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주 서구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 전기자동차 충전소에서 한 차량이 충전을 하고 있다. 강주비 기자 |
최근 찾은 광주 서구 한 아파트. 이곳의 전기차 충전소는 지하주차장 2층에 자리 잡고 있다. 전기차는 화재 발생 시 불이 크게 번질 위험이 높다고 알려졌지만, 벽면에 붙은 ‘충전기 사용 방법’ 외엔 어떠한 주의 문구나 소화기 등 안전시설을 찾을 수 없었다.
주민들은 불안하다는 입장이다. 주차장을 지나던 주민 서모(42)씨는 “뉴스를 보면 전기차 화재가 정말 무섭더라. 충전 중에 불이 날까 무서워 일부러 충전소로부터 멀리 떨어진 자리에 주차한다”며 “지하 주차장은 차도 많아서 불이 번질 위험이 높지 않나. 야외 주차장도 있는데 왜 하필 지하에 설치하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주민 장서영(27)씨는 “아버지가 전기차를 이용하지만, 배터리 화재 등 위험성을 인지해 차에 소화기를 구비해 놓고 다닌다”며 “아파트 내에서 충전할 수 있는 곳이 이곳뿐이라 어쩔 수 없이 쓰면서도 혹여나 불이 날까 걱정되기도 한다. 주차난에 주차 자리도 줄어드니 이웃들이 더욱 전기차에 대해 탐탁지 않아 하는 눈치다”고 말했다.
전기차의 보급률이 갈수록 높아지면서 충전시설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한국전력공사 통계 자료에 따르면, 광주·전남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해 3월 기준 광주 6015대·전남 9978대다. 이는 전년 동기 광주 3504대·전남 5773대와 비교해 70%가량 증가한 수치다. 누적 등록 대수는 광주·전남 각각 2만여 대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충전소도 증가추세다. 무공해차 통합누리집에 등록된 전기차 충전소는 지난 16일 기준 광주 6144개소·전남 6465개소다.
문제는 충전소 상당수가 지하 주차장에 있다는 것이다.
광주시가 지난달 관내 전기차 충전소 1300여 개소를 대상으로 표본조사를 한 결과, 66%가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 있었고 이 중 80% 이상이 지하에 설치된 것으로 드러났다. 즉, 최소 3000여 개의 충전소가 지하에 설치돼 있는 셈이다.
더욱이 지난해 1월부터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전기차 충전시설 의무 대상이 확대됨에 따라 충전소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 광주 남구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전기차 충전소가 설치돼 있다. 강주비 기자 |
그래서 전기차 화재는 배터리를 물에 담그기 위한 소화수조 등 특수장비를 사용해야 하는데, 지하주차장은 이를 설치할 공간도 여의찮다.
또 지하주차장은 차량이 밀집돼 있고, 소방차 진입이 어려워 전기차 1대에서 화재가 발생해도 크게 번질 위험이 크다.
이에 더해 전기차 화재 건수는 많지 않지만 지역에서 매년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최근 3년간 광주 전기차 화재는 △2020년 1건 △2021년 2건 △2022년 2건 등이다. 같은 기간 전남은 △2020년 0건 △2021년 1건 △2022년 1건 등이다.
전문가들은 전기차 충전소 지하 설치를 제한하기에 앞서, 현재 지하 충전소에 차량 격벽 등을 설치해 화재 확대를 막는 방안을 조속히 시행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백은선 동신대학교 소방행정학과 교수는 “스프링클러의 헤드 설치 간격을 줄이거나 살수 밀도를 높이고, 전기차 전용 주차장에 차량마다 격벽을 쌓아서 2차 화재로 번지는 일을 막아야 한다. 또, 격벽과 함께 전면부에 수막 설비를 설치하는 등의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광주소방본부 관계자는 “전기차 충전시설은 지상에 설치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신축 아파트 건축허가동의 시 질식소화포 설치 등을 권고하고 있다”며 “이달 각 소방서 5개소에 소화수조를 배치함으로써 전기차 화재대응에 보다 더 적극적인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전했다.
강주비 기자 jubi.kang@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