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우크라이나 전쟁과 고려인>피란 고려인 지원정책 수립 과정서 정부는 빠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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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전쟁과 고려인
[전남일보]우크라이나 전쟁과 고려인>피란 고려인 지원정책 수립 과정서 정부는 빠져
⑮국내 고려인 지원 네트워크
한국 민간단체 중심으로 지원 및 협력
개인·시민사회서 후원금·생필품 지원
독일은 연방·주정부·민간단체 간 협력
전쟁 속 한국 온 고려인에 동포애 발휘
해외동포 지원 거버넌스 구축 등 필요
  • 입력 : 2023. 07.06(목) 11:21
고려인 광주진료소에서 우크라이나 피란 고려인들이 긴급 진료를 받고 있다.필자 제공
2022년 5월 22일 국내 입국 우크라이나 피란동포 지원 전국 연대회의가 아산시 선문대학교에서 개최되었다. 사단법인 너머 제공


우크라이나 피란 고려인 지원정책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정부(중앙정부와 지방정부)와 민간단체(NGO)의 의미 있는 참여를 이끌어내는 것은 동포애 차원에서 의미가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정부는 빠져 있고 민간단체만 참여하고 있다. 국내의 민족 통합뿐만 아니라 해외 동포까지 통합하는 것이야말로 식민지를 겪은 한민족에게는 역사 구원의 방법이 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특히 국내외 외국국적동포 지원을 위한 거버넌스 구축이 바람직하다.

우크라이나 피란 고려인이 한국으로 입국한 것은 역사적 모국이라는 점이 크게 작용하기도 했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우크라이나 피란 고려인을 두고 지금까지 아무런 반응이 없다. 전쟁이 발발한 이후 국회의원이 폴란드 현지를 방문해 우크라이나 난민 상황을 파악하고 우크라이나 피란 고려인들에 대한 지원방안을 모색하겠다고 했지만 확실한 보호 대책은 없는 상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크라이나 피란 고려인 지원은 국내의 동포지원 단체들을 중심으로 이루어져왔다. 2022년 2월~3월에는 국내의 고려인 지원 단체들이 우크라이나 피란 고려인 국내 입국 서류 간소화와 피란 동포 지원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고, 법무부는 사증발급 간소화 조치를 시행하였다. 4월에는 우크라이나 전쟁 피해 고려인동포지원 네트워크가 전국 8개 권역 12개 단체가 참여하여 구성되었다.

특히 2022년 4월에 국내의 71개 민간단체가 정부에 우크라이나 고려인 긴급구호를 촉구하기도 하였다. 이들은 모국 귀환을 원하는 모든 우크라이나 고려인과 그 가족들에 대해 포괄적 입국 허용, 모국으로 귀환하는 동포들에게 전세 비행기와 항공료 지원, 유럽 피란지에 있는 고려인 현황을 파악하고 이들에 대한 긴급구호, 그리고 모국으로 귀환하는 동포들이 최소한의 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지원을 요구했다. 하지만 한국 정부로 부터서는 아무런 지원과 보호는 받지 못했고, 현재 우크라이나 피란 고려인은 숙소, 긴급생계유지, 의료 접근 등 기초생활에서 매우 다중적인 취약성을 보이면서 안정적인 삶을 꾸려나가는 것이 무척 어려운 상태에 있다.

이어 5월~6월에는 국내 입국 피란동포 지원 대응을 위한 전국 연대 회의가 진행되었다. 우크라이나 피란 고려인들에게 ‘대한적십자사’, ‘공동모금회’ 등을 통해서 생계비 지원이 이루어지기 시작하였다. 이들 연대 회의는 외교부 장관면담을 통해 우크라이나 피란민에 대한 지원을 요청을 하였으나 이루지지 않았다.

그러나 한국의 시민사회는 우크라이나 피란 고려인을 지원하거나 협력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첫째, 지역별로 국내 고려인 지원 단체의 활동은 다음과 같다.

