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 기획특집>“값싼 농산물 직접 채취…교육·피서·힐링 1석4조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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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일보] 기획특집>“값싼 농산물 직접 채취…교육·피서·힐링 1석4조 효과”
전남을 농촌융복합산업 실리콘밸리로 만들자 14>프랑스 세르빈니 밀짚모자 수확농장
30㏊서 50년째 가족농 운영
인건비·물류비없어 가격저렴
50여 품목 직접 채취해 구매
웰빙·건강 추구 식문화 변화
  • 입력 : 2023. 08.30(수) 10:35
  • 글 사진=프랑스 파리 박간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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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파리 인근 세르빈니 밀짚모자 수확체험농장 전경
넓디넓은 광활한 농장에 채소밭, 과수원, 목장이 있어 아이들과 함께 수확체험까지 가능한 곳. 프랑스 밀짚모자 수확체험농장인 세르빈니 농장으로 간다. ‘밀짚모자’란 프랑스 농민들이 조직한 조합을 말한다.

농약사용을 자제하고 환경보존정책을 준수하며 윤작으로 토양의 황폐화와 질병을 막아내는 데 앞장서고 있다.

이곳 농장은 농가와 소비자간 직거래를 하기 때문에 인건비와 물류비를 절감할 수 있다. 가격도 30% 정도 저렴하며 품질도 좋아 농촌 체험교육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

●30㏊ 농장서 50년째 가족농 운영

비트, 샐러드, 가지, 오이, 호박, 콩, 양파, 신선마늘, 배추….

30㏊ 규모로 운영되는 이 농장 매장입구 왼편엔 채취 가능한 농산물 종류와 가격이 간판에 빼곡히 적혀 있다.

입구에 들어서니 드넓은 농장에서 손수레를 직접 끌며 농작물을 채취하는 시민들의 모습이 보인다. 우리나라 마트에서 카트를 꺼내 시장보러 다니듯 이 곳을 찾는 방문객들도 외발 손수레에 토마토, 오이, 무 등을 한가득 담아온 뒤 계산대에서 계산하느라 분주하다.

이곳을 찾는 파리 시민들의 방문 추세도 바뀌고 있다. 기존엔 단순히 농산물만 수확하고 구입하려고 했다면 지금은 가족과 함께 피서를 오고 힐링도 함께 하는 등 웰빙과 건강을 위한 방문객들이 늘고 있다. 그들의 식문화 욕구가 점차 바뀌고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주차장에 도착한 소비자들이 카트 한대씩 끌고 밭고랑 사이로 사라진다.

멀리서 농산물을 채취하는 사람들의 움직임이 없었다면 그 물체의 정체가 뭔 지 알 수없을 정도로 드넓다. 가족, 특히 어린 자녀들과 함께 온 할머니와 어머니들이 가장 많이 눈에 띈다. “농산물을 직접 채취해야 하는데 어린 손자들과 함께 하는 건 어렵지 않으시나요?” 손자 두명과 함께 온 할머니에게 물었다. “아뇨, 전혀요. 아이들을 데리고 오면 흙도 만지고 맘껏 뛰어다니기도 해서 즐거워요. 1주일에 한번 이상은 가자고 졸라서 늘 데리고 옵니다.”

이전까지 농장은 그저 저녁 반찬을 만들기 위한 재료 구입장소로만 활용 됐다면 이젠 힐링과 웰빙, 아이들을 위한 농촌교육장으로까지 발전되고 있음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이곳 세르빈니 농장은 50여년 째 가족들이 운영하고 있다. 프랑스는 물론 벨기에, 네덜란드의 농업 형태도 비슷하다. 소농이든 대농이든 4~5대째 이어오는 게 기본이다. 일본 농촌의 경우도 프랑스, 네덜란드 경영방식과 비슷하다. 어떤 학자는 “일본의 가업 경영방식이 네덜란드와 유사한 데는 양국이 수교한 지 400년이 넘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네덜란드 상업문화가 일본으로 이식된 게 아닌가 싶다”고 말한 적 있다. 일본 전통시장을 가봐도 보통 100년~200년 이상 대를 이어 가업을 운영하고 있는 업체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네덜란드 등과 교류에서 이식된 문화인듯 하다.

