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곡 2·3근린공원 매립 쓰레기 '그대로 존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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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일곡 2·3근린공원 매립 쓰레기 '그대로 존치?'
2018년 건축 공사 중 쓰레기 발견
실태조사 결과 매립가스 등 문제
비용 소요 많아 소각보다는 보상
주민들 "그간의 고통에 사과 없어"
광주시 "주민 의견 따라 대책 마련"
  • 입력 : 2023. 03.26(일) 18:29
  • 정성현 기자 sunghyun.jung@jnilbo.com
광주시가 지난 2018년 북구 일곡지구에 시립 청소년문화의집 건립 공사를 시행하던 도중 대규모 불법 쓰레기층이 발견, 지상으로 시커먼 쓰레기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광주 시의회 제공
광주 북구 일곡지구에서 발견된 불법 매립 쓰레기층에 대한 환경영향평가가 지난해 마무리되면서, 이를 처리해야 할 관계당국이 깊은 고심에 빠졌다.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전문가의 평가에도 불구하고 주민들이 마땅한 후속조치를 강구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적·소각 등을 하기에는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하는데다, 도로 통제 등의 불편도 발생해 내부에서는 ‘실효성 측면에서 적절하지 않다’는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 불법 쓰레기 매립, 어디서 시작됐나

일곡지구 불법 쓰레기 매립은 광주시가 지난 2018년 제3근린공원에 ‘일곡청소년문화의 집’ 건립을 위한 터파기 공사를 진행하던 중 발견됐다. 광주시 조사 결과 인근 제2근린공원에도 쓰레기 매립이 확인 됐는데, 당시 지하 4~11m 사이에는 약 14만톤(제2근린공원 9만톤·제3근린공원 5만톤)의 쓰레기가 매장돼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 쓰레기들은 일곡지구 택지개발사업이 진행되던 1992년부터 1996년 당시 한국토지개발공사(LH)가 삼각산 인근 쓰레기매립장에 묻혀있던 각종 생활폐기물 중 일부(16만톤)를 옮기면서 발생했다.

폐기물을 매립하기 위해서는 시의 허가를 받아야 했지만, LH는 위생매립장 반입이 허용된 도로개설 폐기물 2만톤을 제외한 14만톤을 일곡지구 등지에 재매립했다. 결국 1994년 택지지구가 본격적으로 조성되기 시작하면서 이 문제가 한차례 불거졌고, 이듬해 검경의 수사를 통해 LH는 기소유예 등 행정처분을 받았다.

1996년 북구의회 불법 재매립 쓰레기 특별조사위원회서는 폐기물관리법 위반 등을 이유로 ‘주민 건강·안전·환경을 위해 쓰레기 전량을 반출해야 하고, LH가 소요 비용 전액을 부담해야 한다’고 결론 내리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 아무런 행정조치도 취해지지 않은채 그대로 방치됐다.

광주시는 2018년 매립된 쓰레기가 공사 도중 발견되자 제2·3근린공원에 대한 환경영향평가를 추진했다. 정밀조사 대행기관으로 선정된 한국환경공단은 지난해 12월까지 환경영향평가를 조사, △지하수의 오염도와 악취 △침하도·토양오염 △토양 내 다이옥신 농도 등이 모두 법적 기준치 이내로 확인돼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발표했다. 다만 침출수 pH·총질소 배출허용 기준 초과·매립가스 발생·난분해성 물질 미분해·독극물 비소 검출 등의 문제가 발견돼 사후관리·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안정화” vs “믿을수 없다”

광주시와 북구는 ‘이상 없다’는 정밀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지난달 17일 ‘일곡 매립 폐기물 정밀조사 용역 보고 및 주민설명회’를 개최, 일곡동 주민자치회원 등 30여 명과 추후 대응 방향 등을 논의했다.

이날 설명회에서는 매립지 차수막 설치·침출수 처리시설 설치 등 그간의 안정화 작업 현황과 이적·소각 시 발생하는 여러 문제 등의 내용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시는 사후 관리기간 30년이 임박한데다, 이적·소각에 막대한 비용 등이 들어 안정화된 현 매립지 그대로 존치하는 방향이 가장 실효성있다고 보고 있다.

광주시 측은 “폐기물관리법에 따라 LH에 이적 등 행정명령을 할 수 있지만, 이것이 최선의 방법인지는 고민해봐야 한다”며 “비용도 많이 들겠지만 그 사이 악취·교통 통제 등 여러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현재로서는 부지가 안정화 단계로 접어든 만큼, 매립을 그대로 둔 채 다른 보상안을 강구하는 방향이 최선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주민들은 ‘매립돼 있는 것 자체가 문제’라며 관계기관의 사과와 함께 적절한 대응책 마련을 촉구했다.

익명을 요청한 일곡 주민자치회원 A씨는 “현재 정밀조사 결과가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었다 해도 지난 30년간 아무 문제가 없었다고 누가 단정할 수 있는가”라며 “메탄가스 등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문제가 산적하다. 동네에 사는 주민들은 매 순간 피해를 입고 있다. 이 문제의 주체인 광주시·LH는 수십년간 이어져 온 사태에 대해 진솔히 사과하고 쓰레기 반출 등 마땅한 대응책을 발표해야 한다”고 전했다.

광주시·북구 등 행정당국은 일단 주민협의회 등에서 나온 의견을 수렴해 처리 방안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북구 청소행정과 관계자는 “불법 폐기물과 관련해서는 광주시에서 행정 절차·협조 등의 공문이 와야 움직일 수 있다”며 “현재 (불법 매립 폐기물에 대해) 주민 의견 수렴이 진행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앞으로의 상황을 지켜보겠다”고 말을 아꼈다.

광주시 자원순환과 관계자는 “주민설명회 이후 3월께 주민협의체가 꾸려진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곳에서 이적·소각·존치 등에 대한 주민 의견이 수렴되면 이에 따라 관련 일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오래된 문제인 만큼 조속하고 확실하게 해결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정성현 기자 sunghyun.jung@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