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7일 광주 서구의 한 행정복지센터 앞에 ‘전산망 오류로 인한 민원서류 미발급 안내문’이 붙여져 있다. 정성현 기자 |
지난 17일 광주 서구 풍암행정복지센터. 입구에는 심각한 표정을 한 시민들이 가족·지인들과 연신 통화를 하고 있었다. 민원서류를 발급하기 위해 행정복지센터를 찾았지만, 공무원 행정전산망 장애로 모든 업무가 멈추면서 필요 서류들을 발급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담당 공무원들에게 원인·해결 시간 등도 안내받지 못하면서 발만 동동 구르는 상황이 이어졌다.
주민 박모(34)씨는 “당장 내일이면 주말이다. 대출 신청 때문에 꼭 오늘 서류를 떼야 하는데 안 된다고만 하니 답답할 노릇이다”며 “공무원들도 원인을 모른다고 한다. 인감증명서와 주민등록초본이 필요한데 오늘 (뽑을 수 있는) 방법이 전혀 없다. 다른 때 같으면 긴급 안내 문자라도 보내줬을 텐데, 정작 지금은 단 한 통도 안 온다. 헛걸음만 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 공무원 전산망 오류로 전국 행정이 ‘올스톱’된 지난 17일 광주 서구 한 행정복지센터 앞에는 가족, 지인들에게 통화를 하는 시민들이 이어졌다. 정성현 기자 |
구례 한 면사무소에서는 고령의 노인이 증명서 발급을 위해 찾았으나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결국 발걸음을 돌렸다. 면사무소 공무원에게 정부 온라인 민원 서비스인 ‘정부24’를 안내받아 다운받았지만 이마저도 오후 2시께 서비스가 중단되면서 민원서류를 발급받을 길이 사라졌다.
김성철(81)씨는 “복지 혜택 신청을 위해 서류를 발급받으러 왔다. 한참 걸려 버스를 타고 왔는데 이게 무슨 낭패인지 모르겠다”며 “공무원에게 핸드폰(정부24 앱)을 이용해 해결하라는 안내를 받았는데 어떻게 하는지 몰라 한참을 헤맸다. 시대가 어느 시대인데 이런 일로 전국이 멈출 수가 있는 거냐”라고 꼬집었다.
공무원 정모(34)씨는 “아침 출근 때부터 행정전산망 로그인이 안 됐다. ‘금방 해결되겠지’ 하며 지켜봤으나 온종일 문제가 지속됐다. 오후께 정부24도 중단되면서 대안도 없는 상태가 됐다”며 “모바일이 어색한 어르신들은 대부분 오프라인으로 많이 찾는다. 어렵게 오셨는데 되돌아가라는 말밖에 할 수가 없다. 설명을 충분히 쉽게 해드려도 이해하기 어려워하신다.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17일 공무원 전용 행정전산망 ‘새올’에 사용자 인증 오류가 발생하면서 전국 지자체 온오프라인 민원 서비스가 전면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이에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미국 출장에서 조기 복귀하고 ‘지방행정전산서비스 장애 대책본부’를 개최했다.
장애 발생 하루 뒤인 18일 ‘정부24’가 임시 재개돼 주민등록등본 등 일부 민원서류 발급이 가능해졌다. ‘새올’은 장애 발생 사흘째인 19일까지도 완전 복구가 이뤄지지 않았다.
행안부는 주말 내내 오류 원인을 파악하지 못하다 19일 오후 이번 장애 원인이 ‘새올’ 인증시스템에 연결된 네트워크 장비 이상인 것을 밝혀내고 해당 장비를 교체했다. 이후 이 행안부 장관은 같은 날 직접 민원 현장을 직접 찾아 ‘새올’의 정상 작동을 확인했지만, 접속량이 적은 주말이라는 점에서 지속적인 점검을 지시했다.
이 행안부 장관은 “내일(20일)부터 그동안 밀린 민원이 한꺼번에 들어오고, 정부 온라인 민원 서비스 ‘정부24’에도 접속자가 몰릴 것으로 보인다”며 “이를 대비해 계속해서 상황을 모니터링 하겠다”고 밝혔다.
![]() ‘정부24’ 온라인 민원서류 발급 시스템이 지난 17일 오후 2시께 작동을 멈췄다. 정성현 기자 |
정성현·강주비 기자