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일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에서 시민들이 ‘안산 세월호 참사 9주기 기억식’을 모니터를 통해 보고 있다. 박소영·장아현 수습기자 |
●‘잊지 않겠다’ 세월호 시민분향소
지난 15일 오후 1시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에는 4·16 참사 희생자들을 기리기 위한 노란 리본으로 가득했다. 세월호 9주기를 이틀 앞둔 14일 광주세월호상주모임·광주청소년촛불모임이 광장 한편에 시민합동분향소를 마련하면서, 참사를 추모하기 위한 헌화객들의 발길도 이어졌다. 시민들은 희생자들의 영정사진이 모여 있는 분향소에 하얀 국화와 노란 리본을 올리며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일부 시민들은 차마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 지 먼발치에서 바라보기도 했다.
사고 당시 초등학교 6학년 이었던 최민혁(21)씨는 “아직도 참사날이 생생하다”며 “기억에서 잊히는 순간, 모든 게 끝이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이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조재희 세월호상주모임 활동가는 “참사 이후 어느새 9년이 흘렀다. 그러나 아직도 밝혀지지 않은 진실이 많다”며 “이태원 참사 등 안전 사회 구축은 여전히 먼 이야기다. 시민들이 함께 기억하고 목소리 내줘야 변화를 만들수 있다. 떠난 아이들이 억울하지 않도록 앞으로도 끝까지 함께 투쟁해 나가겠다”고 다짐을 전했다.
![]() 세월호 9주기를 하루 앞둔 15일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에서 진행된 ‘광주 청소년 기억문화제’ 부스에서 아이들이 체험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정성현 기자 |
같은 날 시민분향소 옆에는 광주·전남 청소년들이 만든 세월호 추모행사가 한창이었다. 이날 오후 2시부터 열린 ‘광주 청소년 기억문화제’는 “세월호를 잊지 않겠다”는 마음 하나만으로 문화행동 샵·광주시교육청·416연대 등이 마련했다.
문화제에서는 총 16개의 체험형 부스·세월호 진상규명 Q&A 등 전시프로그램·세월호 관련 버스킹·플래시몹 공연 등이 진행됐다.
희생자의 부재를 기록한 ‘아이들의 방’ 전시를 보고 있던 최준석(24)씨는 “전시물을 보는 데 참담한 마음만 들었다. 사고 발생 후 정부가 무려 세 번이나 바뀌었지만, ‘진실과 책임’이라는 위로는 이뤄지지 않았다”며 “하루 빨리 진상규명이 이뤄져 아픔없는 세상이 도래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광주시교육청이 추진한 ‘5·18 푸른새 홍보단’도 이날 행사에 함께했다.
추모 현수막 앞에서 시민들의 사진을 찍어주던 이예영(16)양은 “5·18은 공동체·인권·민주·평화·나눔을 추구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도 같은 맥락에서 무고한 사람이 아무런 이유 없이 희생당했다”며 “앞으로 이런 사회적 참사가 반복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행사에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정민기 문화행동 S#ARP 대표는 “청소년들이 즐겁고 재밌게 참여할 수 있는 사회참여 활동이 필요하다고 봤다. 이번 행사에서는 그 안에 ‘우리가 잊지 않고 기억해야 할 메시지’를 담았다”며 “벌써 내년이면 세월호가 10주기다. ‘안전 사회 구축’을 기성세대가 약속했지만 지켜지지 못했다. 부끄럽지만 이제는 미래 세대가 함께 목소리를 내야 한다. 다양한 교육·행사 등을 마련해 안전 사회를 이어나가겠다”고 말했다.
![]() 세월호 9주기를 하루 앞둔 15일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에서 열린 ‘광주 청소년 기억문화제’ 버스킹 공연을 시민들이 관람하고 있다. 정성현 기자 |
![]() 세월호 9주기를 하루 앞둔 15일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에서 열린 ‘광주 청소년 기억문화제’에서 봉선문화의 집 LED팀이 치어리딩 공연을 하는 모습. 박소영·장아현 수습기자 |
16일 오후 3시, 5·18민주광장에 마련된 대형 모니터 앞에 많은 시민들이 모여있다. 이들은 같은 시각 안산 화랑유원지서 열린 ‘세월호 참사 9주기 기억식’을 함께 하기 위해 모인 시민들로,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시민들은 대형 화면을 통해 송출되는 추모식을 보며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다.
중학생 자녀와 참석한 A씨는 “오늘 함께 온 딸이 ‘왜 많은 학생이 희생됐는지’ 궁금해 하더라. 당시 3살이었는데 점차 시간이 지나면서 사건을 인지한 모양이다”며 “(참사 희생자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표현하고 싶어 아이와 함께 찾아왔다. 앞으로도 세월호 분향소나 관련 추모 행사가 개최된다면 꾸준히 참석하겠다”고 말했다.
김종기 4·16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안전사회 건설을 위한 피해자 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9년이 지났지만 내 아이가 이 세상에 없다는 것이 하루도 실감이 안 난다”면서 “정부·국회의 국가 폭력에 대한 공식 사과·추가 진상규명 조사 및 수사·후속 조치 실행 등이 진행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날 안산 9주기 기억식은 △희생자 묵념 △추도사 △10주기 위원회 발족 선언문 낭독 △기억영상·기억편지 △기억공연 △304명 기억합창 △폐식 순으로 진행됐다.
●팽목항·목포신항서도 ‘세월호 추모’
진도 팽목항과 세월호 선체가 거치된 목포 신항에서도 ‘세월호 참사 9주기 기억식’이 개최됐다. 16일 열린 기억식에는 100여 명의 추모객이 찾아 참사를 기억하고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추모객 김모(45)씨는 “사회적 참사 특별조사위원회가 침몰 원인을 밝히지 못한 채 마무리됐다”며 “국가 참사인 만큼 재발 방지를 위해 철저한 원인 규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목포 신항 기억식을 주최한 ‘세월호잊지않기목포지역공동실천회의’는 “사고가 난 그날, 그 시간 국가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침몰한 것은 세월호가 아니라 국가였다”며 “이제는 기억에 머무르지 않고 진실 규명과 안전 사회를 위한 책임자 처벌을 위해 실천하겠다”고 전했다.
임정자 팽목바람길 대표도 "다시는 비극적인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나와 우리 아이들이 안전한 채 꿈을 펼칠 수 있는 사회가 만들어질 수 있도록 결코 참사를 잊어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 세월호 9주기를 하루 앞둔 15일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에 마련된 세월호 시민분향소에서 한 추모객이 국화꽃을 올려놓고 있다. 정성현 기자 |
정성현 기자·박소영·장아현 수습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