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손자 '사죄 행보' 진정성 두고 지역 사회 의견 분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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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전두환 손자 '사죄 행보' 진정성 두고 지역 사회 의견 분분
5월 단체 "전두환 집안의 첫 원죄 의식…의심 여지 없어"
일부 시민 단체 "뜻은 좋으나 후속 행보 지켜본 뒤 판단"
  • 입력 : 2023. 03.31(금) 08:16
  • 뉴시스
30일 오전 광주 서구 치평동 한 호텔 로비에서 전두환씨의 손자 전우원(27)씨가 눈을 감고 있다. 뉴시스
고(故) 전두환씨의 5·18민주화운동 잔혹 진압 등 과오를 사죄하고자 광주로 찾아온 전우원(27)씨의 진정성을 두고 지역 사회 의견이 분분하다.

사죄 없이 숨을 거둔 전두환씨를 대신한 후손의 속죄라는 분석이 나오는 한편 전씨 일가가 해야 할 마땅한 도리를 하고 있을 뿐 평가는 무르익지 않았다는 지적도 있다.

31일 5·18기념재단 등에 따르면 전씨는 이날 오전 10시 서구 5·18기념재단에서의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국립5·18민주묘지지를 찾아 참배하는 등 지역 사회를 향한 사죄 행보에 나선다.

그는 광주행을 결정한 배경으로 자신의 할아버지가 1980년 5월 광주에서 저지른 과오를 사죄하지 않은 점 등을 들었다. 이어 자신을 '죄인'이라 지칭하며 귀국해 광주로 올 수 있었던 점에 '기회'라고도 자평했다.

5·18 관련 단체 인사들은 전씨의 이같은 행보를 반가워하며 그의 사죄 결심에 진정성이 느껴진다는 평가를 내렸다.

특히 숨진 전두환씨 대신 후손이 나서 과오를 바로잡는다는 현재 상황은 전씨 일가에서 그간 나오지 않았던 첫 원죄 의식 사례인 만큼 의심할 여지가 없다는 것이다.

학살을 합리화하고 5·18을 왜곡했던 가정 교육 내용을 적나라하게 고백했다는 점도 전씨의 사죄 행보가 긍정적 평가를 받는 또다른 배경이다. 5월 단체들은 전씨를 통해 잔존 신군부 세력에게 진상규명 협조와 같은 의미가 전달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품고 있다.

정수만 초대 5·18유족회장은 "전두환 가계 일원이 치부를 바깥으로 드러내며 스스로를 죄인이라고 일컫은 경우는 결코 없었다. 단순히 사죄를 하고 싶다는 의사 표현에서 그치는게 아니라 5·18 피해자들의 억울함을 풀어주고 싶다고도 했다"며 "뻔뻔함으로 일관하는 다른 가족들 대비 진심으로 속죄하고자 하는 태도가 느껴진다. 첫 원죄 의식 고백 사례인 만큼 진정성을 의심해선 안된다"고 말했다.

차종수 5·18기념재단 기록진실부장도 "전두환으로부터 5·18 왜곡 교육을 받아왔다고 스스로 깨우친 점, 전씨 일가 내부에서 인지하는 5·18의 수준 등을 적나라하게 고발한 점에 따라 진정성을 의심할 필요는 없어보인다"며 "전두환 당시 보안사령관 중심의 역사 왜곡 시도와 사실이 간접적으로 재입증된 경우로도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전씨의 사죄 행보에 대해 섣부른 판단을 해선 안된다는 의견도 있었다.

광주를 찾아 5·18 피해자들을 만난다는 뜻은 좋으나 이는 전두환 일가의 일원으로서 당연한 도리이며 후속 행보가 이어질 때 진정성이 평가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김형미 오월어머니집 관장은 "전씨의 아버지인 전재용과 그의 형제 전재국, 전재만 등이 침묵하고 있는데 손자가 나서 독단적 행보를 보이는 것은 의미가 다소 경감된다. 전씨의 행동을 격려하지만 진정성을 판단할만큼 무르익은 수준은 아니"라며 "이번 행보가 자칫 전두환 일가에 대한 면죄부로 비춰질 수 있을지 우려스럽기도 하다. 피해자 입장에서 용서라는 단어가 쉽게 나와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기훈 오월정신지키기 범시도민 대책위원회 대변인도 "전씨의 사죄 행보 자체는 긍정적이나 그의 진정성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기에는 이른 시기"라며 "전씨 가문 일원으로서 마땅한 일을 한 뒤 합당한 후속 행보를 보일 경우 그 진정성을 판단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