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기고·배세하>‘과시적 환경 비소비’로 미닝아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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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일보]기고·배세하>‘과시적 환경 비소비’로 미닝아웃
배세하 광주전남연구원 전남탄소중립지원센터 전문연구위원
  • 입력 : 2023. 05.14(일) 15:49
배세하 전문연구위원
‘무지출 챌린지’를 인증하는 MZ세대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들은 치솟는 물가에 월세, 식비 등 생활비 부담이 커지면서, 안 먹고, 안 타고, 안 쓰며 지출액 ‘0원’에 도전한다. 여기에 자신의 가치를 덧붙인 라이프스타일은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과시된다. ‘라이프 트렌드 2023’에서는 이를 ‘과시적 비소비’라는 용어로 언급하고 있다.

‘과시적 비소비’는 베블런(Thorstein Veblen)이 주창한 ‘과시적 소비’에 대응하는 용어로 자신의 취향과 선택을 과시하기 위한 수단으로 ‘비소비’를 지향하는 것이다. 경제적 이유가 이 트렌드의 시작이었다고 해도, MZ세대들은 자신의 행동을 과시하고 서로 독려하는 과정에서 일종의 재미를 찾아가며 소비 가치를 재정립해가고 있다.

그러나 과시적 비소비의 대표적인 행태인 ‘무지출 챌린지’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무지출’의 이면에는 그냥 나의 자산을 아끼겠다는 측면이 있다. 예를 들면, ‘남에게 얻어먹기’와 같이 단순히 지출을 줄이기 위해 이기적인 행동을 하는 것이다. 따라서 ’무지출 챌린지‘가 의미있고,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는 무지출에 도전하는 이들이 단순히 ’비소비‘를 과시하기 위해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가치있는 행동에 의미를 부여하여 ‘비소비’를 과시하는 것이 필요하다.

‘비소비’에 의미를 부여하기 위한 가치 있는 행동으로 환경문제 해결을 고려할 수 있다. ‘과시적 비소비’의 긍정적인 영향력은 이미 환경문제와도 맞닿아있다. 무지출에 도전하는 이들은 안 먹고, 안 타고, 안 쓰기 위해, ‘배달 앱을 사용하지 않고 냉장고 파먹기’, ‘가까운 거리는 걸어다니고, 가능한 교통비는 줄이기’, ‘새로운 것을 사지 않고 가지고 있는 물건을 계속 사용하거나, 사용하지 않은 물건은 중고거래 하기’ 등의 미션을 수행한다. 즉,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가지고 있는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고, 중고거래와 같은 수평적 소비를 함으로써 자원의 낭비를 줄이고, 온실가스 배출을 줄인다.

문제는 ‘비소비’에 어떻게 환경적 가치를 담아 ‘과시’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이는 어려운 일이 아니다. 관점을 바꿔서 ‘과시적 비소비’를 열심히 하면 된다. ‘냉장고 파먹기=음식물 남기지 않기’, ‘배달앱 사용하지 않기=플라스틱 사용 줄이기’, ‘택시타지 않기=대중교통 이용하기’ 등 ‘무지출’ 행동을 경제적인 관점뿐만 아니라 환경적인 관점에서 생각하고 행동하면 된다. 그리고 환경을 지출하지 않는 나의 ‘비소비’ 신념과 행동을 소비행위를 통해 적극적으로 ‘과시’하는 ‘미닝아웃’을 하면 된다. 아주 쉬운 한 걸음이지만 그 한 걸음이 환경 행동을 확산시키는 티핑포인트(tipping point)가 되었을 때, 우리는 좀 더 지속가능한 지구에 다가갈 수 있다.

이러한 소비 트렌드를 기업들도 우려만 하는 것은 아니다. 과시적 비소비의 핵심은 비소비를 지향하는 트렌드를 소비하는 것이다. 즉, 소비자의 비소비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내구성이 좋은 제품, 가성비가 좋은 제품에 시장기회가 생기고, 이러한 브랜드에 자연스럽게 커뮤니티가 형성될 수 있다. 따라서 ‘과시적 환경 비소비’ 관점에서 기업은 환경을 소비하지 않는 방향으로 소비자들에게 안내하고, 이들을 지지하는 움직임을 함으로써 기업도 환경도 지속가능하게 만들 수 있다.

우리가 가진 환경자산은 잔고가 거의 없다. 최근 가뭄, 산불, 홍수, 폭설 등의 반복되는 이상기후 현상들은 당장 환경 지갑을 닫아야 함을 말해주고 있다. 치솟는 물가에 지갑을 닫는 것처럼, 지구의 소중함을 생각하며 환경지출도 줄이고 온실가스 배출도 줄이는 ‘과시적 환경 비소비’를 미닝아웃 해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