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주 서구 광주종합버스터미널 앞 택시승강장에서 손님들이 택시에 탑승하고 있다. 나건호 기자 |
광주·전남지역 택시업계 종사자는 수시로 승객의 폭행·성희롱 등에 노출되고 있다.
17일 광주·전남경찰에 따르면 광주서 발생한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운전자 폭행) 사건은 △2018년 84건 △2019년 75건 △2020년 93건 △2021년 143건 △2022년 147건으로 집계됐다.
전남의 경우 △2018년 60건 △2019년 66건 △2020년 90건 △2021년 115건 △2022년 121건으로 5년 사이 2배가량 늘었다.
또 이 중 70% 이상이 모두 주취자에 의한 폭행이었다. 특히 지난달부터 기본요금이 ‘1000원’ 인상되면서 취객의 폭언 등이 증가하는 추세다.
복잡한 형사 절차에 휘말려 시간 뺏기는 것을 꺼리는 택시기사들의 특성상 신고하지 않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드러난 수치보다 더 많은 폭행 등이 자행되고 있을 가능성도 높다.
택시기사 A씨는 “코로나19로 인해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됐을 때 주취자 폭행이 빈번했다. ‘마스크를 써 달라’고 정중하게 요청해도, 오히려 ‘왜 손님한테 명령이냐’며 적반하장으로 나왔다”며 “이 일로 승객한테 폭행당해 이가 부러진 적도 있다. 주변 동료는 맞아서 뇌진탕이 와 운전하다 첨단 한 병원으로 실려 가기도 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택시기사 B씨는 “택시 기본요금이 3300원에서 지난달부터 4300원으로 인상되면서 최근엔 ‘요금’으로 시비가 붙는 일이 많다”며 “술에 취한 승객이 ‘왜 평상시보다 택시 요금이 더 나왔냐’며 막말과 욕을 퍼붓는 일이 허다하다”고 하소연했다.
‘여수 택시기사 성추행’ 사건과 같이 승객으로부터 성희롱당하는 일도 이따금 발생했다. ‘여수 택시기사 성추행’ 사건은 지난 5월24일 새벽 여수 학동서 택시를 탄 여성 승객이 기사에게 ‘다리를 만져달라’고 수차례 요구해 강제추행 혐의로 입건된 사건이다.
택시기사 C씨는 “상무지구서 만취한 여성을 태운 적이 있다. 횡설수설하다가 한 모텔 앞으로 데려다주라고 하길래 그곳으로 갔더니, 나보고 ‘(택시) 수익이 얼마나 되냐. 같이 모텔에 들어가자’고 하더라”며 “블랙박스에 녹음이 되는데 그것(SD카드)도 빼려고 했다. 혹시라도 성추행범으로 몰릴까 너무 불안했다. 여수 사건이 남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에 택시업계는 운전석과 조수석·뒷좌석을 분리하는 투명 벽인 ‘격벽’ 설치를 하루빨리 확대·의무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시내버스의 경우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에 따라 운전자의 좌석 주변에 격벽을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지만, 택시는 적용 대상이 아니어서 지자체 차원에서 비용 일부를 지원해 주는 데 그친다.
광주시는 지난 2021년부터 택시기사 보호 및 코로나19 감염 차단을 목적으로 관내 택시에 격벽 설치를 지원하고 있다. 광주시가 설치비용의 80%를 부담하고, 나머지 20%는 택시기사가 부담하는 식이다. 해당 사업에는 매년 2000만~3000만원의 예산이 투입된다.
하지만 현재 격벽 설치는 관내 택시 8149대 중 336대만 이뤄져, 설치율은 4%에 그친다. 사업이 시작된 지 3년 차에 불과하고 예산 규모가 크지 않은 탓이다.
광주시 관계자는 “올해도 예산 3000만원을 편성해 택시 170대에 격벽 설치를 지원할 예정이다”며 “여성, 고령 운전자를 우선순위로 두고 지원하고 있다. 예산 확대는 내부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택시업계는 격벽이 기사를 보호할 유일한 방안인 만큼 광주시가 홍보와 예산 확대에 집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최진영 광주플랫폼택시노동조합 의장은 “일부 기사는 의자를 뒤로 젖힐 때 불편함이 있다는 등의 이유로 설치를 꺼리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조합회의 때 의견을 취합해 보면 현장 기사 60% 이상은 격벽 설치를 원한다”며 “현재 속도로 격벽을 설치하면 너무 늦다. 수요조사를 통해 매년 비슷한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예산을 점차 확대하고, 형식적이 아닌 실질적 사업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주비 기자 jubi.kang@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