광주광역시의 ‘사단법인 광주고려인마을’은 2023년 1월 22일 기준 우크라이나 피란 고려인동포 875명에게 항공권지원(현금지급자 12명 포함) 등을 하였으며, 이를 위해 총 9억여 원 정도가 모금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여기에는 광주 시민사회의 개인뿐만 아니라 공공기관, 기업체, 종교단체, 자영업자 등이 다양하게 기부하였다.

안산시 ‘사단법인 너머’는 긴급생계비 및 생필품 등 지원(기업, 단체, 지자체, 시민후원자, 동포들의 후원), 심리정서지원(전쟁과 피란과정 중 충격과 극심한 스트레스에 의한 심리적 외상 치유) 및 적응지원(캠프, 프로그램), 아동청소년 교육비 및 물품 지원, 의료비 지원 및 무료진료를 제공하였다. 특히 의료비 지원은 긴급하게 소요되는 의료비 지원 및 치료 연계 무료진료소 지원(안산고대병원, 인천적십자사, 건강과 나눔), 위생용품을 제공하였다.

인천광역시의 ‘너머인천고려인문화원’에서는 의료비 지원 및 치료 연계 무료진료소 지원, 지원금 및 지원물품 관련 업무, 심리지원(청소년)이 이루어졌다. 경기도 화성시의 ‘더큰이웃아시아’에서는 남양, 향남, 팔탄, 송산지역에 거주하는 우크라이나 피란 고려인 미성년 자녀들에 대한 지원, 지원금, 생필품, 의료지원 등을 하였다. 경기도 평택시 ‘포승고려인마을’에서는 우크라이나 피란동포 지원, 방범대 활동 및 자원봉사 활동에 우크라이나 고려인들이 참여하였고, 지역사회와 연계하여 긴급사례로 지원이 이루어졌다. 아산시 신창권역 중심으로 활동하는 지역 대학 사회봉사센터는 지역사회 연계, 지원금 및 지원물품 지원, 의료비 지원(긴급하게 소요되는 의료비 지원) 및 치료 연계, 그리고 ‘우크라이나 피란 동포 지원 지역 연대 전국연대회의’ 등을 개최하면서 그 역할을 하였다. 이 연대 회의에서는 전쟁의 장기화속에서 동포들의 피해 회복과 정착 지원, 그리고 건강보험 등 전쟁피해동포들에게 예상되는 지원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현안대응체계로 지역연대를 지속시키고 강화시켜나갈 것을 결의했다. 또한 이러한 지원활동은 고려인들이 집거하고 있는 청주시 봉명동, 김해시 동상동, 경주시 성건동, 안성시 대덕면 등의 지원 단체 및 이주민단체들이 참여하여 지원이 이루어지게 되었다.

대체적으로 이들 지원 네트워크는 우크라이나 동포를 위한 종합 지원 체계를 구축하고자 하였다. 그것은 입국·체류 지원, 생활지원, 회복지원, 제도적 안전망을 만들어 우크라이나 전쟁의 조속한 종식을 기원하며 동포들이 모국에서 안정적인 삶을 영위하고 심신의 피해를 회복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다.

둘째, 국내의 우크라이나 피란 고려인을 위한 지원은 다양한 사회단체들을 통해서도 이루어졌다. 먼저 ‘대한적십자사’의 지원은 피란 고려인에게 큰 역할을 하였다. 2022년 11월 30일 기준 대한적십자사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피란민 지원을 위해 모인 구호 성금 65억2천여만 원 중 55억 원 가량이 지출됐다고 한다. 구호 성금은 피란 고려인의 한국행 티켓 지원, 생계지원금, 분유 및 생필품, 월동물품 등으로 지원되었고 피란민 515가구 1,067명을 대상으로 생계 및 의료서비스로 지원됐다.

대한적십자사는 국내에 입국한 우크라이나인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위해 ‘사단법인 광주고려인마을’, ‘대한고려인협회’, ‘사단법인 너머’와 함께 협력을 진행했으며, 한국에 입국하는 우크라이나 피란민의 안정적인 정착을 지원하였다. 특히 이들의 몇 개월 동안의 방 임대료 지원은 피란 고려인들에게 큰 도움이 되었다.

