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 기고·서대현> 공교육의 위기는 누구의 책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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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일보] 기고·서대현> 공교육의 위기는 누구의 책임인가?
서대현 전남도의원
  • 입력 : 2023. 05.10(수) 12:58
서대현 도의원
대한민국의 학령인구는 줄고 있지만 사교육비는 폭등하고 있다.

교육부가 진행한 ‘2022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 총액이 26조원으로 2021년 23조4000억원에 비해 10.8%가 증가했다. 이는 2021년보다 학생 수가 4만명이 줄었지만, 지출 총액은 2조5380억원이 증가한 수치이다.

학생 수가 줄었는데 사교육비가 증가했다는 건 무엇을 의미할까? 학생 1인당 지출 비용이 늘었다는 것을 말한다. 특히 코로나19로 학교에 가지 못한 초등학생의 경우 학습 결손을 우려해 사교육비에 더욱 투자해야만 했다고 한다.

이를 입증하듯 사교육비는 전체 학교급별로 증가했지만, 중학교와 고등학교의 경우 7조원 정도가 상승해 각각 11.6%, 6.5% 증가했다. 그에 비해 초등학교는 11조9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3.1% 증가한 것을 볼 수 있다.

과목별로 보면 국어가 전년 대비 13% 증가했다.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교육이 불가피한 상황과 마스크 착용으로 언어발달 저하 영향이 크게 미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코로나 시기 등교하지 못한 기간에도 상위권의 아이들은 사교육을 통한 학습으로 학력 양극화가 더욱 뚜렷해졌다. 학업성취도 분포가 호리병 모양을 가지며 중위권 학생들이 상·하위권 양쪽으로 이탈하는 현상은 가속화되고 있다.

그렇다 보니 상위권 진입과 유지를 위해 스타강사가 등장하는 인터넷 강의나 학습이 뒤처질 것 같은 불안감을 잠재우는 수단으로 일명 ‘학원 뺑뺑이’로 대신하는 사교육의 열풍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공교육의 위기는 심화되는데 정부가 공교육의 질을 높이는 방안으로 무엇을 내놓았을까?

교육부는 학생 일대일 맞춤형 교육과 고교학점제 실현 등을 위해서 교사의 역량이 높아지고 역할이 바뀌어야 한다고 언급했었다.

그러나 정작 내놓은 대안이 바로 교원 수 감축이다. 학령인구 급감, 디지털 대전환 등 미래교육 수요를 반영한 ‘중장기(2024~2027년) 교원수급계획’을 발표하며 교원 감축이라는 잘못된 교육정책을 펼치고 있다.

기업에서는 전략적으로 중요하다고 판단하는 곳에 인력을 집중한다. 특히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 핵심 인재를 육성해 능력을 향상시키고 업무의 효율도를 높이는 데 치중한다.

그런데 왜 정부는 국가의 미래를 책임질 인재 양성에 인력을 축소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교육부는 무너진 기초학력을 다지고 새로운 국정과제의 맞춤형 교육을 실현하려면 정규 교원 확충에 집중해야 한다.

정부의 교원 감축이라는 정책은 단기적인 경제적 이익을 위해 교육의 질과 공정성을 희생하는 잘못된 방향이라고 단언한다.

우선 학생 수가 줄어든다고 해서 교사의 수를 줄이는 건 비현실적이고 단순한 논리이다.

교육부는 지역 특성에 맞게 교원을 배치하겠다고 했지만, 전남 지역의 경우 신도시와 농어촌 생활권이 밀접하고 학교 간 학생 수의 편차가 커 학생 수 평균값을 기준으로 삼는 것은 무의미하다.

그리고 교원 수가 감축되면 교사들의 업무량과 책임감은 높아진다. 이는 교사들의 전문성과 창의성을 저하시키고 학생들에게 맞춤형 교육 및 지도를 어렵게 한다.

또한 교사들의 직업 안정성과 복지를 저해시키고 교사로서의 자부심과 동기를 약화시킨다. 이미 많은 교대생들과 임용 대기자들은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정부의 잘못된 정책으로 젊은 청년층의 미래가 단시간에 어두워졌다.

근시안적인 경제 논리와 시각을 학생들에게 지식과 가치를 전달하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교사 양성에 적용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이런 현상으로 인해 교사들의 직업 만족도와 자아실현도가 낮아지고 나비효과처럼 학생들의 학업성취도와 인성 발달에 악영향을 미치게 되는 건 불 보듯 뻔하다.

특히 2025년부터 전면 시행될 고교학점제는 학생들에게 다양한 과목 선택권을 보장해야 하는데 정작 선택과목을 가르칠 교사가 부족하다면 제도 도입의 취지가 퇴색된다.

대한민국의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0.78명이다.

이미 한국은 OECD 국가 중 사교육비 지출이 가장 높은 나라로 사교육에 대한 의존도가 높을수록 출산과 육아에 대한 부담이 커지고 출산율 저하의 원인 중 하나로 지적되고 있다.

지난 15년간 250조라는 어마어마한 자본을 투자하고도 한국의 저출산 대책이 실효성을 잃은 건 공교육의 빈자리를 정부가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고 엉뚱한 방향으로 정책을 펼쳤기 때문이다.

과연 학생이 줄어든다고 교육의 수요도 같이 줄어드는지 생각해보길 바란다.

교육이란, 미래사회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소양과 역량을 함양하여 포용성과 창의성, 도덕성을 갖춘 주도적인 사람으로 성장시키는 일이다.

이에 교사는 학생들에게 단순히 주입식 교육을 심어주는 사람이 아니라 학생들 스스로 생각하고 문제를 해결해 나가도록 성장과 발달을 돕는 밀접한 관계이다.

교원 감축을 반대하는 건 교사들의 이기심이나 권리 주장이 아니다. 공교육의 질과 공정성을 위한 것이며 교육의 질 저하로 인한 악순환을 짚어보자는 것이다.

정부는 교원 감축을 재고하고 교육에 대한 투자와 지원을 강화해 공교육의 위기를 벗어날 방도를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