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순 고인돌로 알아본 삶의 애환·역사왜곡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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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반
화순 고인돌로 알아본 삶의 애환·역사왜곡 문제
박기복 감독이 말하는 ‘광주영화’
화순 학생들과 방과 후 활동으로
‘고인돌’ 제작 전일빌딩서 시사회
“낙화잔향 이후 오월 3부작 준비”
“광주영화 '정체성' 생겨야 성장”
  • 입력 : 2023. 03.14(화) 17:59
  •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
박기복 감독이 지난 2일 광주 동구 금남로 전일빌딩245에서 영화 ‘고인돌’ 시사회에 앞서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도선인 기자
“광주 사람들이 직접 만드는 광주영화가 많아져야 오월 영화의 작품성도 성장할 수 있겠죠. ”

전국 최초 스토리펀딩으로 만들어진 오월영화 ‘님을위한행진곡’을 진두지휘한 박기복 감독의 광주 영화에 대한 평가다.

지난 2일 옛 전남도청이 내려다보이는 전일빌딩245 8층에서 만난 박 감독은 광주영화에 대해 “예향 광주라는 개념이 ‘미술’이나 ‘소설’로 한정되는 것이 아쉽다”며 “5·18을 소재로 영화를 만들 수 있는 스토리는 많다. 광주에 의한 투자지원이 먼저다”고 말했다.

박 감독은 최근 고향 화순에서 재밌는 일을 기획했다. 지난해 화순고, 능주고, 전남기술과학고 등 3개 고등학교에서 진행한 ‘시나리오 작법’ 강의를 계기로 실제 영화를 만든 것. 바로 화순 고인돌을 통해 선사시대의 슬픈 러브스토리를 그린 영화 ‘고인돌’이다.

고등학생 20여명이 영화 전 제작과정에 참여했다. 코로나 감염, 태풍 등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지난해 5월부터 1년간의 제작과정을 거쳐 지난 3일 전일빌딩245에서 시사회를 개최했다. 배우 김장준, 박누리를 비롯해 화순고 2학년 학생 강윤주 양이 주연을 맡았다.

영화 ‘고인돌’은 지석강을 경계로 대립하는 태양 부족과 달 부족에 관한 이야기다. 태양 부족장의 딸과 달 부족장의 아들은 서로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비극적 결말을 맞는다. 그 흔적은 오늘날 화순 고인돌로 남아 삶의 순환적 의미를 내포한다.

박 감독은 “고인돌은 움직일 수 없는 역사적 기록이다. 이를 통해 역사시대로 구분되는 단군왕검 이전인 선사시대에도 유구한 한반도 역사가 있었다는 것을 말하고자 했다”며 “관객들이 영화를 통해 삶의 순환적 의미를 되새기고 교육현장에서 영화가 고인돌 역사 자료로 활용되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영화는 주로 화순 도곡면과 춘양면에서 촬영됐으며 바닷가 장면은 무안 홀통 해수욕장을 배경으로 한다. 특히 화순 출신 한보리 작곡가와 ‘님을위한행진곡’의 실제 연주자로 유명한 오영묵 등이 주제가 제작에도 참여했다. 박 감독은 최종 편집, 영문번역 등의 작업을 마무리하고, 영화 고인돌을 국내청소년영화제, 음악영화제, 해외영화제에 출품할 예정이다.

박기복 감독은 전남일보와의 오랜 인연도 공개했다. 박 감독은 “1991년 희곡 ‘추억에 산 그림자’로 전남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됐다”며 “1992년 시로 5·18문학상에 당선되기도 했다. 점점 광주와 5·18로 할 말이 많아지면서 작품세계가 영화로까지 이어졌다. 광주에서 영화를 고집하는 이유다”고 말했다.

이어 “고등학교 3학년 때 5·18 참상을 목격했다. 내 과거의 기억을 영화를 통해 어떤 메시지로 구현할 것인가, 가장 큰 고민이다”고 덧붙였다.

5·18민중항쟁 43주년인 올해 박 감독은 세 번째 오월영화 제작에 시동을 건다. 바로 ‘복수’를 매개로 5·18민주화운동을 다룬 ‘살아남은 자들의 기억’이다. 영화는 ‘임을위한행진곡’, ‘낙화잔향’에 이어 세 번째로 광주를 다룬다. 중편영화로 광주판 안네의 일기인 ‘매장화첩’ 기획하고 있다.

박 감독은 “오월영화가 한 분야로 정착되기 위해서는 광주에서 제작되고 투자가 이어지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며 “제작을 앞두고 있는 ‘살아남은 자들의 기억’이 오월영화 3부작 마지막 작품이 될지, 오월영화 세번째 작품이 될지, 고민은 많다. 그래도 누군가는 광주영화 이끌어야 하지 않을까, 나에게 광주영화는 책임감이다”고 말했다.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