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 서석대> 냉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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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석대
[전남일보] 서석대> 냉면
최권범 경제부장 겸 뉴스콘텐츠부장
  • 입력 : 2023. 07.19(수) 13:29
최권범 부장
‘차가워 너무나 속이 시려 너무나~ 이빨이 너무 시려 냉면 냉면 냉면~ 질겨도 너무 질겨 냉면 냉면 냉면 그래도 널 사랑해~’

지난 2009년 여름 TV 한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선보여 히트를 쳤던 명카드라이브의 노래 ‘냉면’의 가사다. 노래만 듣고 있어도 찌는 듯한 무더위를 한방에 날려줄 것 같다.

바야흐로 냉면의 계절이 도래했다. 살얼음이 동동 뜬 육수에 얇게 썬 고기수육과 오이채, 그리고 삶은 계란 반쪽을 얹은 냉면은 보기만 해도 시원하고, 더위에 지친 입맛을 돋우기에 충분하다.

냉면의 유래는 고려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북한 평양지역 찬샘골의 한 주막집에서 메밀 반죽을 국수틀에 눌러 빼 삶은 뒤 찬물에 헹궈 동치미 국물에 말아 먹은 것이 시초로 전해지며 이는 훗날 ‘평양랭면’으로 발전했다고 한다. 또 조선시대 문신인 장유의 문집 ‘계곡집’에 ‘냉면’이 등장하며, 조선왕조실록에도 철종이 군사훈련을 참관한 뒤 병사들에게 냉면을 하사했다는 기록이 남아있는 등 역사가 깊다.

이처럼 냉면은 오랜 세월 동안 우리 민족의 사랑을 받아온 음식으로, 서민들이 부담없이 찾는 여름철 대표 먹거리 중 하나로 손꼽힌다.

그런데 올 여름 냉면이 서민들을 울리고 있다. 냉면을 먹지 않아도 오싹할 만큼 가격이 껑충 뛰었기 때문이다. 한 그릇에 1만원은 기본이다. 유명 냉면집에선 1만원을 훌쩍 넘기도 한다. 한국소비자원의 가격정보 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광주지역 냉면 한 그릇의 평균 가격은 9400원으로, 1년전 같은 달 8700원보다 10% 가까이 올랐다. 5년전인 2018년 6월 7700원에 비해선 20% 넘게 급등했다. 주재료인 밀과 메밀은 물론 설탕과 소금, 식초, 계란 등 식자재 값이 치솟은 탓이지만 서민 음식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올라도 너무 많이 올랐다. 전기·도시가스·택시비 등 각종 공공요금 인상에다 가파른 물가 상승까지, 냉면 한 그릇 맘 편히 사 먹기 어려울 정도로 서민들의 삶은 팍팍해 지고만 있다. 여름 초입부터 들이 닥친 ‘극한 호우’로 전국 곳곳에서 피해도 속출했다. 이래저래 힘겨운 여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