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에세이·최성주> 러의 우크라 불법 침공, 국제법상 책임 물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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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에세이·최성주> 러의 우크라 불법 침공, 국제법상 책임 물어야
최성주 원자력대학원 교수·전 주폴란드 대사
75>징기스칸과 알렉산더를 보며
  • 입력 : 2023. 05.01(월) 14:37
최성주 교수
지나간 시절 정치적 야심이 가득 찬 권력자들은 동서를 막론하고 영토확장에 진력했다. 산업혁명 이후 서구제국주 시기는 그들의 전성기였다. 그러나 두 차례 세계대전을 체험한 인류는 1945년 유엔을 설립하고 침략 전쟁을 불법화하기에 이른다. 이 점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불법 침공은 규탄받아 마땅하고 정의와 평화가 속히 정립돼야 한다. 전쟁이 일상화되던 시절, 해양이 아닌 대륙 정복을 통하여 세계제국을 건설한 대표적인 두 인물은 동양의 징기스칸과 서양의 알렉산더 대왕이다. 알렉산더가 징기스칸보다 훨씬 앞선 시기에 활동했으니 알렉산더를 먼저 소개한다.

알렉산더 대왕은 고대 마케도니아 지배자로 아버지인 필립 2세가 암살된 이후에 왕위에 올랐다. 그는 고대 그리스 3대 철학자로 꼽히는 아리스토텔레스로부터 의학, 철학, 논리, 예술, 종교와 윤리 등에 관해 배운다. 타고난 정복자답게 과감한 군사작전을 펼쳐 소아시아와 이집트, 페르시아를 거쳐 인도까지 원정하지만 기나긴 정복전쟁 중 불과 32세의 나이로 바빌론 지역(현재의 이라크 일대)에서 사망한다. 많은 역사학자들이 그의 행적을 기술하고 있으며 알렉산더 대왕의 이름을 붙인 도시만 해도 20개에 달할 정도다. 대표적인 도시가 이집트 제일 항구도시인 알렉산드리아다. 아프가니스탄 헤라트 및 칸다하르, 타지키스탄 쿠잔드, 힌두쿠시 인근 및 파키스탄, 이라크 등지에도 그의 이름을 붙인 지명들이 존재한다. 알렉산더 대왕은 정복지역에 그리스 문화를 전파해 현지와의 융합을 꾀한다. 그 결과 소아시아(터키)와 이집트는 물론 인도에 이르는 광활한 정복지역에 헬레니즘 문명이 보급된다. 러시아가 개발하고 북한도 보유 중인 변칙기동형 미사일인 ‘이스칸데르’도 알렉산더 아랍식 표기다.

동양의 징기스칸은 역사상 가장 광대한 영토를 장악한 몽골제국의 태조다. 그가 지휘한 몽고군은 기마를 위주로 신속하게 이동해 파죽지세로 유럽 조지아와 우크라이나 일대까지 진출한다. 고려 왕조도 몽골 침략을 받아 거의 100년간 간섭과 지배를 받은 바 있다. 당시 일본은 가미가제(태풍을 의미) 덕분에 간신히 침략을 피했다. 징기스칸은 몽골 법제를 정비하고 종교적 관용을 베풀면서 유라시아 교역을 장려한다. 몽골의 역참제도는 유라시아에 걸친 광대한 제국 내 교류와 소통 수단이었다. 당시 상황을 팍스 몽골리카(Pax Mongolica), 즉 ‘몽골에 의한 평화‘라고 부른다. 이는 팍스 로마나처럼 서구권 학자들이 만든 용어로 몽골제국이 정복전쟁을 수행하면서 사회적, 문화적 및 경제적으로 13~14세기 유라시아에 안정을 가져다 준 기간을 뜻한다. 징기스칸의 원정 이후 그의 후손들이 효율적으로 동양과 서양을 연결하고 동아시아부터 동유럽까지 영토를 지배한다. 이 시기 실크로드를 통해 아시아와 유럽을 연결하고 이를 몽골제국의 권력하에 관할했다. 그러나 14세기 말부터 정치적 분열로 몽골제국은 쇠퇴기를 걷기 시작했다.

19세기 이래 산업혁명과 과학발전은 무기기술에도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20세기 들어 두 차례나 세계대전이라는 참화를 겪은 인류는 1945년 종전 직후에 전범재판소를 운영, 유태인 대량학살 등 전쟁범죄를 저지른 지도자들을 처형하기에 이른다. 이는 전쟁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권력자와 지휘관이 저지른 만행에 대한 사법적인 단죄다. 국제평화와 안전의 유지가 기본책무인 유엔(UN)은 분쟁의 평화적 해결을 근본으로 삼고 있다. 국가의 3대 요소인 영토와 국민, 주권 중 영토는 국민과 함께 핵심요소다. 주권없는 국가에서는 평화와 번영을 기대할 수 없기에 주권 존중과 주권 평등 원칙은 국제평화의 유지를 위한 필수요건이다. 푸틴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유엔 헌장 등 현대국제법의 기본질서를 파괴한 불법적 범죄행위다. 국제형사재판소(ICC) 또는 특별재판소를 통해 그 책임을 물어야 한다. 푸틴이 무슨 변명을 하든 우크라이나 침공은 그의 정치적 야심 내지 헛된 망상에서 비롯됐을 따름이다.

중국의 시진핑 주석이 대만 병합을 핵심과제로 추구하는 것도 그의 정치적 야심과 직결된다. 북한의 김정은 또한 조국 해방의 이름으로 공산화 통일을 준비하고 있다. 과연 어떤 방안이 국민에게 진정한 행복을 가져다 줄 지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핵심가치를 충족하지 않는 한반도 통일을 강력히 배척해야 하는 이유다. 미래세대인 청년들의 의견을 존중해야 하는 막중한 사안이다. 통일은 우리에게 주어진 역사적 사명이지만 통일로 인해 국민, 특히 미래세대가 불행해져선 안 된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