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이슈 90-2> “악순환 반복”… 회생 대신 파산 택하는 중소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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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이슈
일주이슈 90-2> “악순환 반복”… 회생 대신 파산 택하는 중소기업
‘부채 급증’ 영세 기업 줄도산 우려
작년 광주지법 법인 파산 접수 10% ↑
고금리 한계… 1월 파산 신청만 4건
‘자금난 심화’ 중소 건설사 부도 위험
  • 입력 : 2023. 03.12(일) 16:36
  • 곽지혜 기자 jihye.kwak@jnilbo.com
그래픽=서여운편집디자인
“영세한 기업들은 적자를 보더라도 어떻게든 버티려고 합니다. 사업을 접는 것도 돈이 있어야 하거든요. 그런데 코로나로 시작해서 작년에는 원자재부터 은행 이자까지 모두 오르면서 부채가 계속 쌓이고 있습니다. 빚내서 이자 갚고 또 빚내서 이자를 내다 이자가 원금을 넘어버리고 그러면 말 그대로 파산을 하는 거죠.”

고물가·고환율·고금리 등 이른바 ‘3고(高) 사태’가 지속되면서 지역 중소기업이 벼랑 끝에 내몰리고 있다. 지난해 광주·전남지역의 법인 파산 신청 건수가 전년 대비 약 10% 늘어나는 등 지역 산업의 뿌리역할을 하는 제조·건설 등 업계의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순천에서 콘크리트 제품 등을 생산하는 중소기업의 대표 A씨는 지난해부터 폭등한 금리에 하루하루 피가 마르는 기분이라고 전했다.

A씨는 “부채 비율이 은행까지 다 하면 한 30억원 정도 되는데 예를 들어서 이자가 1% 올라갈 때마다 1년에 이자가 3000만원이 늘어난다. 어림잡아서 한 달에 300만원씩 돈이 사라지는 것”이라며 “2%, 3%, 4% 계속 이자가 올라가면서 매달 사라지는 돈은 늘어나다 보니 가장 먼저 할 수 있는게 사람을 줄이는 것이었다”고 토로했다.

5명의 직원과 함께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A씨는 인건비를 줄이면서 본인의 수면 시간도 줄였다. 부족한 인력의 일까지 감당하려고 애를 써도 생산량과 납품처는 줄어만 갔다.

그는 “이대로라면 중소기업들은 결국 쓰러져갈 것이다. 기업이 없어지면 거기서 일하던 사람들은 일할 곳이 없다. 기업 파산은 곧 개인 파산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고 그때부터 지역경제는 위기를 넘어 나락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A씨의 우려는 이미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 모양새다.

법원통계월보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법원 파산부에 접수된 법인 파산 신청 건수는 총 1004건에 달했다. 이 중 광주지방법원에 접수된 법인 파산 신청은 32건으로 전년(29건)에 비해 10%가량 늘어났다. 서울, 수원, 청주에 이어 전국에서는 4번째로 법인 파산 신청 증가폭이 크다.

올해 역시 지난 1월 광주지방법원에 접수된 법인 파산 신청만 4건에 달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대로라면 올해는 지난해를 훌쩍 뛰어넘는 지역 법인 파산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동안 법원의 기업 회생 신청 건수는 법인 파산 신청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해왔지만, 지난 2020년 역전된 뒤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금리 인상과 경기 침체로 위기에 몰린 중소기업들의 재기 의지가 사라지고 있다는 신호로 이는 기업들의 줄도산 사태로 번질 수도 있다는 우려다.

지난해 말부터는 지방 중견 건설사의 부도 소식까지 들려오며 뿌리산업인 제조업과 함께 지역 경제의 큰 축을 담당해온 건설업계의 불안감도 극에 달하는 분위기다.

지난해 6월 시공능력평가 상위 100위 안에 포함되는 대우조선해양건설이 회생절차 개시 결정을 받은 것에 이어 9월에는 시평 순위 202위인 충남지역 건설사 우석건설이 부도났고, 11월에는 시평 388위 규모의 경남지역 소재 동원건설산업이 부도 처리됐다. 광주지역에서도 재건축 단지 공사가 수개월째 멈춰있는 현상이 발생하는 등 지역을 막론하고 부실 위험이 상승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지방의 경우 규모가 작은 중소 건설사 비율이 높아 자금조달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크고,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미분양 물량 등 부동산 경기 침체도 건설업계 위기를 가속화 시킬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호남지방통계청의 산업활동동향 통계에 따르면 지난 1월 광주의 공공부문 건설 수주액은 전년 대비 73.2% 급감했다. 광주시의 지난해 4분기 용도변경과 신축, 증축 등을 포함한 건축허가 건수(260건)도 전년 같은 기간(423건)보다 39.4% 줄어들었다.

지역 중소기업협동조합의 한 관계자는 “물론 기업 스스로도 위기를 타개할 수 있는 자구책을 마련하는 등 노력해야겠지만, 현재 상황은 기업의 노력으로만 해결될 일은 아니라고 보여진다”며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의 범위를 확대하는 등 정책적인 변화도 함께 수반돼야 한다”고 말했다.
곽지혜 기자 jihye.kwa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