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환 논설실장 |
1971년 2월 5일 오전 9시 30분. 아폴로 14호를 타고 달에 착륙한 미국 우주비행사 앨런 셰퍼드가 임무를 마친 뒤 6번 아이언을 꺼내 들었다. 운석을 수집하는 데 사용하는 집게에 헤드를 연결한 것이었다. 두꺼운 우주복 때문에 한 손으로 이뤄진 그의 스윙은 짧았다. “TV에서 모두 봤을 텐데, 첫 번째 스윙은 아쉽게 맞지 않았다. 하지만 두번째 스윙에서는 공이 수백 m를 날아갔고, 3번째 스윙은 거의 400 m 날아 갔다. 6번 아이언으로는 괜찮은 솜씨였다.” 아폴로 14호의 성공을 축하하기 위해 지상관계소가 중계한 현지 기자회견에서 셰퍼드가 한 말이다.
1961년부터 1972년까지 NASA가 주도한 아폴로 계획은 과학 실험 임무가 중심이었다. 250억 달러를 들인 이 계획을 통해 미국은 로켓과 궤도 계산, 우주 통신, 도킹 등의 기술을 발전시켰다. 385㎏의 월석을 채취해 지구로 가져왔고, 달에 설치한 지진계를 통해 달의 내부 구조가 지구와 유사하다는 점도 알아냈다. 달과 지구의 거리, 달의 궤도를 정확히 알아낸 것도 성과다. 셰퍼드의 골프 스윙도 지구의 6분의 1에 불과한 달의 중력이 골프공에 미치는 마찰력을 연구하기 위한 준비된 실험이었다.
달 궤도선 ‘다누리’에 이어 6300억 원 규모의 ‘달 착륙선 개발사업’의 예비타당성조사 결과가 7월께 나온다고 한다. 예타를 통과하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031년 탐사용 로버를 실은 1.8톤 급 달 착륙선을 달에 보내게 된다. 앞서 미국은 자원개발과 더 먼 우주로 떠나기 위한 ‘로켓 터미널’을 건설하겠다는 아르테미스 계획을 내놓고 준비에 들어갔다. 아마존 창립자 제프 베이조스는 2019년 달에 매장된 자원을 언급하며 ‘달이 곧 돈’이라고 했다. 탐험의 우주시대를 지나 찾아온 ‘돈을 위한 우주시대’, 지금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