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서석대>카나리아와 아편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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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일보]서석대>카나리아와 아편전쟁
김선욱 서울취재본부 부국장
  • 입력 : 2023. 07.23(일) 14:14
김선욱 부국장
카나리아는 십자매, 잉꼬와 함께 3대 관상조류로 불린다. 녹색, 황색, 백색 등 다양한 색상의 품종이 개발됐다. 새 소리가 맑고 아름답다. 인간의 손에 길러진 지는 400년이 됐다. 소형 관상용 새 가운데 가장 오래됐다. 카나리아는 청정지역인 대서양 카나리아제도가 원산지다. 탁한 공기에 매우 민감하다는 특성 때문에 오염지역을 감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됐다. 19세기 유럽의 탄광, 갱내로 들어가는 광부들은 항상 새장을 들고 갔다. 새장 안에 있는 새는 카나리아다. 카나리아가 울음을 멈추거나, 횃대에서 떨어지면 광부들은 갱내에 유독가스가 있음을 직감하고 대피했다. ‘탄광 속의 카나리아처럼’이란 말이 여기서 유래됐다. 감지하기 어려운 위험을 미리 알려주는 신호나 상황을 뜻하는 말이다.

지난 1995년 3월, 세계를 놀라게 한 일본 옴진리교에 의한 지하철 독가스 살포 사건에도 카나리아가 등장한다. 경찰이 사린가스를 제조한 것으로 의심받은 옴진리교 본부를 수색할 때 카나리아를 데리고 갔다.

지난 7일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워싱턴에서 화상으로 주재한 ‘합성 마약 위협 대응을 위한 글로벌 연합’(84개국) 장관급 회의에서 펜타닐(아편계열 약물)을 ‘탄광 속 카나리아’로 비유하며 전세계적인 대응을 촉구했다. 블링컨 장관은 “지난해 11만 명에 가까운 미국인이 약물 과복용으로 사망했다”면서 “3분의 2는 합성 오피오이드(펜타닐)와 관련이 있다”고 말했다. ‘좀비 마약’으로 불리는 펜타닐은 18~49세 미국인의 주요 사망 원인 중 하나다. 미국에서 펜타닐 등 약물 과다 복용으로 사망하는 사람은 2016년 10만명 당 5.7명에서 2021년 21.6명으로 약 5년 만에 4배 가까이 증가했다.

미국사회의 심각한 위험 요소인 펜타닐 원료의 주요 생산국은 중국이다. 그런데 중국은 아편 전쟁이란 아픈 역사를 갖고있다. 18세기 말, 영국 동인도 회사는 대중 무역적자를 만회하려 중국(청나라)에 아편을 팔았는데, 이를 문제삼자 영국이 전쟁을 일으킨 것. 청나라는 아편으로 사회빈곤, 국민 피폐로 이어지며 몰락했다. 그런 중국이 이제는 미국 등 해외로 밀반입되는 아편의 원료 생산지가 됐다. 중국내 펜타닐 원료 생산업체들은 막대한 이윤을 내고있다고 한다. 21세기 ‘중국발 아편 전쟁’인 셈이다. 역사는 돌고 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