 배정과 같은 인센티브 제공,지자체별 타작물 재배 별도 지원 등과 같은 대책을 마련해 시행에 나섰다.농림축산식품부 산하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처리될 경우 오는 2030년께 60만t 이상이 초과 공급되고, 쌀 격리에만 1조3870억 원이 투입될 것으로 전망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달 쌀 수급안정 대책을 담은 지침을 전남도를 비롯한 전국 시도에 내려보냈다.정부 지침 내용에는 기존 다수확품종 재배를 대폭 줄이는 대신 고품질품종 2025년까지 50% 확대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또한 다수확품종의 경우 연차적으로 공공 비축미 매입 대상에서 제한키로 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올해는 ‘진광’, ‘새일품’, ‘황금노들’ 품종, 2024년부터는 ‘신동진’과 ‘새일미’ 품종에 대해 공공비축미 매입을 않기로 했다. 지난해 전남도의 전체 쌀 재배면적중 신동진은 20%, 새일미는 4%를 점유하고 있어 2년후면 이들 품종이 퇴출될 운명에 처해졌다.

다행히 전남의 벼 재배 주요품종 ‘새청무’(전체의 50%)여서 정부정책 충격에서 벗어날 수 있지만 신동진과 새일미 재배 농가의 타격이 예상된다. 이처럼 정치권의 양곡관리법 개정과 정부 정책은 엇박자를 내고 있어 쌀값 폭락으로 시름에 빠진 벼재배농가들을 혼란에 휩싸이게 만들고 있다. 쌀값 안정은 국가와 국민,재배농가 모두에게 중요한 일이다.특히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기후변화로 인한 국가 식량안보와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주곡의 안정적인 생산이 크게 강조되고 있다.

한데 쌀소비 급감과 농산물수입이 자유로운 자유무역체제라는 현실을 무시한채 정부가 쌀가격을 떠받치면서 쌀산업을 지속할 수는 없다는데 문제가 있다.모든 상품과 서비스가격이 오름에도 유일하게 쌀값만 최대로 폭락하는 비정상적 상황은 이 문제에 대해 정권마다 미봉적 자세로 일관한 탓이 크다.근본적인 해법 찾기 보다는 화난 농심을 잠재우는데 급급해온게 사실이다. 정부와 정치권은 식량 안보를 해치지 않으면서 농가 피해도 최소화하는 선에서 관련법 개정과 정책 마련에 적극 나서야 할 때다. 양곡관리법 개정은 파급력이 크고 정부 관련 정책과도 직결되어 있는 만큼 유권자 환심 사기가 아닌 무엇이 최선인가에 초점을 두고 초당적 협력을 통해 합리적으로 처리해야 할 사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