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이슈 112-2>개발논리 맞서 지역공동체가 만든 ‘시민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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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이슈 112-2>개발논리 맞서 지역공동체가 만든 ‘시민의 길’
●푸른길 공원 어떻게 조성됐나
광주시, 폐선부지 경전철 사업 구상
시민 ‘자전거 도로·녹도 활용’ 제안
녹지조성 요구 확산… 市 입장 바꿔
  • 입력 : 2023. 11.05(일) 18:49
  • 김성수 기자 seongsu.kim@jnilbo.com
지난 2021년 4월 광주선푸른길더하기 시민회의 결성식이 열렸다. 사단법인 푸른길 제공
20년 전 광주 도심 폐선 부지를 활용하자는 주민 제안은 150만 광주시민들로부터 사랑받고 있는 현재 ‘푸른길 공원’을 만드는 출발점이었다.

1990년대 경전선 철도 폐선을 도시철도의 일종인 경전철로 조성하자는 개발 담론에 맞서 시민들의 녹색운동이 이뤄내 만든 푸른길은 ‘시민의 길’로 평가되고 있다.

5일 (사)푸른길에 따르면 지난 1997년 12월 폐선 철도 주변 주민들을 중심으로 도심 경전선(광주역~효천역 구간)의 폐선 부지를 ‘녹도’로 활용할 것을 요구하는 청원이 광주시의회에 제출되면서 푸른길 조성은 첫걸음을 내디뎠다.

당시 광주시는 폐선 부지를 활용한 경전철 사업을 구상 중이었다. 광주전남연구원(광전연)은 폐선 부지에 경전철을 건설해 도심 교통난 해소, 자동차 공해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자는 안을 제시했다.

시는 광전연의 제안대로 1997년 폐선을 경전철 부지로 활용하는 도시철도 2호선 건설을 위한 기본계획수립 용역을 발주했다.

당시 정부가 지하철 건설 국비 지원을 중단하고 경전철을 권장하면서 광주시 역시 5호선까지 계획했던 도시철도기본계획을 전면 수정했다.

건설 전문가들은 “폐선 부지의 폭이 8~15m에 불과해 공공 용지로 한계가 있다. 순환철도의 활용이 적합하다”고 광주시의 폐선 부지 경전철 활용방침을 지지했다. 해당 부지를 도시철도 2호선으로 활용하자는 주장도 나왔다.

폐선 부지에 대한 거센 개발논리에도 민간단체와 시민들은 “폭이 좁은 폐선 부지를 자전거 도로와 녹도로 활용하는 게 적합하다”며 경전철 도입 반대 여론을 형성해왔다.

광주시 등의 경전철 개발에 맞서 1999년 주민, 시민단체, 광주시·구의회 의원 등으로 구성된 푸른길시민회의가 발족했다.

푸른길시민회의는 1996년 6월부터 2000년 12월까지 경전철 반대 결의대회, 폐선활용 여론조사, 시민서명운동 등을 전개했다.

광주시는 푸른길 조성 요구가 거세지자 2000년 말까지 실시한 용역결과를 토대로 활용방안을 결정하겠다는 입장으로 선회했다. 용역과정에서 시는 폐선 부지를 끼고 있는 북구, 동구, 남구와 각 구의회에 의견을 물었고, 대부분 녹지 공간 조성을 희망했다.

결국 광주시는 2000년 12월 ‘철도부지를 보행자 녹도 및 자전거 전용도로가 병행된 녹지공간으로 조성할 방침’을 밝히게 된다.

푸른길 조성 중에도 우여곡절은 계속됐다.

광주시는 푸른길 공원으로 결정하기 위한 ‘폐선 부지토지이용기본계획’과 실시설계를 함께 발주하면서 시민 참여 방식을 거부, 반발을 사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당시 시가 제시한 계획안에는 폐선 부지만을 대상으로 삼은 데다 광주천으로 인해 단절되고, 철도 이용시 사용된 사유지들이 공원 계획에 반영되지 않아 푸른길 공원 폭이 축소되고 주변과 조화를 이루지 못했다는 지적을 해왔다.

푸른길시민회의는 2년여의 활동을 중단했지만, 도시공간을 시민이 가꾸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푸른길운동본부’(2002년 3월) 결성의 모태가 되기도 했다.

푸른길운동본부는 푸른길공원의 ‘푸른길 100만그루 시민헌수운동’을 펼쳤고, 2012년 남광주 푸른길공원이 완성된 시기 사단법인 푸른길을 결성, 현재까지 푸른길 확산에 앞장서고 있다.

광주 시민 공동체가 주축이 돼 만들어낸 푸른길은 전 세계적인 모범사례로 꼽힌다. 국내외 공모전에서 16회에 걸쳐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2005년 제7회 지방의제21 전국대회 우수상, 제1회 대한민국 공공디자인 대상 우수상, 2008대한민국대표브랜드 대상 친환경도시부분 대상을 차지했고 해외에선 2015 아시아도시경관상과 2006두바이 국제 환경상 등의 본선 진출을 이룬 성과를 냈다.

조준혁 (사)푸른길 사무국장은 “개발 논리에 맞서 시민, 사회단체 등의 다양한 연대체로 꾸려진 목소리가 푸른길 공원이라는 결과물을 만들어 냈다”면서 “앞으로 시민과 호흡하면서 푸른길 공원의 새로운 변화를 만들어 가겠다”고 밝혔다.
김성수 기자 seongsu.kim@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