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이슈 105-2>"얼마만의 여행인데요, 포기 못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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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이슈
일주이슈 105-2>"얼마만의 여행인데요, 포기 못하죠"
●광주공항·송정역·터미널 가보니
주차장 '만차'…가족 여행객 많아
"코로나 이후 3년만에 여행 설레"
코로나 걱정에 상비약 구매 늘어
  • 입력 : 2023. 07.30(일) 17:28
  • 송민섭·정성현·강주비 기자
지난 29일 광주 광산구 송정동 광주송정역 중앙로비에서 여행객들이 대기의자에 앉아 열차를 기다리고 있다. 송민섭 기자
여름 휴가철을 맞은 지난 28일 광주 광산구 신촌동 광주공항에 여름휴가를 떠나는 여행객들이 비행기 탑승을 기다리고 있다. 강주비 기자
여름 휴가철을 맞은 지난 28일 광주 광산구 신촌동 광주공항서 여행객들이 키오스크를 이용해 ‘셀프 체크인’을 하고 있다. 강주비 기자
‘엔데믹’ 선언 이후 첫 휴가철을 맞아 지역민들이 국내외 곳곳으로 여행을 떠나고 있다. 지역 대표 관문인 광주공항·송정역·터미널 등은 3년 동안의 적막을 깨고 이제 완전히 활기를 되찾은 모습이다. 다만, 코로나19 확산세로 재유행이 우려되는 상황이어서 여행객들은 아직 불안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 광주공항 문전성시

지난 28일 찾은 광주 광산구 신촌동 광주공항은 입구부터 차가 길게 늘어서 있었다. 넓은 주차장은 이미 차들로 빼곡했고, 입구에는 ‘만차’ 표지판이 세워졌다. 택시나 가족을 마중 나온 차들은 자리를 찾지 못하고 근처를 맴도는 모습이었다.

공항 내부로 들어서니 선글라스, 밀짚모자 등 여름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차림새를 한 사람들로 북적였다. 저마다 허리까지 오는 큰 캐리어와 무거운 배낭 등을 짊어지고서도 오랜만에 떠나는 여행에 표정은 밝기만 했다.

카운터 주변은 탑승수속 절차를 밟기 위한 여행객들로 분주했고, ‘셀프 체크인’ 키오스크 앞에도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탑승수속을 돕는 항공사 직원들도 쉴 틈 없이 바쁘게 움직였다.

탑승 절차를 모두 마치고 대합실서 비행기 탑승을 기다리는 여행객들의 얼굴에는 설렘과 들뜸이 가득했다. 특히 인원 제한이 풀린 영향인지 가족·친구 단위 대규모 여행객들이 자주 눈에 띄었다.

제주도에 있는 별장으로 가족 여행을 떠난다는 김정화(60)씨는 “그동안 코로나19 때문에 가족 여행은 꿈도 못 꿨는데, 더 나이 먹기 전에 이렇게 같이 여행을 갈 수 있어서 다행이다”며 “제주도서 3박4일간 머무르며 맛있는 것도 먹고, 식구들 얼굴을 마주 보며 그간 못한 이야기도 하며 즐겁게 보낼 생각이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이후 3년 만에 여행을 떠난다는 유모(44)씨는 “코로나19가 풀려서 여행 수요가 급격히 늘어나서 그런지, 비행기 표를 몇 달 전부터 예약하는 등 (여행 준비가) 쉽지 않았지만 여행 자체가 너무 오랜만이라 힘든 것보다 설레는 마음이 더 크다”며 “초등학생과 중학생인 딸들도 ‘숙소가 너무 기대된다’며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더 기쁘다. 아직 코로나19가 완전히 끝나진 않았지만, 이번만큼은 걱정을 좀 덜고 여행을 제대로 즐기고 오겠다”고 말했다.

●기차표도 대부분 ‘매진’

29일 찾은 광주 광산구 송정동 광주송정역에도 여행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가족, 연인, 친구와 함께 송정역을 방문한 시민들은 대기 의자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거나 간식을 먹으며 일정을 체크하기도 했다.

중앙로비에서 만난 김미연(23)씨는 3년 만에 떠나는 여행에 들뜬 기분을 감추지 못했다. 김씨는 “남자친구와 함께 이번 여름휴가를 춘천에서 보내기로 했다. 근처 숙소도 이미 예약했다. 남이섬도 가볼 예정”이라며 “요즘 코로나가 다시 유행한다고 하는데, 오래돼서 그런지 예전처럼 신경 쓰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용산역으로 가는 11번 승강장 대합실에도 캐리어를 든 여행객들이 붐볐다. 최승재(35)씨는 “그간 코로나로 가족과 제대로 된 여행 한 번 못가다가 겨우 3박4일 여행을 갈 수 있게 됐다”며 “예전에는 코로나에 걸려오면 눈치가 보여서 휴가 때도 멀리 못 나갔는데, 이제는 며칠씩 여행을 갈 수 있게 돼서 행복하다. 코로나가 풀렸다는 안도감도 있다”고 전했다.

송정역에 입점한 상점들도 여행객들로 분주한 모습이다. 송정역 카페 직원은 “7월 말 들어서 이용객들이 많아졌다. 웨이팅이 있을 때도 있다”며 “여행객들이 늘어나 덩달아 매출도 느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이날 서울역과 용산역으로 가는 KTX는 새벽 시간대를 제외하고 대부분 매진이었다.

KTX 관계자는 “입석으로 가는 승객도 많을 정도로 최근 주말 주요 시간대 열차는 대부분 매진된다”며 “부산, 강원도 등을 가기 위해 오송, 서울, 용산으로 가는 여행객들이 많다”고 전했다.

여름 휴가철을 맞은 지난 29일 광주 서구 광천동 광주종합버스터미널 내 약국에서 한 여행객이 상비약을 구매하고 있다. 정성현 기자
●코로나 불안에 상비약 구매↑

광주 서구 광천동 광주종합버스터미널(유스퀘어)도 여행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아이들과 서울에 사는 외가댁을 찾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오랜만의 해외여행을 위해 인천국제공항으로 향하는 여행객들도 많았다.

예년보다 이른 여름휴가를 떠난다는 김소리(30)씨는 “확실히 코로나19가 일상에서 멀어진 게 느껴진다. 국내외 모두 어딜 가나 예약 전쟁이다. 어쩔 수 없이 휴가를 일찍 썼다”며 “올해는 해외 배낭여행을 계획했다. 공항으로 가는 길이 벌써 설렌다. 여전히 코로나19를 조심해야겠지만, 오랜만에 찾아온 ‘일상의 자유’를 마음껏 즐기다 오겠다”고 말했다.

최근 코로나19가 재확산되면서 상비약 등을 구매하는 여행객들도 늘었다. 유스퀘어 내 한 약국 업주는 “팬데믹 기간 손님이 한 분도 없었다. 점차 여행객이 늘어나면서 판매 분위기가 나아지고 있다. 오미크론·독감 유행의 영향도 크다”며 “주로 해외 여행객들의 코로나19 상비약 구매가 많다. 연말까지는 계속 이 상황이 이어질 것 같다. 어렵게 얻은 엔데믹 기간, 많은 시민이 몸 건강히 잘 보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송민섭·정성현·강주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