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입추(立秋)인데… 여전한 무더위와의 사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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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오늘 입추(立秋)인데… 여전한 무더위와의 사투
● 광주 폭염 저감 시설 둘러보니
무더위 쉼터 어딜가나 ‘만원’
“도로 향한 쿨링포그 물안개
저감 시설 효과는 크지 않아”
태풍 영향으로 폭염 주춤 예고
  • 입력 : 2023. 08.07(월) 18:28
  • 정성현 기자
지난 5일 광주 동구 학머리무더위쉼터에서 마을 주민들이 모여 부채와 선풍기 바람으로 더위를 이겨내고 있다. 정성현 기자
절기상으로 가을의 시작을 알리는 ‘입추(立秋)’를 맞이했지만, 광주·전남 지역 찜통더위는 사그라들 줄 모르고 있다. 시민들은 폭염을 이겨내기 위해 저마다 무더위 쉼터 등을 찾았지만 더위를 가시기에는 역부족인 모습이다.

지난 5일 찾은 광주 동구 학동 학머리무더위 쉼터.

3평 남짓한 정자에 마을 주민 12명이 옹기종기 모여있다.

이날 광주 낮 최고기온은 36도. 조금만 걸어도 땀이 흐를 만큼 푹푹 찌는 날씨에, 마을 어르신들은 손에 든 부채도 소용없다는 듯 연신 ‘하이고, 덥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곳에는 무더위를 견디기 위해 3개의 선풍기가 설치돼 있었지만, 멀찍이 천장에 달린 탓에 별 효용이 없었다.

마을 주민 김순례(75)씨는 “너무 덥다. 사람도 많으니 열기가 더하다. 선풍기를 하루 종일 강풍으로 틀고 있는데 큰 효과는 없다. 오히려 거리가 멀어 가끔 뜨거운 바람이 불기도 한다”며 “부채질도 소용이 없다. 하도 더워서 이제는 바가지에 물을 받아 세수하는 사람도 생겼다. 억지로 버티는 중이다”고 너털웃음을 지었다.

무더위 쉼터는 폭염에 취약한 고령자나 더위에 장시간 노출된 시민들이 폭염을 피할 수 있는 장소다. 일 최고기온이 33도 이상인 날이 2일 이상 지속되는 폭염 현상이 나타나면 운영하게 돼 있다. 광주 전역에는 2075개소(실내 1667개소·야외 408개소)가 설치돼 있다.

폭염을 피하고자 찾은 무더위쉼터에서 되레 더위와 사투를 벌이고 있는 웃지 못할 상황이지만, 주민들은 한 여름에 갈 곳이 이곳밖에 없다. 이 정자는 학동에 설치된 유일한 야외 무더위 쉼터이기 때문이다.

다른 주민 임모(71)씨는 “근처에 더위를 피할 곳이 없다. 그나마 여기가 그늘이라도 있으니 모여있는 것이지, 아니었으면 절대 안 왔다”며 “오래전부터 여름마다 이렇게 지내왔던 터라 익숙할 만하지만, 올해는 유독 더 더운 것 같다. 최근 장마가 끝나 습할 때는 정말 곤욕을 치렀다. 설치된 선풍기라도 좀 가까이 내려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난 5일 찾은 광주 금남로 일대에 설치된 쿨링포그(물안개 분사장치) 밑을 지나가는 시민들이 물안개를 맞기 위해 고개를 들이밀고 있다. 정성현 기자
다른 곳은 어떨까. 같은 날 오후 ‘쿨링포그’가 설치된 금남로 일대를 찾았다. 쿨링포그는 폭염 저감·도시 열섬현상 완화를 위해 수돗물로 물안개를 뿌리는 물 분사 장치를 말한다. 통상적으로 주변 온도를 최대 10도까지 저감시키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에는 총 24개소(동구 5개소·서구 6개소·남구 4개소·북구 7개소·광산구 2개소)가 설치돼 있다.

주말을 맞아 번화가를 찾은 시민들은 10분 간격으로 뿌려졌다 멈추는 쿨링포그를 신기한 듯 쳐다봤다. 특히 부모의 손을 잡고 온 아이들은 물안개에 손을 넣으며 장난을 치기도 했다.

5살 자녀와 충장로를 찾은 광산구민 김선진(39)씨는 “아이 엄마를 데리러 온 김에 충장로에서 볼일을 보고 있다. 아들이 평소 보지 못했던 시설을 봐서 그런지 몹시 신기해 했다”면서도 “폭염 저감 시설이라고 하는 데, 크게 시원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뿌려지는 물안개가 죄다 도로 쪽으로 향해서 그러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씨의 말을 확인하기 위해 이 일대에 설치된 쿨링포그를 확인한 결과, 대부분의 장비에서 그의 말과 비슷한 현상이 있었다. 뿌려지는 물안개는 바람을 타고 도로 쪽으로 향했고, 일부 시민들은 물안개를 맞기 위해 일부러 고개를 쿨링포그로 들이밀기도 했다.

친구와 함께 금남로를 방문한 신모(21)씨는 “친구가 날이 너무 더우니 (쿨링포그가 있는) 이곳으로 걷자고 했다. 그런데 막상 와보니 안개가 전혀 다른 곳으로 향해 별다른 체감을 하지 못했다. (물안개를 맞기 위해) 일부러 몸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걸었다”며 “유스퀘어(광주버스터미널) 버스정류장에 설치된 쿨링포그를 생각했다가 꽤 달라 당황했다. 여기가 건물들이 일렬로 쭉 들어서 있어 바람이 많이 부는데, (쿨링포그를) 설치할 때 이런 측면이 충분히 고려되지 못한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와 관련, 광주시 환경관리공단 관계자는 “쿨링포그를 세울 때 버스정류장·그늘막 유무 등 주변 상황을 고려해 설치한다”며 “설계단계에서 바람이 많이 부는 지역인지 등 환경적인 측면을 고려했는지는 확인을 해봐야 한다. 효용적인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면 점검 후 조치를 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광주·전남에 14일간 이어진 폭염은 제6호 태풍 ‘카눈’의 영향으로 9일부터 한풀 꺾일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은 광주·전남이 태풍 영향권에 들어서면 최대 100㎜의 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했다
지난 5일 찾은 광주 금남로 일대 쿨링포그(물안개 분사장치)에서 나오는 물안개가 바람을 타고 차도로 향하고 있다. 정성현 기자
정성현 기자 sunghyun.jung@jnilbo.com
정성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