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로마트서 상생카드 사용 못한다고…”
  • 페이스북
  • 유튜브
  • 네이버
  • 인스타그램
  • 카카오플러스
검색 입력폼
사회일반
“하나로마트서 상생카드 사용 못한다고…”
연매출 30억 이상 지역화폐 제한
광주, 마트 8곳·직매장 2개 해당
전남 32.9% 제한… 3곳 중 1곳
지역민 “현실 고려하지 않은 처사”
조합원 불편·매출 등 타격 불가피
  • 입력 : 2023. 03.26(일) 17:42
  • 송민섭 기자 minsub.song@jnilbo.com
행정안전부가 지난달 지역화폐 사용처를 연매출 30억 원이 넘지 않는 사업장으로 제한한 개정안을 각 지자체에 통보하면서 광주시내 하나로마트 10곳에서 광주상생카트 사용이 제한될 예정이다. 하나로마트 매곡지점에서 식자제를 고르는 시민.
“집 앞에 마트가 여기(하나로마트) 하나뿐인데 이제 이거(광주상생카드) 어디서 쓰라고. 누굴 위한 정책이랍니까?”

정부가 올해 지역사랑상품권(지역화폐)을 연매출 30억원 이하 가맹점에서만 사용할 수 있도록 관련 지침을 전격적으로 바꾸면서 벌써부터 후폭풍이 거세다.

광주의 경우 하나로마트 10곳, 전남은 112곳에서 지역화폐 사용이 제한될 것으로 보여 지역사회에서 정부 지침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최근 하나로마트 광주농협매곡지점에서 만난 김예희(65)씨는 정부의 지역화폐 사용처 제한을 두고 이같이 반문했다.

김씨는 “우리 농민들은 농사짓는 사람들끼리 도와준다고 생각해서 하나로마트를 이용한다”며 “매출액이 많다면 그만큼 많은 사람이 이용하고 있다는 뜻인데, 제한하는게 맞나 싶다”고 호소했다.

광주시 등에 따르면 행정안전부는 지난달 연매출액 30억원이 넘는 사업장에서 지역화폐 사용처를 제한하는 ‘2023년 지역사랑상품권(지역화폐) 지침 개정안’을 수립해 지자체에 통보했다.

이번 조치로 광주의 경우 30개의 하나로마트 중 2개의 로컬푸드매장과 8개 하나로마트가 제한대상이다. 전남은 112개소로 전남의 전체 하나로마트 32.9%가 해당된다. 광주·전남 하나로마트 3곳 중 1곳의 매장에서는 오는 5월부터 최대 10%까지 할인되는 지역화폐를 사용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이같은 정부 방침에 지역민들은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처사’라며 불만을 터트리고 있다. 특히 농민들의 반발이 매우 크다. 농촌지역에선 하나로마트·농자재센터 등 지역 농·축협 경제사업장이 지역화폐의 주요 사용처다. 하나로마트 이 외에는 접근성이 좋으면서 제대로 된 생필품·농자재 판매점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전국에서 농업인구가 가장 많이 거주하는 전남도는 다른 지역보다 농촌지역이 많아 더 큰 우려를 낳고 있다.

순천농협 하나로마트를 자주 방문한다는 김미진(65)씨는 “농협에서 비료나 농약을 지역화폐로 구입해 고물가 시대에 그나마 부담을 덜고 있었다. 이제 그마저도 힘들어졌다”며 “집과 가까운 대형마트도 이 곳 뿐이었는데 이런 부분을 생각하지 않고 제한하는 건 현장을 모르는 처사”라고 토로했다.

농협측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송정근 서광주농협 하나로마트 동림지점장은 “농협은 단순히 소비자들에게 물건을 파는 역할만 하는 것은 아니다”며 “로컬푸드 직매장을 운영하면서 유통단계를 줄여 농가 소득에 이바지하고, 정부지침에 맞춰 마트를 운영하다보니 물가안정의 역할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농촌에 거주하는 조합원들이 큰 불편을 겪을 수밖에 없다. 마트 이용 고객의 대부분이 광주상생카드를 사용하는 고객층이다. 매출에도 타격이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광주시는 개정안 적용 여부를 두고 논의가 한창이다.

시 관계자는 “행안부에 의견을 냈지만, 이미 보고를 마친 사항이라서 시행해야 된다는 답변을 받았다”며 “올해 광주시 상생지원카드 예산 855억원 중 165억원이 정부지원금이다. 개정안을 따르지 않으면 정부 지원금이 축소되거나, 지원이 끊길 수 있는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송민섭 기자 minsub.song@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