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서석대> 오월의 선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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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석대
[전남일보]서석대> 오월의 선배
노병하 논설위원 겸 사회부장
  • 입력 : 2023. 05.18(목) 16:12
노병하 부장
제43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이 끝났다. 본디 5월 행사는 27일인 부활제까지 이어지지만 심리적으로는 18일을 기점으로 광주지역 언론사 사회부는 한숨을 돌리기 마련이다.

올해 전남일보 사회부의 5월 키워드는 ‘미래’였다. 1980년 당시 희생당한 수많은 광주·전남 사람들 중 학생들의 수가 상당했다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과연 희생자의 후배들은 모교 선배들의 희생을 알고 있을까?란 처음의 질문은 곧바로 전수조사로 이어졌고, 잘하는 곳보다 아예 무관심한 곳이 더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럼에도 조선대 부속중학교나 송원여자상업고등학교의 경우 코끝이 찡한 감동을 주기도 했다.

조선대 부중은 오래전 부터 김부열 열사 추모비를 세우고 계기교육을 진행해 오고 있다. 그 추모비 앞에서 김 열사의 후배들을 만났는데 한결같이 똑부러지는 역사관과 바른 가치관을 가지고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이들은 과거 재판으로 인해 광주를 찾은 전두환씨를 향해 ‘물러가라’ 외쳤던 동산초 졸업생들이었다. 부모의 얼굴을 보고 싶게 만드는 아이들이었다.

5·18민주화운동 당시 시신을 수습하다 계엄군의 총에 숨진 박현숙 열사의 모교 송원여상도 뭉클하기 마찬가지였다. 박 열사의 후배들은 학교 정문 인근에 세워진 추모비를 보며 “자연스레 5·18민주화운동을 되새기고 기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들은 박 열사의 언니인 박현옥씨와 열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눈시울을 붉혔다. 그 모습이 마치 오래 알고 지낸 선후배 같았다. 교육의 힘이 시대를 좁힌 것이다.

아무리 친한 사람도 눈에 보이지 않으면 멀어지는 것이 사람이다. 하물며 일면식도 없는 선배의 이야기를 교과서나 교사의 한두마디로 공감한다는 것은 애초부터 무리다. 허나 그들을 기리는 공간이 교내에 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제대로 된 행동을 보여주고 이를 따라오라고 하는 것은 교육의 기초 중의 기초다. 일상 속에서 수도 없이 선배의 희생을 듣고 보게 된 후배들은 결국 그 선배들이 지키고자 했던 민주주의의 소중함까지도 자연스레 배우게 된다.

이것은 백 마디 말보다도 더 강력하고 직접적이다. 그러니 부디 시교육청과 시의회가 광주의 미래세대를 위한 백년지대계를 지금부터라도 세워주길 간절히 바랄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