‘희망친구 기아대책’도 우크라이나 피란민을 위한 긴급구호 활동을 지속해서 펼쳤다. 지원활동은 쉘터(shelter·임시거주처)의 설치·운영, 물품 전달, 아동 돌봄 등 난민이 자립할 수 있는 환경 마련에 초점을 맞추었다. 기아대책은 폴란드에서 체류하는 피란민을 위해 국경 인근 도시인 루블린에 6개의 쉘터를 설치하고 수도 바르샤바에도 고려인을 위한 쉘터 1개를 설치·운영하였다. 이러한 쉘터를 이용한 피란민만 약 9,000여 명에 달하며 그중 고려인은 1,000명 이상이었다. 이중에서 우크라이나 피란 고려인 100명 이상은 한국으로 입국하였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서는 생필품과 ‘사단법인 남북함께살기운동’에서는 쌀 등이 우크라이난 피란 고려인에게 전달되었다. 또한 ‘사랑의열매’에서는 우크라이나 전쟁 피란 고려인에게 긴급지원생활·정서·의료비를 지원하였다. 특히 심리 정서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피란 고려인들이 전쟁으로 인한 정신적 피해를 극복하고 안정적인 생활을 이어 나갈 수 있도록 지원하였다.

반면에 외국의 경우는 한국과는 다르게 우크라이나 피란 난민에 대해 정부와 민간단체의 협력을 통해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독일에서는 이주조직 연방네트워크를 만들어 30개 지역에서 난민 노동자들을 지원하고 있다. 이들은 성별, 종교, 교육 수준, 농촌이나 도시와 관계없이 난민들을 돕고 있다. 이들 조력자의 거의 절반은 독일어 수업을 돕고 있다. 교회, 성당, 모스크 및 유대교 회당에서도 난민 돕기에 적극적이다. 특히 기독교 단체들은 난민을 돕는 데 매우 적극적이고, 후원 모금 활동 및 구호활동도 진행하고 있다.

또한 독일 정부에서는 인도주의적 측면에서 망명 신청자 혜택법을 통해 난민신청자의 생활지원금 및 주거, 직업, 교육, 난민 통합교육 과정, 의료 혜택 등을 지원하고 있다. 이중에서 직업, 교육 및 언어 실력은 종종 통합의 열쇠가 되고 있는 것들이다. 독일은 이들이 사회보장법에 따라 혜택을 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폴란드 정부는 난민수용 및 통합 분야의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법적 통합구조와 국제기구, 국가, 지방 당국, 민간단체의 활동을 연결하고 자금을 확보하는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체코 정부는 특별 긴급지원이나 공공 의료 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게 하고 있다. 그리고 난민수용에 부정적이었던 헝가리조차도 우크라이나에 있는 자국 동포에게 오래전에 이중국적을 부여했고, 이번 난민 대부분은 헝가리계 우크라이나인으로 역사적 조국으로 귀환한 자들이었다.

그러나 국내의 우크라이나 피란 고려인 인도적 지원은 많은 민간단체들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는 있지만 역부족이다. 따라서 한국 정부에서는 우크라이나 피란 고려인이 재외동포 위치라는 점을 감안하여 법적·제도적인 틀을 만드는 작업이 필요해 보인다. 더불어 이런 전쟁과 재난상황에서 우크라이나 피란 고려인의 문제 해결을 위한 새로운 정책 개발로는 해외동포 지원 거버넌스 구축이 필요해 보인다.

전남대 글로벌디아스포라연구소 연구교수

앞으로 윤석열 정부가 한국의 난민 정책, 이민정책, 민족정책을 어떻게 만들어 내는 가에 따라 우크라이나 피란 고려인들의 지위와 민족 복지에도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들의 문제 해결은 사회통합측면뿐만 아니라 민족통합측면에서도 한국이 나아갈 가치와 미래와도 관련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