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와 단절”… 광주 ‘은둔형 외톨이’ 1만2000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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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일반
“사회와 단절”… 광주 ‘은둔형 외톨이’ 1만2000명
● 광주시 실태조사 결과
정유정 사건으로 사회적 이슈화
은둔 생활 계기 ‘취업 실패’ 27.8%
10명 중 4명 ‘가족과 대화 안한다”
정신적 장애… 스마트폰·PC 의존
“세부적 특성 분석… 촘촘 지원을”
  • 입력 : 2023. 06.06(화) 18:03
  • 김해나 기자 haena.kim@jnilbo.com
광주시 은둔형외톨이지원센터가 지난해 10월 유관기관 종사자를 대상으로 은둔형 외톨이 이해 및 개입 방안에 대한 교육을 진행했다. 센터 제공
광주지역 ‘은둔형 외톨이’ 상당수가 가족과 대화가 단절된 채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래 여성을 살해·유기한 ‘정유정 사건’ 이후 은둔형 외톨이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만큼, 지원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6일 광주시 은둔형외톨이지원센터(센터)에 따르면, 지역 내 은둔형 외톨이는 1만2000여명으로 추산된다. 은둔형 외톨이는 사회·경제·문화적으로 다양한 사유가 복합 작용해 일정 기간(6개월) 이상을 자신만의 한정된 공간에서 외부와 단절된 상태로 생활하며 정상적인 사회 활동이 현저히 곤란한 사람이다.

센터가 은둔형 외톨이 237명을 대상으로 한 ‘2020 광주광역시 은둔형외톨이 실태조사’에서 은둔형 외톨이 당사자 절반가량이 가족과의 대화가 단절된 것으로 조사됐다.

현재 은둔 생활을 하는 응답자 175명 중 ‘대화를 전혀 하지 않는다’가 42.9%를 차지했다. 이어 △‘정기적으로 만남을 갖는다’ 33.1% △‘함께 거주하지 않지만 안부를 묻는다’18.9% △‘함께 거주하지 않지만 고민을 함께 이야기한다’ 5.1% 순이었다.

과거 은둔 생활을 했던 응답자 62명 중 46.8%가 ‘가족 누구와도 소통이 없었다’고 답했다. 이어 △‘어머니와 잘 지냈다’ 25.8% △‘형제와 잘 지냈다 ’ 22.6% △‘아버지와 잘 지냈다’ 4.8%였다. 과거·현재 은둔 생활 응답자 10명 중 4명 이상이 가족과의 대화가 단절된 셈이다.

은둔 생활 기간은 6개월 이상 1년 미만이 31.2%로 가장 많았고, △1년 이상 3년 미만 24.9% △3개월 이상 6개월 미만 21.1% △3년 이상 5년 미만 13.1% 순이었다. △5년 이상 10년 미만 7.2%, △10년 이상 2.5%에 달했다.

은둔형 외톨이가 은둔 생활을 하게 된 주된 계기는 ‘취업에 실패해서’가 27.8%로 큰 수치를 차지했다. △‘우울증 등 정신적 어려움 ’ 26.6% △‘대인관계가 잘되지 않아서’ 17.3% △‘학업 중단이나 진학 실패 ’13.5% △‘실직’ 10.1% 순이다.

일상생활은 스마트폰 사용이 압도적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은둔형 외톨이가 평상시 가장 많이 하는 활동은 ‘스마트폰 사용’이 53.2%로 가장 높았고, △‘PC 사용·인터넷 게임’ 50.2% △‘잠·수면’ 41.8% △‘TV보기’ 16.9% △‘아무것도 안하기’ 12.7% △‘음악듣기’ 11% △‘책읽기’ 6.3% △‘운동’ 3.4% △‘기타’ 4.6% 순이다. 특히 은둔 생활이 긴 사람일수록 PC 사용·인터넷 게임의 비중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역뿐 아니라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은둔형 외톨이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백희정 광주시 은둔형외톨이지원센터 사무국장은 “은둔형 외톨이는 진학, 취업, 대인 관계 어려움, 학교폭력, 취업 부담감 등 다양한 원인으로 생겨난다”며 “은둔형 외톨이의 명확한 정의가 없고 개별적 특성이 알려지지 않아 단편적으로 판단하는 아쉬움이 있다. 지원 센터가 다른 지역에도 많이 만들어져서 정의부터 세부적인 특성 등을 알리고 촘촘한 지원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광주시는 조례에 따라 오는 7월15일까지 제2차 은둔형 외톨이 실태 조사를 진행한다. 시는 은둔형 외톨이 당사자와 가족, 은둔 경험이 있는 이들 중 총 600명 발굴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편 광주시는 2019년 10월 전국 최초로 ‘광주시 은둔형외톨이 지원 조례’를 제정하고 다음해 7월부터 시행했다. 이후 광주시 은둔형외톨이지원센터를 지난해 4월 개소, 은둔형 외톨이 당사자와 가족 등을 대상으로 상담,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김해나 기자 haena.kim@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