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45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일을 닷새 앞둔 13일, 광주광역시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 ‘추모의 글 남기고, 추모 리본 달아주세요’ 행사 천막을 찾은 ‘오월어머니’들이 추모 문구를 남기고 있다. 윤준명 기자 |
![]() 제45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일을 닷새 앞둔 13일, 광주광역시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추모의 글 남기고, 추모 리본 달아주세요’ 행사 천막이 운영되고 있다. 윤준명 기자 |
제45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일을 닷새 앞둔 13일, 광주광역시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는 올해도 어김없이 형형색색의 추모 리본으로 가득했다. 봄바람에 나부끼는 리본 하나하나에는 참배객들의 진심 어린 감사와 위로의 마음이 담겼다.
매년 5월이면 운영되는 5·18민주유공자유족회(유족회)의 ‘추모의 글 남기고, 추모 리본 달아주세요’ 행사는 지난 2006년 처음 시작돼 어느덧 올해로 20년째를 맞았다. 유족회와 자원봉사자들은 매일 민주묘지 입구 ‘민주의 문’ 앞 천막을 지키며 시민들의 추모 메시지를 받아오고 있다.
이는 민주주의 가치를 지켜낸 열사들의 정신을 시민들과 함께 기억하고, 그 숭고한 뜻을 끊임없이 되새기며 나누자는 취지다. 올해 천막은 지난달 21일부터 오는 16일까지 오전 9시30분부터 오후 4시30분까지 운영된다.
하루 평균 100여개, 5·18 기념일 주간에 들어서는 300~400개의 추모 리본이 달리면서, 오랜 세월에 걸쳐 쌓인 리본들은 어느새 묘지 일대를 빼곡히 메우게 됐다. 수많은 이들의 사연과 감정을 품어낸 리본의 물결은 이제 이곳을 찾는 참배객들에게 익숙한 풍경이면서도, 묵묵한 울림으로 자리 잡고 있다. 걸려있는 리본은 5월이 지나면 수거돼, 유족회에서 하나하나 정성스럽게 보관한다.
‘소년이 온다’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12·3 계엄사태와 함께 오월정신이 다시 부각되면서, 추모글의 내용도 한층 다양해지고 있다. ‘당신의 피와 땀으로 만든 오늘을 기억하겠습니다’, ‘편히 쉬소서’와 같은 경건한 다짐부터, ’너무 늦게 왔다’, ‘잘 모르고 있어 미안하다’는 진정성 있는 사과, ‘Hope, Peace, Perseverance(희망, 평화, 인내)’ 등 외국어로 남긴 메시지까지 세대와 국경을 넘어서 단단히 묶인 마음이 이어지고 있었다.
김은미(26)씨는 “5.18을 직접 겪지 않은 세대지만, 윗세대들로부터 이야기를 전해 들으며, 당시 오월 열사들이 느꼈을 고통과 결연한 의지를 간접적으로나마 느끼고 있다”며 “그들의 정신이 오늘날 민주주의의 토대가 됐음을 기억하고, 광주시민으로서 그들의 뜻을 이어가겠다는 마음을 담았다”고 귀띔했다.
추모글 작성을 돕거나 리본을 정리하는 등, 참배객들의 편의를 위한 자원봉사자들의 발길도 매년 끊이지 않는다.
김예림(광주여대 1년)씨는 “지난 탄핵정국 동안 촛불 시민들의 원동력이 된 영령들께 감사한 마음이 들어, 벌써 2번째로 봉사를 하게 됐다”며 “직접 묘지에 와서 시민들이 남긴 글을 정리하면서, 5·18민주화운동의 상징성과 역사적 의의를 느낄 수 있었다”고 밝혔다.
유족회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빛바래는 참배객들의 추모글귀를 보존하고자 과거 책자를 펴내기도 하는 등 기록 작업에도 힘쓰고 있다. 앞으로도 추모리본 행사를 5월 연례행사로 이어가며, 그들의 정신을 되새기는 장으로 삼을 계획이다.
유족회 관계자는 “어느덧 20년째 이어온 추모리본 행사는 5·18 당사자와 유족뿐 아니라 묘역을 찾는 모든 이들에게 큰 위로와 깊은 울림을 주고 있다”며 “참배객들의 진심이 담긴 추모 행사를 지속적으로 이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5·18 기념일 주간을 맞아 지역 내 추모 분위기는 더욱 고조될 전망이다. 지난 1일부터 11일까지 누적 2만2676명의 참배객이 민주묘지를 찾았으며, 월요일인 12일에는 하루에만 1만15명이 방문했다.
윤준명 기자 junmyung.yoon@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