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제강제동원 피해자 김재림 할머니가 지난달 30일 별세했다.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제공 |
31일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시민모임)은 “미쓰비시중공업(미쓰비시)로 강제동원된 김재림 할머니가 끝내 한을 풀지 못하고 전날 고된 생을 마감했다”고 밝혔다.
김 할머니는 1944년 3월 화순 능주초 졸업 직후 미쓰비시 나고야항공기제작소에 동원됐다. 김 할머니는 배고픔 속에 강제노역에 시달리고도 임금 한 푼 받지 못했다. 특히 1944년 12월7일 발생한 도난카이 지진 당시 사촌 언니 이정숙을 포함해 동료 6명이 목숨을 잃는 참상을 지켜봐야 했다.
이후 김 할머니는 미쓰비시를 상대로 한 두 번째 소송 원고로 참여해 2018년 12월5일 광주고등법원이 “피고는 원고들에게 각각 1억원씩 배상하라”며 승소했지만, 미쓰비시 측의 상고로 마지막 대법원 판결 소식을 기다리던 중 눈을 감았다.
지난 5월 11일에는 김 할머니와 함께 소송 원고로 나선 양영수 할머니가 향년 94세의 나이로 별세했으며 지난해 2월에는 박해옥 할머니, 2020년 5월에는 이동련 할머니가 투병 끝에 세상을 떴다.
미쓰비시 근로정신대를 비롯해 일제강점기에 해외로 강제징용된 피해생존자들이 최근 10년 사이에 1만명 넘게 사망했다.
시민모임이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조사 및 국외강제동원 희생자 등 지원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국외 강제동원 피해자 중 생존자에게 지급되는 의료지원금 수급자 현황을 정보공개 청구해 확인한 결과 지난 1월 기준 올해 의료지원금 수급자는 전국적으로 1264명으로, 이 중 여성 생존자는 96명이다.
해당 자료에 따르면 지난 1월1일 기준 일제강제동원 피해생존자는 △2013년 1만3854명 △2014년 1만1717명 △2015년 9937명 △2016년 8075명 △2017년 6570명 △2018년 5245명 △2019년 4034명 △2020년 3140명 △2021년 2400명 △2022년 1815명 △2023년 1264명으로 줄었다. 이중 광주는 34명, 전남은 116명으로 집계됐다.
1264명중 절반 가까이 96~99세(623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으로 91~95세(417명)가 많아 전체의 82%가 90대로 고령인 상황이다. 100세 이상(215명)은 17%, 90세 이하(9명)는 0.7%로 집계됐다. 유형별로는 △노무자 780명 △군인 270명 △군무원 214명이다.
길어진 재판에 제대로 된 사죄나 배상을 받지 못한 채 떠나간 피해자들이 늘자 신속한 판결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김재림 할머니 등 원고 4명은 2014년 2월 미쓰비시를 상대로 광주지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해 1심에 이어 2018년 12월 5일 광주지방법원에서 승소했지만 4년 7개월째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강제동원 소송과 관련해 현재 대법원의 마지막 판단을 기다리고 있는 사건은 모두 9건으로 △일본제철 2건 △미쓰비시 3건 △후지코시 3건 △히타치조센 1건 등이다. 이 사건들 역시 최소 4년 5개월~4년 7개월째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이날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과 시민모임 등은 성명서를 통해 “대법원이 판결을 미루는 사이 원고 4명 중 3명이 돌아가시면서 이제 피해 당사자는 모두 숨진 채 88세인 유족한 분만이 남게 됐다”며 “대법원이 판결을 지체하는 것은 사법부의 역할을 포기하는 것이자, 일본 피고 기업에 힘을 싣는 것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대법원은 좌고우면 말고 신속히 판결하라”고 촉구했다.
김혜인 기자 hyein.kim@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