농장 안으로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겨봤다. 8월초라서 밭두렁에는 수확이 끝난 농작물들이 대부분이다. 소비자들에게 남은 농산물 중 식재료로 쓸만한 것들을 판매하고 있다. 가격대가 저렴한 이유다.

매장 뒤쪽으로 나가봤더니 80대 후반은 돼 보이는 두 명의 할아버지가 짐수레를 밀고 온다. 표정들이 하나같이 밝다. “이 무거운 걸 어떻게 끌고 오셨어요?” “이곳과 인연은 15년도 넘었죠. 오는 것 자체가 즐겁다. 15㎞ 거리에 있는 집에서 한달에 한두번 찾는다”고 웃었다.

●농촌융복합산업 형태 운영 성과

농산물을 다 채취하고 나면 손수레를 끌고 농장 입구 매장으로 가져와 계산한다. 육류, 치즈, 주류 등을 더 담은 뒤 계산대에 올려 놓는다. 시민들은 다소 불편한 법하지만 직접 농장을 찾는데는 상품의 질이 좋고 유기농이며 믿을만한 제품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1차 원물 생산 산지 가격대와 소비자 손에 들어오기까지 유통과정이 복잡해 가격대가 높은 우리나라의 경우와 다른 점도 주 요인기기도 하다. 1차 원물에 치즈, 잼 등 제조·가공제품, 직접 수확하는 체험교육도 할 수있고 운반비, 인건비조차 없어 저렴하게 구입할 수있는 1석4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점도 인기요소로 꼽힌다.

매장 손님들이 대부분 빠져 나가자 제시카와 로익 두 남녀 캐셔가 의자에 털석 앉는다. “매장을 찾는 고객이 어느정도이며 어느 계절에 젤 바쁜가요” “여름철 가장 활발한 데 이 달에만 2만여명의 시민들이 찾아왔어요. 혼자 오는 손님도 있지만 대부분 가족단위 방문객들이 주를 이루죠. 자녀들에게 농산물의 소중함을 가르치러 오는 분들도 꽤 있습니다.”

연중 농산물을 판매하지는 않고 보통 4월~11월까지만 운영된다. 물론 이 곳에서만 농산물을 판매하지는 않는다. 이곳은 쉽게 말하면 소비자들이 방문해 직접 채취할 수 있는 농산물로 우리말로 하면 수확하고 남은 ‘떨이’쯤 되겠다. 최하품은 아니지만 수확하고 난 뒤 농산물이라서 가격대가 싸다. 소비자들은 한두끼 해먹을 만큼만 구입하기 때문에 농장과 소비자간 상생이 가능하다. 인근에 대규모 지역 농산물 집산 판매장이 있다. 이곳에 연중 수확물을 납품하고 있으며 농가소득을 올리고 있다.

전남지역 농촌융복합산업 업체들도 공동브랜드와 철저한 품질규약, 체험용 작물재배 노하우 등을 체계화 한다면 얼마든지 이곳 세르빈니 밀짚모자 농장같은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 파리 인근 세르빈니 밀짚모자 수확체험농장에서 근무하는 직원들.
프랑스 파리 인근 세르빈니 밀짚모자 수확체험농장을 찾은 소비자들.
1프랑스 파리 인근 세르빈니 밀짚모자 수확체험농장 전경
1프랑스 파리 인근 세르빈니 밀짚모자 수확체험농장을 찾은 아이들의 모습이 평화롭기만 하다.
1프랑스 파리 인근 세르빈니 밀짚모자 수확체험농장 주차장 전경
1프랑스 파리 인근 세르빈니 밀짚모자 수확체험농장 전경
1프랑스 파리 인근 세르빈니 밀짚모자 수확체험농장 전경
1프랑스 파리 인근 세르빈니 밀짚모자 수확체험농장에서 판매하는 농산물 가격 간판.
1프랑스 파리 인근 세르빈니 밀짚모자 수확체험농장을 찾은 소비자들이 직접 채취해 온 농산물을 매장에서 계산을 하고 있다.
11프랑스 파리 인근 세르빈니 밀짚모자 수확체험농장을 찾은 소비자들이 직접 채취해 온 농산물을 매장에서 계산을 하고 있다.
11프랑스 파리 인근 세르빈니 밀짚모자 수확체험농장.
글 사진=프랑스 파리 박간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