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소년 놀이공간이 턱없이 부족해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광주의 한 초등학교 학생들이 자전거를 타고 있는 모습. 뉴시스 |
특히 코로나19이후 청소년 자살상담 등이 급증하고 있어 청소년을 위한 놀이공간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통계청이 발간한 ‘아동·소년 삶의 질 보고서 2022’에 따르면 아동·청소년(만0~17세)의 자살률은 2021년 10만명 당 2.7명으로 증가, 2000년대 들어 최고치를 기록했다. 12~14세는 2000년에는 10만명 당 1.1명이었지만 2021년에는 5.0명으로 급증했다. 고교생 나이인 15~17세는 같은기간 10만명 당 5.6명에서 9.5명이 됐다.
청소년의 자살률 증가는 우울증과 관련이 있어보인다. 우울감에 따른 자살상담은 전년비 13%나 증가했다.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의 전국 청소년상담복지센터 상담 실적을 보면 지난해 전국 240곳 지역 센터의 자살·자해 상담 및 지원서비스 제공 건수는 12만5797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8년(7만1214건)보다 76.6% 증가한 수준이다. 지난해 광주 청소년 자살 상담도 전년에 비해 50% 이상 급증했다.
상황이 이렇게되자 정부에서는 2027년까지 자살률 30%감축을 목표로 ‘자살예방기본계획’을 확정했다. △생명존중 인식교육 의무화 △정신건강검침주기 단축 △자살유발정보 관리 △알림서비스 구축 등을 발표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청소년 우울증을 줄이는 근본적인 대책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박형주 광주청소년삶디자인센터장은 “과열된 입시로 인한 스트레스와 학교폭력 등 교우관계는 청소년 우울증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며 “청소년기는 생애발달단계에서 급격한 신체적·정신적 성장과 함께 고도의 에너지가 응축돼 있는 시기다. 충분한 신체활동만으로도 청소년 우울·자살이라는 사회적 문제를 해소할 수 있지만 안타깝게도 현실은 청소년들에게 그러한 시간적, 공간적 여유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청소년 신체활동과 우울증 발병률의 상관관계를 다룬 여러 연구결과들은 박 센터장의 주장을 뒷받침한다. 대표적으로 컬리지런던대 연구팀의 ‘란셋 정신의학지’에서는 정적인 생활패턴을 가진 10대 청소년들이 활동적인 또래들보다 우울증 발병 위험이 더 높고, 걷기와 같은 가벼운 신체활동만으로도 우울증 위험을 낮출 수 있다고 밝혔다.
세계보건기구(WHO)도 개정된 신체활동지침을 통해 단일운동의 최소 지속시간을 ‘10분’에서 ‘운동량 제한없음’으로 변경하며 꾸준히 움직일 것을 강조했다. 특히 어린이와 청소년은 매일 최소 1시간씩 걷기, 자전거타기 등 중·강도 이상의 운동과 주3일 이상의 근육강화 활동을 권장하고 있다.
청소년 야외 신체활동에 관한 국제적 기류에도 불구, 청소년들을 대하는 광주의 인심은 여전히 야박하기만 하다. 현재 광주 소재 청소년 공간은 16곳이다. 수련원·수련관 등 단체활동을 하는 공간이 6곳, 문화의집이 10곳으로 모두 실내공간이다. 광주시는 올해 서구 쌍촌동과 동구 산수동, 광산구 송정동에도 ‘문화의 집’을 새롭게 조성할 계획이지만, 야외공간 조성계획은 향후에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연수 서울대 체육교육과 교수는 “사회경제적 수준이 높은 학부모는 자녀의 체육활동에 관심이 많고 적극적으로 나서는 경향이 있다. 그런 여건이 안되는 부모나 지역이 문제”라며 “신체활동이 청소년들의 건강과 정서함양 뿐 아니라 학업에도 도움이 된다는 인식개선이 필요하고, 지역 커뮤니티에서 이런 학생들의 신체활동을 뒷받침할 수 있도록 정책과 예산을 배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청소년들이 놀 수 있는 ‘청소년 놀이터’ 설치를 강조했다. 놀이터에 보드·자전거·인라인 등을 탈 수 있도록 조성하거나, 클라이밍 등의 시설설치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맨땅’도 청소년들의 건전한 신체놀이에 도움이 된다고 부연했다.
박 센터장은 “수년 전 청소년들을 위한 야외공간 마련에 대한 논의가 있었지만, 학년이 올라갈 수록 대부분의 시간을 학교나 학원에서 보내는 현실로 인해 설득력을 잃어버렸다”며 “햇볕을 보고 충분한 땀을 흘리면서 노는 것에 대한 가치를 사회가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청소년 우울증으로 인한 자살이 사회적 문제가 되고있는 만큼 ‘청소년 놀이터’는 재고해야 할 가치가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박상지 기자 sangji.par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