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서석대> 태국 경찰 ‘뇌물 스티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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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석대
[전남일보]서석대> 태국 경찰 ‘뇌물 스티커’
박성원 편집국장
  • 입력 : 2023. 06.12(월) 14:51
박성원 국장
태국 경찰의 ‘뇌물 지급 확인 스티커’가 국제적 조롱거리가 되고 있다. 이 스티커는 경찰에 뇌물을 제공했음을 알리는표식으로, 화물차에 붙이면 경찰이 과적 단속을 면하게 해 주는 이른바 ‘무사통과 출입증’이다. 이 스티커는 태국 개혁 성향 전진당 소속 위롯 라카나아디손 의원의 의혹 제기로 공론화됐다. 위롯 의원은 뇌물 스티커는 웃는 태양, 토끼, 판다 등 모양이 다양하고 통과 가능 검문소, 경찰 관할구역의 규모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라고 폭로했다. 지역이 한정된 단거리 스티커는 3000~5000바트(11~19만원), 전국 모두 적용되는 장거리 스티커는 3만~5만바트(110만~190만원)에 거래됐다. 뇌물은 과적을 하거나 단속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화물 운송업주들이 매달 건네는 월납 형태로 전달됐고, 경찰은 이 스티커 부착 차량 운전자는 과적을 하더라도 체포하지 않고 통과시켰다. 구조적인 과적 단속 뇌물 비리에 태국 국민의 비판이 거세지자 수사에 나선 경찰은 뇌물 스티커가 오래전부터 존재하고 있었다는 점을 인정했다. 태국 경찰은 뇌물 스티커에 대한 전방위 수사와 함께 연루된 경찰과 공무원에 대한 징계와 처벌을 예고했다.

태국 경찰의 뇌물 스티커에 과거 교통법규 위반자들이 범칙금 대신 교통경찰에 돈을 쥐어주던 우리나라 상황이 떠올랐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과속이나 신호위반 등 경미한 도로교통법 위반은 물론 음주·무면허운전 등으로 경찰에 적발된 운전자가 현금을 주고 처벌을 피하는 사례가 심심찮게 있었다. 한때는 운전자들에게 ‘뇌물용’ 1만원 지폐가 필수품처럼 여겨졌다. 면허증이 들어있는 지갑 사이에 1만원 지폐를 끼워 넣고 다니기도 했다. 운전자 입장에서는 교통 범칙금 대신 비용도 적게 들고 벌점도 없는 ‘1만원짜리 범칙금’을 선호할 수 밖에 없었다.

돈을 준 운전자에게 무거운 처벌이 가능한 뇌물공여혐의를 적용하고, 신호위반 운전자에게 1만원을 받은 경찰관을 즉각 해임하는 등 경찰의 강도 높은 자정 노력에 힘입어 단속 현장의 금품 제공은 자취를 감췄다.

경찰은 제복을 입고 국민의 안전을 위해 최일선에서 법을 집행하는 공권력의 상징이며, 한 국가 공무원 사회의 청렴도와 도덕성을 측정하는 척도다. 태국을 비롯해 다른 나라 경찰의 비리·부패 소식을 우리와 상관없는 ‘남의 일’로 받아들일 수 있게 돼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