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학생, 올해부터 방학중 돌봄고민 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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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장애학생, 올해부터 방학중 돌봄고민 해소"
●광주, 특수학교 방학 프로그램 가동
24일부터 2주간…난타·미술 등
"우려했던 교사 모집 2배 지원"
학부모 "안심할 수 있어 만족"
문제는 '행정' 교원 협의 지속
  • 입력 : 2023. 08.01(화) 18:33
  • 강주비 기자 jubi.kang@jnilbo.com
지난달 27일 광주 남구 주월동 선명학교서 진행되는 방학 프로그램 참여 학생들이 난타 수업을 받고 있다. 강주비 기자
“실을 돌돌 말아볼까요? 그렇죠! 아주 잘했어요!”

지난달 27일 공립특수학교인 광주 남구 주월동 선명학교. 여름방학 기간이지만 교실에선 수업이 한창이었다. 선생님의 쩌렁쩌렁한 목소리는 복도까지 울려 퍼졌고, 칠판에는 ‘공예’라는 글자가 흰 분필로 크게 적혀있었다.

둥글게 배치된 책상에 앉은 학생들은 선생님의 설명에 따라 손에 쥔 실을 감고 풀길 반복했다. 서툰 손놀림이지만 보조교사, 공익요원 등의 도움을 받아 학생들은 차근차근 작품을 만들어 갔다.

이날 진행된 수업은 특수학교 방학 프로그램의 일환이다.

돌봄·방과후교실 등을 시행하는 일반학교와 달리 특수학교는 그동안 방학 프로그램이 없었다. 그 탓에 장애학생들은 광주장애인부모연대 등 민간이 운영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방학을 보내왔다.

그런데 올해 처음으로 광주시교육청이 선명학교서 방학 프로그램을 운영키로 하면서 장애학생 및 학부모들이 크게 환영하고 있다.

아직은 시범 운영 단계지만, 장애학생들의 방학이 민간이 아닌 ‘공교육’ 영역에 들어선 데 대해 큰 만족감을 보이는 것이다.

실제로 이날 등교시간인 10시께가 되자 학부모나 활동지원사의 손을 잡은 학생들이 학교로 들어섰다. 교사들은 학생 한명 한명 반갑게 맞았고, 학부모 역시 ‘잘 부탁드린다’고 웃으며 인사했다.

학생들의 표정도 편안하고 밝았다. 익숙한 장소에서 능숙한 특수교사·지원사의 도움을 받기 때문이다. 학생 중 상당수는 자폐성·지적장애 등을 가진 탓에 낯설거나 불편한 상황·장소에서 돌발행동 등의 증상을 더러 보이는데, 이 같은 가능성이 현저히 낮아진 것이다.

광주 남구 주월동 선명학교 입구에 특수학교 방학 프로그램 시범 운영 배너가 세워져 있다. 강주비 기자
학생들은 교사의 지도에 따라 교실로 이동해 오전과 오후 각 2시간씩 미술, 창의블럭, 음악 등 프로그램 활동을 한다. 이번 여름방학엔 총 7학급, 초·중·고 41명의 학생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학급당 담임 역할을 하는 운영 지원교사 외에도 수업을 진행하는 강사 1명과 보조인력(실무사, 사회복무요원, 교육봉사 대학생 등) 2명 등 최소 3명이 투입되기 때문에 학생 지도 및 지원도 원활하게 이뤄지는 모습이었다.

이날도 학생들은 지원 인력의 보조 하에 타악기를 치고, 춤을 추거나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자신만의 방식대로 수업을 즐겼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운영인력이 1주차 30명, 2주차 29명으로 넉넉히 투입됐기 때문에 학급당 많을 땐 4명의 교사 및 봉사자 등이 상주한다. 때문에 개인별 특성이 강한 특수학생들을 지도·지원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다”고 말했다.

이런 장점 때문인지 학부모들은 오랜 기간 다녔던 민간 방학 프로그램보다 새롭게 시작된 시교육청 프로그램을 선호하는 분위기다.

학부모 김미희씨는 “기존 민간에서 하던 방학학교는 특수교수학과 대학생들이 봉사 차원에서 하는 거라 매번 바뀌니 아이의 장애유형과 특성 등을 여러 번 설명해야 했고, 아이 역시 익숙해질 때쯤이면 프로그램이 끝났다”며 “선명학교 방학 프로그램도 학기 중 담당 교사는 아니지만, 교육청 소속으로 순회했던 교사 및 실무사들이 많아 아이를 다루는 데 좀 더 전문적이어서 마음이 놓인다”고 말했다.

최윤경씨도 “아이가 자폐성 장애를 가지고 있어 ‘규칙’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 아이에게 일정한 시간과 장소, 익숙한 사람은 매우 중요한데, 학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은 이를 만족시킬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다만 아직 체계가 안정적으로 잡힌 것은 아니다.

시범 운영 전 제기된 지원 교사 미달에 대한 우려는 모집 인원의 2배가량의 지원자가 몰리면서 다행히 현실화되지 않았지만, ‘행정’ 업무는 여전히 담당 인력 등이 명확히 정해지지 않았다. 현재는 시교육청 소속 주무관·장학사 등이 이를 담당하고 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아직 완전히 체계가 잡힌 것은 아니라 행정 업무 부분에 있어 업무 과중의 우려가 남아있는 것으로 보인다. 교직원의 업무 부담 최소화 및 업무 경감을 고려한 방학프로그램 운영을 계속 고민하겠다”며 “교육청-학교 간 상시 소통 및 협력을 통한 안정적인 방학 프로그램 운영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선명학교 방학 프로그램은 오는 4일까지 시행된다.
강주비 기자 jubi.kang@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